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자살에 소방방재청 긴급 근무환경조사
최근 일선 소방관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방관들의 정신건강관리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일고 있다. 지난달 26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25일 전남소방본부 소속의 한 소방령이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는 등 한 달 사이 전남도 소방본부 소속 소방관 3명이 잇따라 자살로 유명을 달리했다. 1999년, 2008년, 2010년에 각 1명씩 자살한 사고는 있으나 소방관 3명이 한 달 사이에 잇따라 자살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건의 심각성을 감안, 소방방재청은 해당 소방서를 방문해 근무 연관성을 조사하는 등 원인 파악에 나섰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자살한 소방관 3명 모두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은 우울증의 발병에 열악한 근무 환경, 승진 스트레스 등이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관리 강화해야
보건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이유를 소방관들의 정신건강관리체계에서 찾고 있다. 소방공무원의 경우 직무 특성상 외상 후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을 해치는 다양한 유해인자에 노출되어 있는데, 현재 이를 효과적으로 치유할만한 정신건강관리체계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중앙소방학교가 현직 소방관 299명에게 ‘직접 경험한 가장 충격적인 일’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소방관의 27%가 ‘처참한 시신을 목격한 일’을 꼽았다. 그 뒤를 이어서는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았던 경험’, ‘사람의 죽어가는 모습을 본 일’ 등이었다.
또 30일 자유선진당에서 발표한 모 조사에 따르면 소방관 중 13.3%는 ‘정신질환 진단이 가능한 수준’의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처참한 사건사고 현장에서 근무를 하다보니 소방관의 상당수가 지속적인 공포, 무력감 등 이른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은 이번 사고에 대한 원인 조사결과를 토대로 전국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상담을 실시하는 등 방지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소방관 정기특수 건강검진을 의무화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소방공무원 보건안전·복지기본법 제정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소방방재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8년 수립된 외상 후 스트레스 관리계획에 따라 소방서별로 건강관리자문 의사를 위촉 운영하는 등 정신건강관리에 나름의 노력을 해왔으나, 이번 사고를 계기로 더욱 강화된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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