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연운동협의회 김은지 사무총장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액 5조7천여억원에 달해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흡연 때문에 발생한 우리나라의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5조6,39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이 유발하는 각종 질환 등으로 조기에 사망하면서 생기는 소득손실액이 무려 3조5,214억원에 달했다. 진료비(1조4,252억원), 간병비(1,896억원), 교통비(203억원) 등의 손실액도 무시 못 할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개인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흡연 때문에 생기는 작업손실액은 3,038억 원으로 추정됐으며, 간접흡연에 따른 피해 비용은 1,715억원, 담뱃불 화재로 인한 재산피해액도 7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흡연으로 인한 손실액이 큰 이유 중 하나로 그만큼 우리나라의 흡연 인구가 많은 것을 꼽을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우리나라 만 19세 이상 성인의 흡연율은 27.3%로 조사된 바 있다. 성별로는 여성의 흡연율이 7.3%로 비교적 낮은 반면 남성은 평균치보다 2배 가량 높은 47.7%로 나타났다.
여기에 간접 흡연까지 더하면 실상은 더 심각해진다. 비흡연자(평생 비흡연자, 과거 흡연자) 중 직장 또는 가정 실내에서 다른 사람이 피우는 담배 연기를 맡은 비율은 무려 41.7%에 달했다. 비흡연자 중에서도 10명 중 4명이 비자발적으로 담배 연기를 흡입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담배는 본인과 타인의 건강에 해로울 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손실을 끼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흡연율은 시간이 흘러도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담배를 정말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금연의 시작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최근 들어 담배의 해악이 널리 알려지면서 금연을 시도하는 흡연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금연을 생각하는 모든 흡연자들이 금연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그들 중 대부분이 ‘담배?, 한 번에 끊을 수 있어’라는 식으로 금연을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연을 한번이라도 시도해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이다.
백해무익한 담배, 어떻게 해야 금연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김은지 사무총장을 통해 근로자들이 가장 효과적으로 금연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금연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해 봤다.

Q. 한국금연운동협의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지난 1988년 ‘담배 없는 세상’을 기치로 삼아 창립된 이래 계속해서 금연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금연과 관련된 각종 연구사업을 하고 있으며, 금연 홍보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에서 금연정책을 펼 때 어떤 방법이 효과적일지에 대한 제안도 하고 있지요.
그 외 사업장을 대상으로 금연 교육과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보건소 금연 담당자, 학교 교사 등을 대상으로 금연 지도자 교육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금연을 위한 근로자건강증진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Q.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많이들 알고 있습니다. 흡연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설명부탁드립니다.
담배 1개비를 피워도 우리 몸 안에는 4천여종의 각종 유해화학물질이 들어오게 됩니다. 이로 인해 각종 암과 심혈관계 질환, 호흡기계 질환에 걸릴 확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의약계에서는 폐암 발병원인의 약 90%를 흡연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루에 담배를 한 갑씩 40년을 피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폐암에 걸릴 위험이 20배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 흡연자의 뇌졸중 발생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2~3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대마초나 필로폰 같은 물질보다 더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 바로 담배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흡연의 폐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흡연으로 인해 몸에 유입되는 유해물질 중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일산화탄소입니다. 일산화탄소는 산소결핍을 불러오고 혈관을 수축시키기 결과를 가져옵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 몸에는 폐를 통해 산소가 들어옵니다. 산소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몸 구석구석에 퍼지게 되는데, 이때 일산화탄소에 노출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산소와 헤모글로빈의 결합력이 1이라면 일산화탄소와 헤모글로빈의 결합력은 300정도입니다.
다시 말하면 산소와 헤모글로빈이 결합되지 못하고, 산소 자리를 일산화탄소가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산소가 부족해지면 신진대사가 떨어지고, 체내 각 세포가 노화 혹은 괴사되면서 각종 질환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지요.
Q. 위와 같은 위험성이 있는데도 사람들은 왜 금연을 하지 못할까요. 그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흡연은 그 피해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흡연으로 인한 질환은 대략 20년 정도가 지나야 나타나는데, 그 기간까지는 흡연을 하더라도 머리가 조금 아플 뿐 별다른 증상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흡연을 하면서도 그 위험성과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이것이 흡연의 가장 무서운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효과적인 금연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금연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 번에 담배를 끊는 방법도 있고,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 금연보조제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금연 방법은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연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명심해야 될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금연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금연을 시작하기 전에는 가장 먼저 ‘나는 왜 담배를 피우고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반드시 찾아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는 이유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정말 담배 때문에 스트레스가 해소 됐을까요? 아닙니다. 담배를 피우는 그 순간, 머리를 잠깐 식히는 그 순간에 담배를 피고 있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해소됐다고 오인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흡연의 원인을 파악했다면 금연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금연방법은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면 됩니다. 금연 보조제를 먹거나,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지압계를 이용해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금연을 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하는 점은 담배가 생각나는 않도록 주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커피를 마시면서 담배를 피는 습관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당연히 담배 생각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커피 보다는 녹차나 쥬스 등 다른 음료를 자주 마시면 금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담배를 끊기 위해서 반드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금연을 실패했던 사람들을 면담해 보면 대부분이 ‘나는 결국에 금연에 성공하지 못할꺼야’라는 생각을 먼저 했던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참고 넘긴다면 금연이 가능한데도 ‘남들이 쉽게 금연하지 못하니까 나도 금연에 실패해도 괜찮아’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자기도 모르게 다시 흡연을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생각을 금연을 시작하기 전부터 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Q. 최근 금연운동을 시행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금연운동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각 사업장에서는 위와 같은 금연방법 및 수칙을 고려해 근로자의 금연을 유도해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또 가능하다면 포상과 같은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 때에는 단순히 금연자 개인이 아닌 팀단위, 부서단위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이 좋습니다. 그렇게 되면 금연을 격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마지막으로 선진국의 금연 정책·문화 중에서 도입이 필요한 것이 있다면?
흡연에 대한 시각 차이를 얘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미국에서는 음식점은 물론 술집에서도 금연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왜 이들 장소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을까요. 술집이나 식당을 찾는 비흡연자들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바로 그 장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를 때문입니다.
술집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하루 종일 담배 연기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연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 청소년, 유아·노약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가운데에서도 일정시간 동안 작업을 계속하는 근로자가 있는 공간에서는 흡연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PC방과 식당입니다.
그리고 그 규제가 효과를 보면 금연구역을 차츰 늘려나가고 담배가격을 자연스럽게 올리다 보면, 흡연인구는 분명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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