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은, 김영랑, 유치환, 박두진, 박목월, 이육사......
이들의 시는 중·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대표적으로 소개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시인 중 20년 넘게 판매 순위 상위권을 꾸준히 지키며, 해마다 1만 부 이상 판매되는 시집의 주인공은 누굴까. 정답을 알고 있다면 다음 글부터는 읽지 않아도 된다.
시인 기형도가 종로의 한 극장에서 주검으로 발견됐을 때 생전에 그가 메고 다니던 검은 가방도 옆에 있었다. 가방 안에는 시 원고와, 시작 메모로 가득한 푸른 수첩이 들어있었고, 그 원고와 메모 등을 모아 시집이 제작됐다. 한국문학 평론계의 거두인 김현이 해설을 붙이고, 시집 제목을 골랐다. 그렇게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이 출간됐다.
시를 접하는 기준이 개인마다 달라 꼭 짚어 말할 수는 없지만 평론계에서는 기형도의 시를 ‘우울한 기억이나 도시인들의 삶을 독창적이면서 개성 강하게 표현한 시’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기형도의 시 세계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터널 그 자체다. 그러나 나는 기형도를 통해 절망의 끝에서 만나는 처절한 순결의 희망을 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