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선 의원, 전문건설협회와 공동연구자료집 발간
전도, 추락 등 5대 재해만 환산재해율과 연계해야 건설업자 89% “PQ서 불이익 우려” 공상처리
건설현장에서 산업재해의 은폐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은 대한전문건설협회와 공동연구를 통해 건설재해 현황을 상세히 분석한 ‘건설재해 은폐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정책자료집을 최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 공상처리를 통해 은폐되는 산업재해는 전체 재해의 과반을 넘을 정도다. 실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것. 때문에 이 의원은 시급히 제도적인 개선을 통한 은폐 방지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자료집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은 대한전문건설협회와 공동연구를 통해 건설재해 현황을 상세히 분석한 ‘건설재해 은폐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정책자료집을 최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 공상처리를 통해 은폐되는 산업재해는 전체 재해의 과반을 넘을 정도다. 실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것. 때문에 이 의원은 시급히 제도적인 개선을 통한 은폐 방지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자료집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지금도 심각한데, 더?
건설업은 외부에서 그리고 시설물이 이용되는 장소에서 생산활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안전시설 등의 설치가 원활하지 못하다. 또 근로자들의 이동성도 커 재해예방활동에도 어려움이 뒤따르며, 많은 공정이 연속ㆍ복합적으로 이루어져 체계적인 관리를 펼치기도 힘들다.
이런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건설업종에선 여전히 추락, 전도, 낙하ㆍ비래, 충돌 등 후진적인 재해가 빈발하고 있으며, 사망 등의 중대재해 발생비중도 다른 산업에 비해 높다.
실제 산재통계 자료를 보면 건설업 재해자수는 2003년 이후부터 꾸준한 증가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현장의 사고사망자는 총 1,383명인데, 이 중 건설업종 근로자만 556명(40%)에 달한다. 이는 전체 업종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이처럼 드러난 상황만으로도 이미 그 심각성이 입증됐는데, 그간 노동단체와 건설관련연구기관 등은 이같은 현황마저 축소·은폐된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이런 상황 속에 이정선 의원은 그동안의 은폐관련 자료를 종합, 발표함으로써 본격적인 논란의 점화를 예고했다.
얼마나 감춰지고 있나
산재은폐현황은 다각도로 추정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요양일수별 재해건수를 분석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07년과 2009년 요양일수별 재해건수를 보면, 4~28일까지의 요양기간을 요하는 재해건수의 비중은 각각 16.5%(2007년)와 9.7%(2009년)로 나타났다.
상위 단계인 29~90일 요양재해가 2007년 63.9%, 2009년 46.7%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4~28일 재해 즉 4주 미만 재해의 발생이 매우 적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는 4주 미만 재해의 산재보험 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산재은폐현황을 알아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건설업자들과 산재근로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가 있다. 이 방법은 전에도 여러 차례 실시된 바 있다. 그중 가장 최근 것을 살펴보면 2010년 대한전문건설업체가 전문건설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재은폐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6.5%가 공상 처리를 했다고 답했다. 사실상 재해의 과반이상이 은폐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심각성은 이전 설문조사들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2001년 노동건강연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54.8%가, 2002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선 64%가, 2008년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선 83.1%가 공상처리를 했다고 답했다.
이외 한국노동연구원(1996년, 41.2%),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200년, 69.1%) 등의 설문조사결과를 종합하면, 약 65% 정도의 재해가 은폐되어 공상처리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감안하면 2009년 건설재해자 20,998명(사망자 606명)이 건설업 전체 재해자의 35%라고 가정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실제 재해자는 약 6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실제라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왜 은폐를 선택하는가
건설재해 발생 시에는 산재보험에 의한 처리가 정상적인 처리방법이다. 헌데 이 정식절차를 두고 왜 건설업자들은 은폐를 선택하는 것일까?
그것은 공상처리가 건설업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도 있다는 어긋난 인식 때문이다. 먼저 근로자들은 공상처리가 과다보상금을 수령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건설업자의 경우 환산재해율이 높으면 PQ심사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상당부분 재해 근로자의 요구를 수용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사업주(건설업자)의 입장에서는 재해율을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이를 통해 공공공사 수주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어 공상처리를 택한다.
이를 종합적으로 볼 때 문제의 핵심은 PQ(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제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부는 재해예방에 관한 건설업사업자의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PQ 신인도항목으로 환산재해율을 활용하고 있다.
헌데 이 PQ에서 환산재해율은 건설업자에게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환산재해율이 높으면 불이익을 받게 되고, 이는 수주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2년 한국사회복지연구소가 168개 종합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산재은폐현황과 원인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원도급자인 종합건설업체의 경우 전체의 88.7%인 149개 업체가 공상처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PQ에서의 불이익 때문’을 꼽았다.
이 의원은 “조사결과를 볼 때 산재은폐의 가장 큰 원인이 PQ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들 설문조사가 과거의 자료이기는 하나, 입찰과정을 거쳐야 하는 건설업체로서는 변화된 것이 없기에 이같은 우려는 계속된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은폐가 남긴 부작용
산재 은폐 즉 공상처리는 당장은 이득일지 모르나 사실 그 이면에는 많은 폐해가 있다.
첫째로 재해를 입은 건설근로자의 치료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산재보험을 통한 정상적인 재해치료 및 사후치료 등이 어렵기 때문이다. 재해가 산재보험으로 처리되는 경우 근로자는 정당한 보상과 후유증에 대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산재보험으로 처리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정상적인 요양치료를 받기 어렵고, 후유장해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치료 및 보상을 받기가 힘들다.
두 번째로 건설업자에게 이중부담이라는 고충을 안겨준다. 건설업자들은 공사 수행을 위해 의무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하여 보험료를 납부한다. 또 민사상의 책임에 대비하여 근로자재해보장보험에 가입,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공상처리를 하게 되면 이들 보험을 활용할 수가 없게 된다. 즉 건설재해 발생 시 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하고 건설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놓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추가로 금전적인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 공상처리는 건설품질의 저하로도 이어질 우려가 크다. 공상처리는 건설사 입장에서 예상치 못한 비용이 지출되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건설업자들은 재해가 발생할 시 공상처리를 할 것을 감안, 미리 일정한 비용을 공사비에서 확보해 놓으려 노력한다고 한다. 이 경우 실제 공사에 투입될 비용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는 건설품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은 “특히 최근과 같이 공공공사의 예정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원도급낙찰률과 하도급낙찰률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더 공사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개선방안은 무엇?
이 의원은 산재은폐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환산재해율 PQ 활용 방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핵심은 전도, 추락, 끼임, 충돌, 낙하ㆍ비래 등의 5대 재해유형만 PQ 신인도항목의 환산재해율과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당초 PQ에 환산재해율을 반영한 목적이 사업주의 안전의식 제고였으나, 현 상황에서는 산재은폐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건설현장에서 다발하고 있는 이들 재해만 환산재해율에 연계시키면 본 목적을 달성하면서 재해은폐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의원은 “중대재해를 야기하는 후진적인 유형의 재해를 집중적으로 관리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개선사항으로 이 의원은 물적 요인에 의한 재해만 환산재해율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다. 건설재해 중 물적 요인에 의한 재해는 사업주의 책임이 큰 재해라고 할 수 있기에, 물적 요인에 의한 재해만 PQ에 반영하고, 인적 요인에 의한 재해는 PQ 신인도항목의 환산재해율에서 제외한다면 재해은폐가 감소된다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이다.
아울러 이 의원은 사전예방활동에 PQ가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산재은폐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의원은 “사전예방활동에 가점을 주게 되면 최고관리자의 관심과 투자를 유인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곧 산재은폐감소는 물론 나아가 실질적인 재해 예방효과도 불러오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 의원은 ▲과거 공사의 안전관리정도를 평가해 가감점을 부여하는 방안 ▲현행 빈도 위주의 PQ 환산재해율 산정방법을 재해강도에 따른 가중치 부여방식으로 전환 ▲재해발생 가능성에 따라 건설현장별 가중치 차등 적용 ▲산재은폐 적발 업체는 PQ 심사 시 1년 간 가점배제 ▲근로자의 중과실에 의한 재해, 재해율 산정에서 제외 등도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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