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학의 향기, 울지 않는 닭을 잡다
우리문학의 향기, 울지 않는 닭을 잡다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1.06.08
  • 호수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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烹不能鳴養善鳴  (못 우는 놈 잡아먹고 잘 우는 놈 기르니)
善鳴猶足暢吾情  (울기만 잘해도 내 속이 다 시원쿠나)
星河夜靜難知曉  (고요한 밤 은하수론 새벽 알기 어렵고)
鍾漏風微未報更  (바람결에 종루 소리 시각 알 수 없는데)
枕上睡蛇頻自遯  (베개맡에 근심거리 자주 기어들어와)
胸中愁緖不能平  (가슴속이 시름으로 편안치 못하더니)
擁衾輾轉無眠處  (이불 끼고 뒤척뒤척 잠들지 못할 적에)
喜聽嘐嘐第一聲  (꼬끼오 첫닭 소리 듣기에도 반갑구나)

성현(成俔 1439~1504) <일찍 우는 닭을 얻고서 집에 키우던 닭을 삶아먹다[得早鳴鷄烹家中舊鷄]>
《허백당집(虛白堂集)》(한국문집총간 14집)

[해설] 당나라 손목(孫穆)의 <계림유사>란 책에 “고려의 방언으로 계(鷄)를 탁(啄)이라고 부르는데 그 음은 달(達)이다”라는 말이 있으니, 옛날부터 우리나라 닭의 이름은 ‘닭’이었던 듯하다.

요즘은 닭의 가장 큰 장점이 맥주의 좋은 친구라는 것이겠지만, 예전에는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닭의 덕목 중 하나였다. 위의 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옛날에는 밤중의 별과 성내에서 어렴풋이 들리는 종루 소리로 시각을 짐작할 수 있었겠지만, 별을 보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성중에서 먼 곳이면 종루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을 테니 그만큼 닭울음소리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었을 듯하다.

닭은 예로부터 다섯 가지 덕[五德]을 갖추었다고 일컬어졌다.
첫째, 머리의 벼슬은 관을 쓴 것과 같다고 하여 문(文)의 덕을, 둘째, 발에 붙은 며느리발톱은 무(武)의 덕을,
셋째, 적을 만나면 용감히 싸운다 하여 용(勇)의 덕을, 넷째, 먹을 것이 있으면 동료를 불러 같이 먹는다 하여 인(仁)의 덕을, 다섯째, 반드시 정확한 새벽에 운다고 하여 신(信)의 덕을 갖추고 있다고 여겼다.

이 밖에 형제들을 잘 보살핀다 하여 의계(義鷄)라고 불렸던 닭의 일화도 문헌에 자주 보이니, 옛 선비들이 닭을 좋아했던 것은 그 화려한 겉모습 때문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그러나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어쩌겠는가. 제 구실을 못하면 잡아먹힐 밖에...

<자료제공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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