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학의 향기, 모두가 남에게 빌린 것
우리문학의 향기, 모두가 남에게 빌린 것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1.06.01
  • 호수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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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之所有(인지소유), 孰爲不借者(숙위불차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남에게서 빌리지 않은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곡(李穀) <차마설(借馬說) >《가정집(稼亭集)》 


[해설] 고려말 학자 이곡(李穀 1298∼1351)이 지은 차마설(借馬說)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집이 가난하여 말을 빌려 타다가 느낀 점을 얘기하면서, ‘빌린다’는데 초점을 두고 논의가 점점 확대되더니, 마침내 ‘임금은 백성으로부터 힘을 빌려서 존귀하고 부유하게 되는 것’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임금의 권력이 백성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오늘날의 민주주의 개념과 다를 바 없으니 당시로서는 대단히 충격적인, 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발언이라 하겠습니다.

권력을 국민에게 잠시 빌린 것, 언젠가 돌려주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권력자가 권력을 이용하여 횡포를 부리고, 비리를 저지르는 일들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이 권력이 절대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오히려 자신을 지켜주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논리는 돈에도 똑같이 적용될 듯합니다.

내가 노력해서 모은 것이라지만 그 과정에는 분명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가난한 사람들의 피땀, 눈물이 들어갔을 테니, 이 돈을 남들에게 잠시 빌린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비록 자기 돈일지라도 좀 더 값있게, 다른 사람이 아프지 않게 쓸 수 있지 않을까요?

환경운동을 하는 분들은, ‘자연은 우리가 후손에게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정말 그 표현대로 우리만 살고 끝날 세상이 아니라 바로 내 아들딸, 내 손자에게 이어질 세상이라는데 생각이 미친다면, 참으로 우리는 후손에게 이 자연을 잠시 빌려 쓰고 있구나, 그러니 최대한 깨끗하고 온전한 상태로 돌려줄 의무가 있구나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처럼 환경을 함부로 망가뜨리는 일들도 조금은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최근 터져 나오는 뉴스... 남의 나라, 잠시 빌린 땅... 그 깨끗하고 아름다운 산하에... 저 끔찍한 물질을 함부로 파묻어 버렸다는... 미국 어느 퇴역군인의 폭로가... 우리의 가슴을... 너무나 막막하고... 아프게 합니다.

<자료제공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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