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능인 (주)대경테크노 곽현근 대표

“어려운 가정 형편, 짧은 가방끈은 결코 장해물이 되지 않았습니다. 장인정신을 가지고 끈기 있게 도전하고 매진해나간다면 누구나 기능인으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같은 근성만 있으면 됩니다”
생산 기술직 사원으로 시작해 부품소재 산업 분야에서 탄탄한 업적을 이루어낸 (주)대경테크노 곽현근 대표. 자신을 오뚝이 인생이라 소개하는 그를 고용노동부는 쉰 여덟번째 ‘이 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했다.
어려운 생활환경에 학업도 포기
1960년 충남 천안에서 9남매 중 다섯 번째로 태어난 곽 대표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당시 최고의 공업 도시였던 구미로 무작 향했다. 그리고 도금공장, 건설현장, 직물공장 등에서 온갖 어려운 일을 가리지 않고 했다.
하지만 그의 생활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6개월 동안 꼬박 세끼를 국수로 해결했던 때도 있었다. 그보다 그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은 기술인으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러던 중 그는 1976년 (주)오성전자의 프레스 사업부 생산직으로 입사하게 되면서 드디어 기술자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하지만 부푼 희망도 잠시, 그는 야간작업 중 손을 다치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다친 손으로 정교한 금형작업을 해야 했으므로 남들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손에 박히는 굳은살도 예전보다 더 늘어갔다. 그는 여기서 절대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로 승부를 보겠다는 신념이 더욱 굳건해졌고, 이에 비례해 실력도 더 쌓여갔다.
“다친 손을 보니 오히려 오기가 생기더군요. 치료 후 금형기술부로 복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일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1년간 청소, 1년간 조수 일을 한 후 바로 조장이 될 만큼 빠르게 기술을 습득해 갔습니다. 어려서부터 눈썰미, 손재주 하나는 마을에서 제일이었거든요”
기술력과 영업능력을 모두 갖춘 기능인
1983년, 곽 대표는 정들었던 오성사를 나와 한일합작법인이었던 (주)한국대화금속의 기술영업부서로 전격 이직하게 된다. 새로운 영역에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새롭게 시작한 기술 영업은 그에게 기술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갖게 해줬다. 관련분야의 기술 정보와 동향 등을 파악할 수 있어 기술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된 것. 도면접수에서 공정분석, 원가분석까지 기술 전반에 대해 전체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이 때 갖출 수 있었다고 곽 대표는 회상한다.
그렇게 17년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금형분야 최고 기능인이 된 곽 대표. 하지만 또 다른 시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외환위기로 (주)한국대화금속의 사업부가 축소 운영될 수밖에 없었던 것. 그 때 그는 새로운 인생을 열어가겠다 생각하고 과감한 판단을 내렸다.
“막연히 내 사업을 하고 싶단 생각은 했지만 갑자기 회사를 나오니 막막하더군요. 그래도 ‘기술력을 밑천삼아 살아온 대로 정직하게, 열심히 살아보자’고 마음먹었죠. 집사람의 적극적인 권유도 있었고요”
1999년 (주)대경테크노의 시작은 미비했다. 전 재산을 털어 60평 규모의 작은 공장과 범용 프레스 기계 5대를 마련했다. 곽 대표와 아내, 직원 1명이 주문받은 부품을 밤 새워가며 열심히 만들었다. 주로 수주 받아 생산한 제품은 휴대폰 부품이었다. 다행히도 24년간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 성실성이 빛을 발하면서 사업은 조금씩 성장했다.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2004년부터는 언젠가 기회가 오리라는 믿음으로 정밀가공 분야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하며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추구했다. 이러한 믿음은 지난 2009년에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된다. 높은 품질과 경쟁력 있는 제조 단가, 안정적인 생산 가능성 등을 인정받아 ‘개방형 톤휠(회전하는 물체의 회전속도를 감지하기 위해 회전체에 설치되는 부품)’을 휴대폰 부품 제조회사에 납품하게 된 것.
이때부터 (주)대경테크노는 급성장하면서 현재에는 연매출 172억원, 종업원수 47명, 현대기아차 협력업체와 자동차 부품 글로벌회사인 ‘타이코 일렉트로닉스’에 제품을 납품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에는 사출성형 확대로 어셈블리 제품의 원스톱 양산 체제를 구축하며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공계들의 사회진출에 발판 마련
곽 대표는 이제 산업현장 외에 또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회사 경영으로 바쁜 가운데에서 어려운 환경에 놓인 학생들을 돕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 현재 금오공대, 구미1대학, 구미고 등에 지속적으로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다.
“내가 어렵게 공부해서 그런지 어려운 환경 속에 있는 학생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내게 도움을 받은 학생이 훗날 성공해 또 다시 어려운 학생들을 도울 수 있다면 저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이공계 출신들을 지원하는 ‘곽현근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기능인력, 이공계로 진출해야 우리 제조업이 강해집니다. 전문계 고등학교 출신을 비롯하여 기능인력들이 우리 제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그만큼 대우받는데 제가 미력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젊음과 열정을 다 바쳐 자신만의 위치를 확고히 구축해낸 곽현근 대표. 자신의 회사를 넘어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의 발전을 생각하는 모습을 볼 때, 그가 왜 이달의 기능인으로 선정됐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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