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추락·붕괴재해, 여전한 골칫거리
건설업은 그간의 산업재해현황에서 늘 산재가 다발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는 금년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9월말까지의 산재현황을 살펴보면 건설업은 16,053명의 재해자를 기록, 제조업(24,051명)과 기타의사업(22,653명)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비록 3위에 오르긴 했지만 심각성면에서 사실상 건설업은 1위나 다름없다. 제조업과 기타의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로 각각 4.1%, 7.7%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오히려 0.5% 증가했기 때문이다.
사망자수 현황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제조업이 9.1% 줄고, 기타의산업이 1.2%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건설업은 무려 7.1%나 늘었다. 전체 사망자수에서도 건설업은 412명을 기록, 1위에 올랐다.
이런 점을 볼 때 건설재해를 잡지 않고서는 획기적인 산재감소 역시 요원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최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올해 건설현장에서 발생했던 사고 중 다신 발생하지 말아야할 중대재해사례를 묶어 발표했다. 다음은 그 주요 내용과 사망재해현황을 분석, 정리한 것이다.
항타기, 이동 중 지반침하로 전도
지난 7월 12일 오후 4시경 부산 사상구 괘법동 모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에서 지반에 PHC 파일을 박는 항타기(2호기)가 전도되면서 인근의 이동식크레인과 굴삭기, 항타기(1호기)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굴삭기 조종사가 그 자리에서 협착돼 사망하고, 1호 항타기 운전원이 부상을 입었다.
이 사고는 항타기(2호기)가 작업 장소의 변경을 위해 가설도로에서 이동을 하던 중 발생했다. 당시 가설도로는 장마철 잦은 강우 등으로 인해 연약화가 진행되어 있었다. 헌데 공단 조사결과에 따르면 해당 현장은 운행경로에 대한 지반다짐, 치환, 깔판 설치 등의 조치 없이 항타기 이동을 강행했다. 그 결과 항타기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지반이 침하되면서 항타기가 전도됐다.
그렇다면 이같은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먼저 항타기 등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해 작업을 할 때는 사전에 작업장소의 지반상태 등을 조사해야 한다. 이후 그 결과를 고려하여 운행경로, 작업방법 등이 담긴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래도 차량계 건설기계의 전도 위험성이 우려될 때에는 지반보강, 도로 폭 유지 등 지반의 침하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추가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노후 건물, 리모델링 중 붕괴
지난 7월 20일 오후 3시 40분경 리모델링 작업이 진행 중이던 서울 강동구 천호동 모 상가 건물의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근로자 2명이 잔해에 깔려 숨지고, 동료 근로자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현장에선 근로자 17명이 투입돼 건물 내부 리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었다. 헌데 노후가 심했던 해당 건물이 작업으로 인한 충격, 진동 등의 작업하중을 견디지 못해 결국 건물 후면부 전체가 붕괴되고 말았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붕괴된 건물이 1970년도에 준공된 노후가 심한 건물임에도 건물주 및 리모델링 업주가 구조 안전성 검토, 보강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황 속에 슬래브를 철거하고 조적벽체를 제거하는 등 무리한 작업에 나서 결국 건물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위 사례처럼 리모델링이 실시되는 건물의 경우는 대부분 시공이 된지 오래된 건물이다. 이같은 노후 건물은 일반 건물 대비 충격에 대한 내성이 매우 약하다. 때문에 노후 건물을 대상으로 해체, 개조 등의 작업을 할 때는 건물 구조 및 주변상황 등을 미리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결과를 토대로 해체방법 및 순서 등의 작업계획을 수립, 준수해야 한다.
또한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의 준수여부를 확인한 후 붕괴 등의 가능성이 엿보일 때는 안전진단 등 안전성 평가를 거쳐 구조 보강 등 후속조치에 나서야 한다.
옹벽 보강 작업 중 토사 붕괴
지난 9월 6일 오후 1시 20분경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소재한 모 우편센터 건립현장에서 부지 경계부의 옹벽을 보강하는 작업 중 토사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근로자 2명이 매몰돼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당했다.
당시 공사는 인접공장 부지와 맞닿아 있는 기존 옹벽을 철거하고 추가로 보강옹벽을 시공하는 것으로, 현장에는 굴삭기 1대와 근로자 3명이 투입되어 시공구간의 토사 터파기 작업과 저판 철근 조립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공단 조사에 따르면 해당 현장은 기울기 유지, 흙막이 시공, 작업방법 개선 등의 조치 없이 기존 옹벽 기초 하부의 토사를 수직굴착하여 붕괴사고를 유발했다. 즉 잘못된 굴착작업이 사고를 불러 온 것이다.
토사붕괴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굴착 작업 시 토질에 따른 기울기 기준을 준수하는 한편 흙막이 지보공을 필히 설치해야한다. 또한 위 사고 현장처럼 기존 옹벽을 철거하고 경계옹벽을 신설할 때에는 반드시 흙막이 시공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고소작업차 붐 전도돼 근로자 2명 사망
지난 9월 28일 오전 9시 20분경 충남 태안군 원북면에 위치한 모 빌딩 외벽 보수공사현장에서 고소작업차의 작업대가 전도되는 재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대에 올라 지상 62m 위에서 외부 함석 보수작업을 하던 근로자 2명이 작업대와 함께 추락, 사망했다.
공단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작업위치를 높이기 위해 고소작업차(SKY 750-Q8C1) 작업대의 붐을 인출하다 체결상태가 불량하고 노후화가 진행된 붐 연결부의 Turn Table 볼트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파단되면서 일어났다.
이 사고에서 보듯 고소작업차를 이용한 작업을 할 때는 무엇보다 장비에 대한 점검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Turn Table, 붐, 작업대 등 각 부위의 이상 유무를 사전에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또한 이상 부위를 발견했을 때에는 즉각 보수·보강작업 등 필요한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
슬래브 거푸집 조립작업하던 근로자 추락
지난 7월 22일 오전 8시 20분경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의 한 단독주택 신축공사현장 옥상에서 슬래브 측면 거푸집 조립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카고크레인이 철근 배근을 위해 옥상층 거푸집 위에 내려놓던 철근다발에 피해자가 부딪쳐 몸의 중심을 잃고 지면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일어났다.
이 사고는 해당 현장에 근로자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돼 있고, 카고크레인에 대한 관리감독만 철저했어도 막을 수 있었다.
해당 현장처럼 높이 2미터 이상의 슬라브 단부에서 거푸집 조립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슬라브 단부나 건물 외부에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안전난간(또는 안전방망, 안전대 부착설비)을 설치해야 한다.
또 카고크레인 등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를 이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하역운반기계 및 운반중인 화물에 근로자가 접촉되지 않도록 작업반경 내에 근로자의 출입을 금지시켜야 한다. 아울러 해당 작업현장에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를 배치, 차량계 하역운반기계의 이동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중소현장에 사망재해 ‘집중’
올해 9월까지 발생한 건설재해현황을 공사종류별로 살펴보면 건축공사에서 268명(69.6%)의 사망자가 발생, 가장 중대재해가 많았던 건설업종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 상가 등의 건축현장(85명)과 중·소형 공장 건축현장(74명)에서 과반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해 영세 현장의 미흡한 안전관리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건축공사 뒤는 토목공사(24.4%), 전기정보통신공사가 6.0%(23명) 등의 순이었다.
공사금액별 발생현황에서는 3억 미만의 현장에서 136명(35.3%)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가장 높은 위험성을 보였다. 500억 이상 대형공사현장(50명, 20.9%), 3억 이상~10억 미만 현장(46명, 11.9%), 20억 이상~50억 미만 현장(44명, 11.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반적으로 공사금액별 구분에서도 영세현장의 사고 위험성이 매우 큰 것을 엿볼 수 있다.
재해형태별 현황에서는 추락이 56.9%(219명)를 차지해 가장 많이 발생됐고, 다음으로 붕괴·도괴(44명, 11.4%), 전도(26명, 6.8%), 협착(23명 6.0%)순으로 나타났다.
위와 같은 재해현황을 감안할 때 앞으로 정부는 중·소규모 현장과 영세한 건설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에 만전을 기하는 가운데 추락, 전도, 붕괴재해의 예방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보다 더 강력히 펼쳐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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