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학의 향기, 붓
우리문학의 향기, 붓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1.07.27
  • 호수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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善用汝天人性命 皆可以描得 (선용여 천인성명 개가이묘득)
너를 잘 사용하면 천지만물의 이치를 모두 묘사할 수 있지만
不善用汝 忠邪黑白 皆足以幻易 (불선용여 충사흑백 개족이환역)
너를 잘 사용하지 못하면 충사(忠邪)와 흑백(黑白)이 모두 바뀔 수 있다.

채제공(蔡濟恭 1720~1799) 〈필명(筆銘)> 《번암집(樊巖集)》(한국문집총간 236집)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글을 통해 소식을 듣고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며,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역사를 기록하기도 한다.

옛날 공자는 ‘춘추’라는 역사책을 쓰면서 의리를 기준으로 인물의 평가를 내려, 이들이 두고두고 역사의 심판을 받게 했고 역사 속의 수많은 문인들은 자신이 쓴 글이 빌미가 되어 죽음을 맞기도 했다.

우리나라 근대화의 시기에 백성들을 계몽시키는 수단도 글이었지만, 일제 침략기에 일본 제국주의를 선전하며 백성을 현혹시켰던 것도 글이었다. 그런 글을 썼던 친일 문인들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어 역사에 길이 남겨지는 영예(?)를 얻었다. 그런가 하면 현대사에 들어선 독재 권력은 언론을 통제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고, 정권에 비판적인 글을 썼던 수많은 지식인들을 탄압했다.

지금 붓을 들고 있는 지식인들은 과연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묻고 싶다. 혹시 자기의 영예와 이익을 위해 거짓을 진실이라 속이는 글을 쓰고 있지는 않은지? 권력에 영합하여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글만 골라 쓰면서 소외된 현실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다른 사람의 붓마저 꺾어 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자료제공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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