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왜관기지에 드럼통 500개 분량 고엽제 묻어
‘한국에서 근무할 때 고엽제를 묻었다’는 전 주한미군들의 폭로로 시작된 고엽제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한 언론은 현지시각으로 16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근무한 적이 있는 제대 군인 스티브 하우스 씨 등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은 1978년 어느 날 베트남 전쟁에서 고엽제로 쓰인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 55갤런짜리 드럼통 250개를 기지 안에 묻었다. 하지만 23일 이들은 당초 알려진 양의 2배가 넘는 ‘드럼통 500개 이상 분량’의 고엽제를 묻었다고 인터뷰를 번복했다.
하우스 씨는 “그동안 미 국방성과 국가보훈부 등에 캠프 캐럴에 고엽제를 묻었다는 사실을 전하는 한편 이를 한국인들에게도 알려줘야 한다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모두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0여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 사실을 밝히는 것은 내가 죽기 전에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8군, 다이옥신 검출 확인
파문이 확산되자 미8군은 사실 확인을 위해 조사에 나섰으며, 그 결과 23일 2004년 경북 왜관 캠프 캐럴 기지에서 실시한 토양오염 조사에서 미량이지만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미8군이 공개한 기록은 두 가지다. 1992년 미 육군 공병단이 이 지역에 대해 조사한 보고서와 2004년 이뤄진 후속 조사에 대한 보고서다. 미8군 사령관 존 D 존슨 중장은 “92년 보고서에서 화학물질과 살충제, 제초제와 솔벤트 용액이 담긴 많은 양의 드럼통이 매몰됐다는 기록을 확인했지만 당시 보고서에 고엽제가 포함됐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2004년 토양 후속 조사를 실시한 보고서에는 13개의 시추공 가운데 한 곳에서 다이옥신이 함유된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다이옥신은 고엽제의 중요한 성분 가운데 하나로 다이옥신이 발견됐다는 것은 고엽제로 추정되는 물질이 매몰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풀리지 않는 의혹
미군측이 조사에는 나서고 있지만 공개된 보고서의 내용이 충분하지 않아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미군 측이 주기적으로 오염조사를 실시해 온 점이나 2004년 이전의 토양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 등이 이같은 의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더욱이 1992년 보고서에는 1979년과 1980년 연속해 이 물질들이 발견된 주변 40∼60t의 흙이 제거돼 다른 곳으로 옮겨진 사실이 언급돼 있다. 이에 미군이 유해물질을 매몰한 지 불과 1년 만에 다른 지역으로 반출한 것은 이 물질로 인한 토양오염이 심각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조사에 협조는 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의 전말이 드러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978년 캠프 캐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미군의 자체 조사와 한·미 합동조사, 민관 합동조사 등을 거친 후에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고엽제(枯葉劑)
‘인류가 발명한 최악의 물질’이라는 다이옥신을 함유한 독성 제초제로 식물을 말려 죽인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에서 미군이 베트콩의 게릴라 작전을 막기 위해 대량 살포했다. 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알려지면서 국제적으로 고엽제의 사용이 금지됐다. 고엽제의 주성분인 다이옥신은 1급 발암물질로 미량이더라도 인체에 들어가면 두통이나 현기증, 가슴앓이, 피부염 등을 유발한다. 심하면 각종 암과 신경계 마비까지 일으킨다.
‘인류가 발명한 최악의 물질’이라는 다이옥신을 함유한 독성 제초제로 식물을 말려 죽인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에서 미군이 베트콩의 게릴라 작전을 막기 위해 대량 살포했다. 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알려지면서 국제적으로 고엽제의 사용이 금지됐다. 고엽제의 주성분인 다이옥신은 1급 발암물질로 미량이더라도 인체에 들어가면 두통이나 현기증, 가슴앓이, 피부염 등을 유발한다. 심하면 각종 암과 신경계 마비까지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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