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능인 | 씨앤엠 로보틱스(주) 주상완 대표
“학문적으로 뛰어난 연구 성과라 해도 기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제대로 구현될 수 없고 결국 시장에서 외면 받는 기술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전국기능경기대회 금메달리스트이면서 오사카 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전임교원으로 재직하다 귀국해 제조업에 투신,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는 씨앤엠 로보틱스(주) 주상완 대표. 고용노동부는 그를 쉰일곱 번째 ‘이 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했다.

기능인에서 교수로, 그리고 다시 기능인으로
화려해 보이는 주 대표의 이력 뒷면에는 시련과 고난의 일기도 상당히 적혀 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중장비 사업을 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면서부터 평탄치 않은 삶이 시작된다. 결국 어려운 형편 탓에 학자금 면제의 혜택이 있는 금오공고에 입학한다.
고교생활 중 그는 기능인으로서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기능경기대회 기계조립부문 대표로 선발되어 기능 연마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단순한 신념으로 하루하루를 노력과 꾸준함으로 채웠던 그는 결국 1977년 제12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국립대 진학 기회가 주어져 충남대 기계공학교육과에 진학했다.
대학진학 후 양친이 모두 돌아가시면서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지만 다행히 장학금을 받아 대학을 졸업했고, 5년간 군복무(ROTC)를 거친 후 서울직업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교사생활도 잠시,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갈망속에 결국 일본 문부성 초청 국비 유학 장학생으로 국립 오사카대 기초공학부 제어공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32살의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유학생활에서 그의 기계에 대한 능력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기계의 설계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 됐다.
이같은 능력 덕분에 그는 박사 과정 2년 만에 전임 교수로 임명됐다. 또 석사 과정을 2년 만에,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5년 만에 취득하게 됐다. 큰 일이 없다면 오사카대학의 교수라는 직함도 따 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그는 안정적인 삶을 뒤로 하고 고국으로 돌아와 창업을 결심한다.
“제조업과 부품산업의 대 일본 종속이 심화되는 상황을 극복하고 싶은 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씨앤엠 테크놀로지(씨앤엠 로보틱스의 전신)의 회사 이름도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정신에서 Classic과 Modern의 앞 글자를 따서 지었습니다”

기술과 이론적 배경을 겸비한 기능인이 미래상
직원 2명으로 창고를 빌려 시작한 사업. 열악한 상황에서도 그는 기계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납품하면서 기술력을 쌓아나가 마침내 2000년에 세계 최초로 Centering Device를, 2002년에는 국내 최초로 AC Servo Press를, 2006년에는 세계 최초로 압입력 계측 기능이 내장된 Center Master를 개발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씨앤엠 로보틱스는 현대차, 기아차, 토요타자동차 등 국내와 일본기업에 납품하면서, 연매출 37억원의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초에는 대기업도 쉽지 않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씨앤엠 로보틱스의 첨단기술이 일본에 제공되고, 일본 기업(NPM)이 자본과 인력을 대는 합작법인이 탄생한 것이다. 합작법인은 도쿄에 설립된 NCM.
“인맥도 배경도 없는 저 같은 경우는 기술력과 제품력으로 정면 승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학생활에서 배운 체계적인 이론과 풍부한 현장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과도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현장 기능인과 소통하는 기능적 연구원, 기능과 이론적 배경을 겸비한 연구하는 기능인이 바로 대한민국 기능인의 미래상이라고 봅니다”
이론과 현장을 두루 섭렵한 그가 제시하는 이같은 기능인의 미래상에서 우리 기능인의 존재가치와 앞으로 나아갈 바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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