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종 최대 수혜 기대
4년을 넘게 끌어 온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비준 과정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FTA 비준안 처리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국책연구기관들은 한미 FTA체결로 향후 10년간 실질GDP는 5.7% 증가하고 연평균 27억 7,000만달러의 추가 무역수지 흑자가 발생한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35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종별로 희비 갈려
한미 FTA 비준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공산품과 농축수산물의 관세장벽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장 많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이 바로 자동차업이다. 미국은 FTA발효 후 곧바로 현 관세 2.5%를 없애고, 한국은 발효 시 관세를 현 8%에서 4%로 내린다. 그리고 4년 후에는 관세를 완전히 없앤다. 이같은 조치에 따라 우리나라 업체들은 단기적으로 볼 때 현지 공장의 원활한 부품조달이 가능해지고, 중장기적으로는 완성차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계가 얻는 혜택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2.5%~10%에 이르는 자동차 부품 관세가 즉시 철폐됨에 따라 대미 수출이 3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섬유업종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모직물의 경우 2.5%의 관세가 철폐되면 현재 ㎡당 5.5달러에서 4.1달러로 가격이 인하돼 중국산(㎡당 4.8달러)보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반면 FTA 비준에 따라 농어업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품목은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각각 15년과 10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 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협정 발효 후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는 15년 뒤에 농어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누적 피해액이 12조 6683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약산업도 한미 FTA에 따른 피해 업종 가운데 하나다. 지적재산권 보호 의무가 강화되면서 복제약이나 개량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는 것이 국내 업계 입장이다.
한미 FTA효과, 체감할 수 있을까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에서 수입되는 식품과 공산품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저렴하게 질 좋은 재화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FTA가 반드시 가격 인하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한ㆍ칠레 FTA와 한ㆍ유럽연합 FTA의 결과를 놓고 봤을 때 독점 수입 등 현행 유통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FTA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칠레와 FTA 발효 후 칠레산 와인은 2004~2009년까지 15%의 수입 관세가 순차적으로 철폐됐음에도 값은 더 올랐다. 대표적인 예로 칠레에서 7~8달러에 판매 중인 ‘몬테스 알파’의 경우 국내에서는 지난 2년간 20% 이상 올라 4만 4,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 7월 발효된 한ㆍEU FTA도 비슷한 상황이다. 유럽산 명품의 가격 인하가 기대됐었지만 오히려 가격은 더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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