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학의 향기, 제모재(題茅齋)
우리문학의 향기, 제모재(題茅齋)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1.05.25
  • 호수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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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入虛簷明照榻  달은 빈 처마에 들어 밝게 책상을 비추고
烟生疎戶翠連山  연기는 성긴 문에서 생겨 푸름이 산에 이어졌네
蕭條雖甚吾猶樂  썰렁함이 심하대도 나는 오히려 즐거우니
爲是身心兩得閒  몸과 마음 모두 한가하기 때문이네 

김언기(金彦璣),《유일재실기(惟一齋實紀)》


[해설] 흔히 유학의 본고장이라면 안동을 꼽고, 스승하면 퇴계 이황 선생을 든다. 그러나 안동에는 퇴계 선생 못지않게 큰 스승이 있었다.

“복주(福州, 안동)의 학문이 흥성한 것은 선생의 창도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라는 칭송이 있을 정도로 수많은 수재들을 길러 냈던 유일재(惟一齋) 김언기(金彦璣 1520~1588) 선생이 그 분이다. 위 시는 본래 율시인데, 뒤쪽 4구만 소개한 것이다. 임진왜란의 와중에서 작품이 대부분 소실되어 남은 것이라고는 이 시 정도뿐이지만, 구봉령(具鳳齡), 권호문(權好文) 등 명사들의 차운(次韻)이 이어졌던 명시이다.

아담한 초가집에서 달과 청산, 아지랑이 같은 자연을 벗 삼으며 강학의 즐거움을 만끽하던 담백한 일생이 시에서 물씬 풍겨난다. 고려 때 많은 제자를 길러 내었던 문헌공(文憲公) 최충(崔沖)의 몇 편 남지 않은 시 중에 ‘뜰 가득 달빛은 연기 없는 촛불이요’(滿庭月色無烟燭), ‘자리에 비친 산 빛은 초대하지 않은 손님일세(入座山光不速賓)라는 구절이 있는데, 스승으로서의 자락하는 모습이 이 시의 정서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스승의 도는 시대를 막론하고 서로 통하는 것인가? 5월 스승의 날, 스승은 스승다운지를 고민할 때다.

후한 때의 위소(魏昭)는 “경서를 배울 수 있는 스승을 만나기는 쉬워도 타인의 모범이 되는 스승을 만나기는 어렵다[經師易遇 人師難遭]”라고 했다. 역사 속 인사(人師)들의 삶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는지?

<자료제공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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