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비중 75.4%→67.5%…양극화 현상 심해져
지난 20년간 중산층의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소비여력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1990년부터 20년간 한국의 중산층 변화를 분석한 ‘한국 중산층의 구조적 변화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도시가구 월평균 소득(2010년 2인 이상 322만원)의 50∼150% 범위에 있는 중산층은 지난 1990년 75.4%에서 2000년 71.7%, 2010년 67.5%로 갈수록 하향추세를 보였다.
중산층 표본도 20년 전과 달라졌다. 1990년대에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30대의 고졸자’가 가장 많았지만 2010년에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40대의 대졸자’가 표상이 됐다. 중산층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1990년 37.5세에서 2010년 47세로 열 살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맞벌이 비율도 15%에서 37%로 급증했다.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이 되려면 더 높은 학력과 더 오랜 경제활동을 하고,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지난 20년간 고소득층(가구 월평균 소득의 150% 초과)은 17.5%에서 20%로, 저소득층(가구 월평균 소득의 50% 미만)은 7.1%에서 12.5%로 늘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질은 오히려 감소
중산층이 되기도 어렵지만, 중산층이 살아가는 현실 또한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 가운데 적자가구는 1990년 15.8%에서 2010년 23.3%로 늘었다. 이는 전반적으로 재산소득이 줄어든 반면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각종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중산층의 지출 가운데 부채상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준조세, 사교육비, 통신비 등 4대 경직성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증가했다. 사교육비 지출 비율(가처분소득 대비)은 20년간 2.1%에서 6.0%로, 연금·보험 등 준조세의 비율은 1.7%에서 5.8%로 올라갔다. 통신비 지출도 1.7%에서 5.0%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지출 중 부채 상환 비중은 1990년 10.4%에서 2010년 27.5%로 상승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대체로 감소했다. 중산층의 전체 지출에서 오락·문화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4.3%에서 2010년 4.1%로 줄었다. 음식·숙박비 지출 비중은 2000년 10.1%에서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20년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배 이상 증가했지만 중산층 비중이 줄어들고 가계수지 악화 등으로 삶의 질도 악화하고 있다”라며 “정부는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장기에 걸쳐 분산시키고, 사회보험료를 인상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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