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안전한 농업인이 미래 사회의 주역
‘强, 小, 農은 건강한 농업인으로’ 심포지엄 개최 농업은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광업, 건설업에 이어 3대 위험업종으로 분류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농산업 재해율은 1.38%로, 전체산업 평균 재해율 0.69%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상황이다.
최근 농촌의 고령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을 비롯해 농기계 사용의 급증 등 여러 위험요인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농업인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 속에 지난달 30일 의미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나라당 신성범, 조진래, 황영철 의원과 농촌진흥청, 일본농촌의학회 등은 국회의원회관에서 ‘强(Strength) 小(Small business) 農(Safe farm)은 건강한 농업인으로’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한일 전문가가 모여 농업인들의 안전과 보건 향상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행사의 의미에 맞게 심포지엄에는 한일 농업안전보건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농촌진흥청 민승규 청장은 “농작업재해 예방은 경제적 손실비용 절감과 농업인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농진청은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농작업재해 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전국 농업인들에게 적극적으로 확산시켜나가는 한편, 예방관리를 위한 연구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농촌의학회 다츠미 마사노부 부이사장은 “최근 한국과 일본 모두 농기계 사고 및 농부증 등의 각종 질환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라며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양국의 여러기관 및 단체, 개인이 각각 수집해온 안전에 대한 정보가 적극 공유되어, 그에 대한 유효한 사고예방 대책이 확립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행사의 취지대로 농업인들의 안전보건에 대한 다양한 정책적 방안들이 제시됐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농업인 안전 위해서는 통계 관리가 필수
농업인들의 안전과 건강 문제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꾸준히 논란돼 왔지만, 그 근본적인 문제점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고상백 교수는 통계의 미흡함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농업인안전공제에 따르면 농업의 직업손상 천인률은 17.5%로 산재 전체 천인률 7.7%보다 2배 이상 높다. 또한 농업인 총손상에서 작업손상의 비율은 무려 50%에 달하고 있다.
현재 농업인의 재해현황과 특성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이처럼 농업인안전공제 자료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 농업인안전공제의 경우 농업인구의 40%만이 가입되어 있는 상황임을 볼 때, 이 역시 정확성에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상백 교수는 농업손상이 타 직업의 손상보다 더 큼에도 불구하고 농업 손상현황 통계가 체계적으로 정립되지 못해, 그 원인 파악은 물론 대책마련도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농업인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초자료의 수집이 필수”라며 “정부가 농업재해에 대한 실태조사 및 통계 분석에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상황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2000년도를 기준으로 일본 농업종사자는 약 857만 7천여명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1년간 일본 전역에서는 약 45,000건 이상의 사고와 45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각 지역별 수치를 잠정적으로 모아서 집계한 것일 뿐,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일본농촌의학회 오우라 에이지 교수는 “일부 단체에서 개별적으로 실태조사를 하고 있을 뿐, 중앙에서 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에 사고 경험이 제도개선이나 대책수립으로 연결되지 않음은 물론, 조직적인 안전활동으로도 연계되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오우라 에이지 교수는 “타 분야는 법적인 규제가 있지만 농작업의 경우 이마저도 없는 상황으로, 체계적인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라며 “이에 비슷한 환경에 놓인 한국과 양국이 정보를 교류하면서 체계를 함께 만들어나간다면 양국의 재해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정부차원의 관리책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농업인 안전보건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고, 농작업 재해를 총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양대의과대학 이수진 교수는 “농업인들의 재해는 안전보건기준, 관련규제 및 관리체제의 부재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라며 “정부 내에 농작업 안전보건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을 갖추고, 농작업 재해예방 및 보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사)한국사회정책연구원 윤조덕 부원장은 “업무상 재해예방, 전문적인 치료 및 재활, 적절한 보상 등 농업인 재해에 대해서 범국가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농업인들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종합지원체계가 우선적으로 구축돼야 하며, 농업재해의 원인 분석 및 대책개발을 위한 연구기능도 크게 강화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본농촌의학회 오우라 에이지 교수는 “무엇보다 중대사고 또는 많이 발생하는 사고가 계속적으로 보고되고, 그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제도 및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라며 “사고 발생에 대비해서는 신고, 구출방법, 응급처치, 의료서비스 등에 대해 관계기관과 연계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농업인들을 위한 인프라 및 제도를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도시기반이 취약한 농업지역의 현실을 감안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이성 정책부회장은 “의료 소외지역에 의료서비스를 대폭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라며 “농어촌 의료서비스를 재분류해나가고, 각 도별로 국립의료원에 농부증 전문병동을 설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농업신문 스즈키 유코 농정경제부 차장은 “농협 등의 관련기관 내에 농가의 안전을 담당하는 안전관리원을 설치해 안전점검과 안전교육을 철저하게 시행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농업재해보상법 시급히 도입해야
일본농촌의학회 오우라 에이지 교수는 농작업재해에 대한 연구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기계는 물론 사다리, 접사다리, 낫 등 도구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거나 분석하는 기관이 없다”라며 “실제 용도에 가장 안전할 수 있는 기계 및 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며, 농촌의 고령화를 대비하기 위해서 고령자 사양의 농기계를 개발하여 일선에 보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양대 의과대학 이수진 교수는 최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농약문제에 대한 대책마련을 관계기관에 촉구했다.
그는 “농촌진흥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농약급성중독증상을 경험한 농업인이 66.2%, 실제 병원에 내원한 환자가 8%, 입원한 환자가 3.7% 등에 달할 정도로 농약중독 문제가 심각한 상황”라며 “농작업 현장에 존재하는 인간공학적 위험요인, 농약사용량, 개인별 농약노출수준, 개인보호구 착용률 등에 대한 자료를 데이터화하고, 이를 토대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이성 정책부회장은 농업인들의 숙원인 ‘농업인재해보상보험법’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사고 예방도 중요하지만, 농업인들의 경제적 현실을 볼 때 사고 후 대책도 매우 중요하다”라며 “농업인안전공제 외에 산재수준의 농업인노동재해보상보험법을 시급히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업의 경우 일반 산재와 달리 직무수행으로 인한 질병여부의 판단이 모호해질 수 있다”라며 “이에 재해보상 급여 책정 시 재해의 인정범위를 좀 더 포괄적으로 적용하고, 농업활동으로 인한 직업병에 대해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서 보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농진청, 자율안전관리 문화 확산에 주력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향후 우리나라의 농업안전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우리나라는 ‘제2차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 지역개발 5개년(2010~2014) 기본계획’에 농업재해 예방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키고, 농작업 안전모델시범사업 등의 안전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의식교육, 근골격계질환 예방체조 보급, 작업환경 개선, 편의장비 지원 등의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농업근로자들의 안전의식이 기본적으로 크게 낮은 가운데 농업안전보건 국가관리시스템이 미흡하면서 강화된 정책은 아직까지 큰 실효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농촌진흥청은 향후 농업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해나가는 가운데, 농업현장에 자율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 데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농진청의 이경숙 연구원은 “연구전담 조직의 조직화, 전문관리자 육성, 농업기술센터 기능강화 등 정책적인 문제에 적극 대처해나가는 한편, 사전예방과 사후보장을 위한 제도적 행정적 지원체계를 구축하는데 힘을 모으겠다”라고 전제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까지는 정부주도의 재해예방 사업을 펼쳤지만 앞으로는 농업인 경영주와 근로자가 스스로 움직이도록 하는데 중점을 필요가 있다”라며 “안전농가 인증제(내년 시행예정) 등 자율안전보건을 실천토록 하는 사업을 충실히 시행해나가는 한편, 농업인들의 정책제안을 유도하면서 농업인 위주의 정책도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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