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철도 사고, 1분의 방심이 결국...
공항철도 사고, 1분의 방심이 결국...
  • 임동희 기자
  • 승인 2011.12.14
  • 호수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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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5명 사망, 부실한 관리감독 등 전형적인 인재로 판명지난 9일 0시 29분경 코레일공항철도 계양역에서 인천공항 방향으로 1.3km 떨어진 선로 위에서 동결방지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달리던 열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8명 중 5명은 그 자리에서 숨지고 1명은 중상을 입었다. 나머지 2명은 작업현장에서 떨어져 있어 화를 면했다.

사고현장에서 경찰과학수사반, 경인지방고용노동청, 공항철도 관계자들이 합동조사를 벌인 결과, 이번 사고는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로 귀결되고 있다.

먼저 철도 막차가 끊기기 전에 근로자들이 선로 작업을 시작한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고 당일 현장 작업의 승인시각은 0시 50분이었다. 매일 0시 32분 막차가 종착역인 검암역에 도착한 뒤에 충분한 여유를 두고 작업을 시작토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작업에 나선 시각은 대략 0시 28~29분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근로자들이 추운 날씨 등을 감안해 승인시간 이전에 현장작업에 돌입한 것.

문제는 관리기관인 코레일테크에서 이러한 작업현황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고 체계도 문제였거니와 코레일테크 작업책임자가 현장 근로자들과 동행해야 하는 규정도 사고당시에는 지켜지지 않았다. 더욱이 근로자들이 이른 시간에 작업장에 나선 것을 뒤늦게라도 파악했다면 즉시 관제실과 열차에 알렸어야 했지만, 이러한 조치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사고 당시 코레일테크에서는 근로자들이 작업에 들어간 시간과 열차의 도착시간 등을 파악하지 못했고, 이에 위험성 자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분석해볼 수 있다.

현장 작업반장과 근로자들의 부주의도 문제시 됐다. 보통 인천 계양역에서 막차는 27분에 출발하지만 이날 사고열차는 1분 연착한 28분에 출발했다. 그리고 사고 현장에 열차가 도착한 시간은 29분경. 현장 작업반장과 근로자들은 평소 28분 정도에 기차가 지나갔다는 점을 감안, 열차가 이미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생각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결국 이 1분이라는 연착시간이 근로자들의 생사를 갈랐다고 할 수 있다. 열차 통과 여부를 작업 전에 확실히 파악하고, 충분한 여유시간을 두고 작업을 시작하려는 마음만 갖고 있었더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종합해보면 이번 사고는 관리기관의 관리소홀과 현장 작업자들의 부주의, 안전관리시스템 미흡 등이 빚어낸 전형적인 인재였다고 할 수 있다.

경찰과 국토해양부 등은 사고 규모가 워낙 컸던 만큼 관련자 및 관계기관 등의 업무과실 여부를 어느 때보다 철저히 가려낸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13일 우선적으로 작업반장 A(55)씨 등 4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관제센터의 승인 없이 선로에 진입한 뒤 동행한 근로자들에게 작업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기관사 B(39)씨는 선로 위 근로자들을 발견하고도 경적을 울리지 않는 등 기관사 안전수칙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작업 시작 전 실시하게 되어 있는 근로자 안전교육을 사고 당일 하지 않은 코레일테크 소속 안전책임자 C(41)씨와 안전교육 시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이 회사 인천사업소장 D(57)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사고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해 규정 위반자들은 엄중처벌토록 할 것”이라며 “또한 안전수칙의 미준수가 사고의 주요 원인인 만큼, 앞으로 주요 교통시설에 대한 건설보수작업 시 안전수칙과 매뉴얼을 더욱 철저히 준수토록 하는 한편, 각 기관별로 그에 대한 점검도 크게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불감증의 대표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는 이번 사고는 동절기인 요즘 각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 및 관리기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기온 저하 및 강설 등 작업여건이 크게 악화될 여지가 많은 가운데, 안전수칙의 준수와 철저한 관리감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 이번 사고로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편 철도노조 등 노동계에서는 이번사고가 외주화 등 구조적인 문제가 부른 참변이라고 성토했다. 인력부족으로 시설과 차량정비를 외주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 외주사 역시 비정규직 및 비숙련자들을 고용해 일을 시킴으로써 안전이 제대로 확보될 리 없다는 주장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이윤을 목적으로 도급화하고 인력을 줄여왔던 철도 운영의 문제점을 파악·개선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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