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협약 16일 ILO 총회에서 통과, 산재보험과 노동권 보장 가능

KBS 드라마 ‘로맨스타운’에서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 노순금(성유리 분)도 반가워할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노동계의 숙원이었던 가사도우미, 보모, 운전사 등 가사근로자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긴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16일 열린 제100차 국제노동기구(ILO)총회에서 ‘가사노동협약’이 찬성 396표, 반대 16표, 기권 63표로 가결됐다. 가사노동협약이 효력을 가지려면 2개 국가 이상의 비준이 필요하지만, 이미 필리핀과 우루과이가 비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발효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가사노동협약은 가사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 급여와 근로조건, 근로시간 등을 명시한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하도록 했으며, 매주 최소 하루 이상의 휴일을 보장토록 했다. 또 산재보험 혜택과 노조결성 등 근로기본권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담겨져있다.
그동안 가사근로자는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면서, 이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불거지던 상황이었다. 이번 협약체결로 인해 전세계 1억명(공식 통계는 5,260만명), 우리나라의 경우 30만명의 가사노동분야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일반 근로자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ILO관계자는 외신을 통해 “가사근로자들은 불규칙한 근로시간과 저임금에 시달려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지만, 이번 협약의 채택으로 많은 가사근로자들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라고 기뻐했다.
노동계와 정부의 시간싸움, 관련법 조속히 마련해야 VS 시간 두고 추진하겠다
이번 협약체결에 우리나라도 찬성의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것이 노동계의 움직임을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돼버렸다. 노동계는 정부가 찬성표를 던진 것에 대해 반가워하면서도 일제히 국회비준과 법안마련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이번 협약 체결은 가사근로자의 노동권과 인권을 보호하고, 비공식 영역에 있는 여성근로자들의 노동권을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정부는 국회비준과 관련법 마련을 통해 하루빨리 이 협약이 국내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도 “일반적으로 ILO협약은 개별 국가의 비준서가 ILO에 접수된 후 1년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된다는 점에서 지금 당장 비준을 해도 1년이 지나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며 “비준 준비기간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며,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테이블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계 외에 각종 사회단체에서도 정부의 조속한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이들의 바람대로 이번 협약이 조속히 현장에 자리잡을 지는 미지수다. 기본적으로 고용노동부에서는 협약 찬성과 관련법 마련은 별개라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노동계와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용노동부 이채필 장관은 “가사노동협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지만, 관련법 개정과 비준 등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추진할 사항”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노동계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에서는 정확한 실태조사를 먼저 한 후 국회비준과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앞으로 이 협약이 실제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에 대한 노동계와 정부의 팽팽한 대립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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