금진환 안전관리자, 쌍용양회공업주식회사 동해공장 환경안전팀
얼마 전 일본 열도를 뒤흔든 진도 9.0의 지진은 세계 최고를 자칭하던 일본인들의 방호시스템을 한 순간에 쑥대 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들의 지진에 대한 방호는 진도 8.0에 근거하였다고 하는데, 과거의 지진 경험과 태평양판 구조의 특성에 비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하는 판단이 든다. 일본 지진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물론 여러 국가에서 서둘러 자체 방호설비를 점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사고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방호 단계를 높이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3월 46명의 귀한 자식을 앗아간 천안함 피격사건과 지난해말 발생한 연평도 포격사건은 우리나라의 국가적 방호에 문제가 있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방호시설이 허술하면 백성들이 불안해 진다. 대한민국 육상 방호의 최선봉인 DMZ 155마일의 철책이 허술하거나 구멍이 있다면 어느 부모가 자식을 군에 보내며 어느 백성이 편히 잠을 이룰 수 있겠는가.
이는 산업현장에서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는 현재 근로자의 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위험기계·기구별 방호 설비 설치, 성능검사, 주기적 점검을 의무화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3조’의 규정은 프레스를 비롯하여 13종의 위험설비 외에 건설관련 위험 설비에 대하여 방호설비의 기준을 명시해 놓았다.
여기서 필자는 방호설비의 설치나 검사, 점검이 아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함을 지적하고 싶다.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방호설비의 개념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곳이 많고, 그나마 방호설비를 설치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기능을 생략한 경우가 종종 눈에 띄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현실이다.
방호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것은 휴전선 철책을 설치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방호설비의 기능을 해지함은 휴전선의 철책을 없애는 행위와 같으며, 고장 난 방호설비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휴전선의 철책에 구멍난 것을 방치하는 행위와 같은 것이다.
휴전선 철책이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처럼 방호설비는 한 가정의 생명을 지키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방호설비를 고물로 취급한다면, 우리나라가 후진국의 안전관리 수준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물론 방호설비를 생략한다해서 모두가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안전한 상태의 방치는 언젠가는 대형사고로 직결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구멍이 나고 떨어진 주머니에 동전을 넣고 다니겠는가. 구부려 밭을 메는 농부는 구멍 난 자루에 수확물을 담지 않으며, 어부는 구멍 난 그물에 고기를 절대 담지 않는다는 것을 ‘Bench Marking’ 해야 한다.
우리의 어린 자녀들이 동물원의 맹수 무리 앞에서 마음 놓고 웃고 즐길 수 있는 것은 맹수의 울타리가 든든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산업현장에서는 안전한 방호설비가 있어야 근로자들이 행복을 느낀다는 논리이다. 방호설비를 해제함은 맹수의 울타리를 해제함과 다를 것이 없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이자면, 방호설비는 반드시 설치돼야 하는 가운데 절대로 1회용이거나 응급조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콩쥐 팥쥐’ 이야기를 한 사례로 들고 싶다.
‘콩쥐’가 계모로부터 밑 빠진 독에 물을 하나 가득 채워 놓으라는 얼토당토 않는 지시를 받고 근심에 차 있을 때, 두꺼비가 나타나 구멍을 자신의 등으로 막아 도왔다는 우리나라의 소박한 감성적인 얘기다. 여기에서 계모는 악덕 사업주이며, 콩쥐는 우리 근로자이고, 깨어진 독은 고장 난 설비요, 두꺼비의 역할은 곧 방호설비라 할 수 있다.
요즘의 산업현장에서 이 얘기가 가능한 얘기일까? 필자는 절대 가능하지 않고 가능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업주는 고장 난 설비에 근로자를 배치해서는 안되고, 근로자들은 고장 난 설비에 대해 임시방편적인 조치를 취해서도 안된다. 독이 깨졌다면 시장에 가서 빨리 새 독으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한 산업현장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의 산업현장에는 계모도 없고, 깨어진 독도 없고, 두꺼비도 없어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얘기가 왜 생겨났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불량 방호 설비가 있다면 즉시 완벽하게 정비하거나 교체해야 한다. 방호설비를 정비함은 곧 떨어진 주머니를 완벽하게 꿰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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