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인천산재병원 이소영 내과장
근래 가을비가 거세게 내리더니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졌다. 여기저기서 기침소리가 들리는 게 감기환자도 부쩍 늘어난 듯하다. 그래서일까 요즘 주변에서 독감예방접종에 대한 문의가 상당히 잦아지고 있다. 문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독감예방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많다는 얘기. 이런 점에서 지면을 빌려 독감예방접종에 대한 상식을 몇가지 알려주고자 한다.
먼저 접종을 논하기 위해선 백신을 알아야 하는 법. 여타 백신이 그러하듯 독감예방백신의 주성분도 병원균이다. 다른 예방주사들과 마찬가지로 약한 병원균을 몸속에 투입시켜 그 병원균에 대한 항체를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이리 되면 나중에 같은 병원균이 침투했을 때 우리 몸이 스스로 방어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럼 백신을 맞는 즉시 우리 몸이 방어능력을 갖게 되는 것일까? 아니다. 우리 몸이 항체를 만들어 내기까지는 대략 2주에서 4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독감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한 달 전쯤에 미리 맞아두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10월 중순부터 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하니 9월에서 10월초가 예방접종을 하기에 적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아마 의문점이 하나 더 들 것이다. 독감예방접종을 맞으면 이제 평생 독감에 안 걸리는 것인지. 이것 역시 대답은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예방접종으로 생성된 항체는 약 5개월 동안만 지속된다. 그러니 올해 독감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올해의 예방접종은 예년과는 조금 다른 사항이 있으니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다. 많은 이들이 알겠지만 지난 겨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신종인플루엔자 바이러스(A형 H1N1), 일명 신종플루로 큰 홍역을 겪은 바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런 점을 반영, 올해 생산된 독감 예방백신에는 신종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포함시켰다. 따라서 독감예방접종을 할 경우 신종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따로 할 필요는 없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그 해 유행할 것으로 예측한 몇 가지 독감 바이러스를 함께 넣어 새로 백신을 만든다.
백신과 접종에 대해 알아봤으니 다음은 문제의 핵심인 ‘감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아데노바이러스, 라이노바이러스 등 수백여 종의 바이러스가 단독으로 혹은 혼합되어 감염을 일으키는 질병인 감기는 의학적으로 ‘상기도 감염’이라고 불린다.
사계절 모두에 걸쳐 걸릴 수 있으며, 주요 증상은 콧물흐름, 목 따가움, 가래 생성 등이다. 성인의 경우 1년에 평균 2~4회 정도 감기에 걸리는데,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종류가 워낙 많다보니 갈수록 감기에 걸리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겨울철에 주로 유행하는 감기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으로 고열과 오한, 두통, 전신 근육통, 소화불량과 같은 위장관 증상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심한 경우 경련, 혼수상태, 급성기관지염, 폐렴 등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므로 65세 이상 노인과 소아, 면역력이 저하된 만성질환자, 그리고 이들과 생활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예방접종을 맞는 것이 좋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예방접종을 했다고 감기에 대한 준비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독감예방주사를 맞았더라도 감기에 걸릴 수 있다. 때문에 평소에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에 주의를 기울이는 한편 올바른 영양섭취와 건강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독감예방접종을 한 상태는 약한 병원균이 투여된 상태라는 점이다. 이때는 약간의 감기몸살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자연스러운 반응이니 너무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
허나 증상이 2~3일 이상 지속되거나 심한 피부발진, 호흡곤란, 눈 주변의 점막 부어오름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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