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입증 책임 근로복지공단으로 전환되나
산재입증 책임 근로복지공단으로 전환되나
  • 임동희 기자
  • 승인 2011.10.26
  • 호수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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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필 장관 “공단이 철저히 현장조사하는 방향으로 개선”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신모씨(56)는 현재 장애 2등급의 산재근로자다. 자신은 운이 좋아 산업재해자로 인정받았지만, 주위에는 산재인정을 받지 못한 채 홀로 병원에서 요양을 하는 근로자들이 많다고 한다.

그는 산재인정 기준이 완화되어 산재로 고통받는 근로자들이 더 큰 아픔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2008년 44.7%, 2009년 39.4%, 2010년 36.1%. 이는 우리나라 산재 인정률의 추세다. 사고를 당한 근로자의 경우 명백한 증거가 있어 그나마 나은 상황이지만, 업무연관성의 정확한 입증이 어려운 각종 질병과 관련해서는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예상외로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산재판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지난 2008년 7월 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근로복지공단의 6개 지역본부에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설립했다.

하지만 질판위 구성 이후 질병과 업무의 관련성에 대한 판정기준 등이 한층 까다로워지면서 갈수록 산재인정률이 낮아지고 있다. 세부적으로 볼 때 질판위가 판정하는 뇌심혈관질환, 근골격계질환, 정신질환, 세균성질환, 간질환 등 5대 질병 중 세균성과 간질환을 제외한 나머지 질병의 산재 불승인율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특히 암과 관련한 산재 불승인율은 최근 들어 높게 나타나는 추세다. 암 관련 산재불승인률은 2008년 84.4%, 2009년 86.4%, 2010년 82.1% 등이다. 사실상 10건 중 8건 이상이 불승인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낮은 산재인정률을 개선하고자 최근 환경노동위원회를 비롯해 시민단체, 노동계 등이 적극 나서고 있다. 질판위의 판정기준 등을 완화해 더 이상 산재불인정으로 고통받는 근로자들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환노위 정진섭 의원은 “산재기금의 사용과 관련해 금액은 늘어나면서도 사용은 너무 인색한 경향이 있다”라며 “근로복지공단이 경제논리로 접근하면서 기준(산재인정)이 매우 까다로워진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다친 근로자들은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며 “너무 경제마인드만 앞세우지 말고 근로자들을 도와주고자 하는 취지로 접근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덧붙여 주장했다.

아울러 이미경 의원은 “폐암을 제외한 다른 암의 산재인정은 연간 10여명에 불과한데, 이는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의 1000명 수준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관련법 개정을 통해 인정기준을 크게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업무상질병판정제도의 개선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근로자에게 부과되어 있는 산재 입증책임을 사용자 또는 근로복지공단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의 적용여부를 판단하는 책임은 의료기관, 그리고 산재의 입증책임은 근로복지공단에게 부여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리적 운영방식 모색해볼 것”

정부도 제도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은 향후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입증책임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장관은 “종전의 업무수행성 요소를 삭제함에 따라 너무 엄격한 측면이 있어 근로자의 입증책임을 최대한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는 근로복지공단이 철저한 현장 조사를 통해 산재를 입증하는 방향으로 개선해나가겠으며, 필요하다면 이와 관련한 인프라도 보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산재인정 기준도 앞으로 다소 완화되는 쪽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복지공단 신영철 이사장은 “질판위 별로 판정이 다르게 나오는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업무상재해 인정기준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현재 3개 소위를 구성해 합리적인 운영방식을 구축하려 하고 있으며, 조만간 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합해보면 앞으로 근로자의 입증책임과 산재기준이 완화되면서,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는 근로자들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제도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개선 시기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양대 노총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업무상질병판정제도의 대폭적인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고 여야 의원들 역시 관련 법 개정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이어서, 업무상 판정제도를 둘러싼 정부와 여야 의원, 노동계의 논의는 올 연말 또는 내년 초에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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