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학의 향기, 님을 보내며
우리문학의 향기, 님을 보내며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1.08.10
  • 호수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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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물은 유유히 밤낮없이 흐르는데(江水悠悠日夜流)
외로운 돛단배는 길손을 위해 머물지 않네(孤帆不爲客行留)
고향 산이 가까워질수록 종남산은 멀어지니(家山漸近終南遠)
시름이 없어지다 도로 생겨나시리라(也是無愁還有愁)

이순인(李純仁 1533~1592) 〈한강송퇴계선생(漢江送退溪先生)〉고담일고(孤潭逸稿)》(한국문집총간 53집) 
퇴계 이황 선생이 선조의 간청에 못 이겨 잠시 벼슬하다가, 이내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였다. 장안의 명사들이 모두 나와 전송을 하는데, 작별의 시가 빠질 수 없는 법.

저마다 솜씨를 뽐내어 한 수씩 읊었는데, 그 많은 시들 중에서 으뜸으로 뽑힌 시가 바로 이 시다. 이 시의 묘미는 뒤쪽 두 구에 있다. 개인적으로야 산림에 묻혀 학문을 하는 삶이 즐겁겠지만, 나라의 중망(重望)을 받는 지식인으로서는 산적한 현안을 등진다는 것이 또 다른 시름의 시작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구구절절 애절한 이별의 슬픔을 언급하지 않고도 상대의 의중과 자신의 아쉬움을 이처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 구절의 모티브는 송(宋)나라 범희문(范希文)의 <악양루기(岳陽樓記)>에서 왔다. “조정의 높은 자리에 있을 때는 백성들을 걱정하고, 멀리 강호에 묻혔을 때는 그 임금을 걱정한다. 나아가도 걱정이요, 물러나도 걱정인 것이니, 그렇다면 언제나 즐거워할 수 있을 것인가?”

지식인층, 지도층에 속한 사람들이 한 번쯤 곱씹어 볼 문제이다.

자료제공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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