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이 난데없는 신호등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청이 지난달 20일 서울 도심 11곳 등 전국 53곳의 교차로에 ‘3색 화살표 신호등’을 도입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갑작스런 변화에 운전자들은 혼선을 일으켰고, 도심 곳곳에선 교통사고가 속출했다.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들은 변경된 신호체계가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신호위반 등 운전자들의 부주의에 의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3색 화살표 신호등에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이번 3색 화살표 신호등체계로의 변경에 있어 논란의 핵심은 빨간색 화살표시이다. 3색 화살표 신호등에는 기존 신호등과 달리 화살표가 모든 색깔에 표시돼 있다. 주의할 점은 빨강 신호에 들어온 화살표만을 보고 좌(우)회전을 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반드시 녹색 신호에 켜진 화살표를 보고 방향 지시를 따라야 한다. 이점은 3색 화살표 신호등 시범 운영이 시작될 때부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낯선 빨간색 화살표가 우리나라 운전자들에게 혼선을 줘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인지과학 전문가들은 새로운 신호체계가 방향과 색깔이라는 두가지 의미를 동시에 전달하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순간적으로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효 서강대 강사는 “빨간색 좌회전 화살표는 ‘통과 금지’라는 빨간색의 문화적 의미와 좌회전 방향 지시 의미가 충돌한다”라며 “빨간색 좌회전 화살표를 1만명 가운데 1명이라도 잘못 읽으면 치명적인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민식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도 “3색 화살표 신호등은 우리 뇌가 화살표와 색깔이라는 두 가지 속성을 동시에 처리하게끔 하는데, 이는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자극의 수가 많아질수록 반응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순간적인 판단과 반응을 요구하는 교통신호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각계의 지적과 불만에 결국 경찰은 16일 ‘3색 화살표 신호등’의 도입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이날 조현오 경찰청장은 “3색 화살표 신호등을 확대 설치하는 계획을 무기한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계속 추진하겠다던 소신을 3주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번 철회 방침에 따라 그간 시범 운영되어온 3색 화살표 신호등은 모두 철거된다. 1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 불과 한 달을 못 넘기고 없던 일이 된 것이다. 이로써 경찰은 탁상행정, 졸속행정, 전시행정 등 또 한 번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늦게나마 국민의 여론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결정이라 할 만하다. 사고 예방 및 시민 안전이야 말로 정책 추진에 있어 가장 우선해야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추가적인 혈세의 낭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도 철회를 반기게 한다.
일각에서 정부가 적정한 도입기간을 갖지도 않고 약간의 반발이 있자마자 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분명 잘못된 시각이다. 물론 이번 경찰의 철회는 경찰 행정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 정책을 무리하게 강행한다면 그게 더 큰 문제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조현오 청장은 철회를 발표하며 이번 사례를 거울삼아 앞으로 정책을 추진할 때는 형성 단계에서부터 국민과 관련 전문가 등 각계의 의견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정책은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을 경찰은 향후 정책 추진 시 항상 상기해야 할 것이다.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들은 변경된 신호체계가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신호위반 등 운전자들의 부주의에 의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3색 화살표 신호등에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이번 3색 화살표 신호등체계로의 변경에 있어 논란의 핵심은 빨간색 화살표시이다. 3색 화살표 신호등에는 기존 신호등과 달리 화살표가 모든 색깔에 표시돼 있다. 주의할 점은 빨강 신호에 들어온 화살표만을 보고 좌(우)회전을 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반드시 녹색 신호에 켜진 화살표를 보고 방향 지시를 따라야 한다. 이점은 3색 화살표 신호등 시범 운영이 시작될 때부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낯선 빨간색 화살표가 우리나라 운전자들에게 혼선을 줘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인지과학 전문가들은 새로운 신호체계가 방향과 색깔이라는 두가지 의미를 동시에 전달하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순간적으로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효 서강대 강사는 “빨간색 좌회전 화살표는 ‘통과 금지’라는 빨간색의 문화적 의미와 좌회전 방향 지시 의미가 충돌한다”라며 “빨간색 좌회전 화살표를 1만명 가운데 1명이라도 잘못 읽으면 치명적인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민식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도 “3색 화살표 신호등은 우리 뇌가 화살표와 색깔이라는 두 가지 속성을 동시에 처리하게끔 하는데, 이는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자극의 수가 많아질수록 반응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순간적인 판단과 반응을 요구하는 교통신호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각계의 지적과 불만에 결국 경찰은 16일 ‘3색 화살표 신호등’의 도입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이날 조현오 경찰청장은 “3색 화살표 신호등을 확대 설치하는 계획을 무기한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계속 추진하겠다던 소신을 3주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번 철회 방침에 따라 그간 시범 운영되어온 3색 화살표 신호등은 모두 철거된다. 1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 불과 한 달을 못 넘기고 없던 일이 된 것이다. 이로써 경찰은 탁상행정, 졸속행정, 전시행정 등 또 한 번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늦게나마 국민의 여론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결정이라 할 만하다. 사고 예방 및 시민 안전이야 말로 정책 추진에 있어 가장 우선해야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추가적인 혈세의 낭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도 철회를 반기게 한다.
일각에서 정부가 적정한 도입기간을 갖지도 않고 약간의 반발이 있자마자 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분명 잘못된 시각이다. 물론 이번 경찰의 철회는 경찰 행정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 정책을 무리하게 강행한다면 그게 더 큰 문제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조현오 청장은 철회를 발표하며 이번 사례를 거울삼아 앞으로 정책을 추진할 때는 형성 단계에서부터 국민과 관련 전문가 등 각계의 의견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정책은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을 경찰은 향후 정책 추진 시 항상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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