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 관심 필요

아파트 입주자들의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위해 맡은 바 업무를 묵묵히 수행해나가고 있는 아파트관리업 근로자들.
하지만 그들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작업공간이라는 말은 멀게만 느껴진다. 대부분 비좁은 공간에서 일을 하는 것은 물론 하루종일 아파트 입주민들의 항의에 시달리기 일쑤다. 그뿐인가. 쓰레기분리수거 등 온갖 잡일로 인한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업종 특성상 상당수 근로자가 50~60대 고령자이고, 대부분 24시간 맞교대 작업이 이뤄지면서 건강상 문제도 갈수록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상황이 이토록 열악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거의 없는 편이다. 근로자 대부분이 낮은 급여를 받는 취약계층이다 보니, 혹시나 해고는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만 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상황 속에 자신의 안전과 건강을 챙길 여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이런 심각한 실태와 현실을 반영, 한국노총은 지난 7일 아파트관리업 근로자들의 안전보건 향상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아파트 관리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 실태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향후 정책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에서 마련됐다.
한국노총 정영숙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어느 업종보다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 바로 아파트관리종사자들”이라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물론 사회구성원 모두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토론회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정 본부장은 “실질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앞으로 정부는 물론 좀 더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4명 중 1명 ‘업무상 손상’ 경험
이날 토론회에서는 아파트관리종사자들의 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아파트종사자 867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3.2%(461명)가 수면장애가 있다고 답했다. 또 근골격계질환의 증상이 있다고 답한 근로자는 728명 중 364명(50%)에 달했다.
아울러 업무상 손상 경험이 있는 종사자는 842명 중 233명(27.7%), 업무상 질병이 있다는 응답자는 767명 중 109명(14.2%)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질병 및 재해를 당하고도 치료는 대부분 개인 비용으로 한다는 것이다. 사고성 재해의 손상 후 치료비로는 대부분 개인비용(45.5%)과 의료보험(24.4%)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상처리는 14.4%, 산재처리는 15.8%에 불과했다. 업무상 질병의 치료비도 개인비용이 49.5%, 의료보험 45.2%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산재는 3.2%, 공상처리는 2.2%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작업관련 위험요인과 관련된 설문에서 응답자 총 821명 중 506명(61.6%)이 ‘있다’고 응답했다. 위험요인 종류(복수응답가능)로는 휴식시설 미비 33.2%, 수면주기변화 32.7%, 대인스트레스 30.7%, 기상환경으로 인한 위험요인 30.6%, 지하실근무 30.3% 등이 있었다.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
이처럼 아파트관리업 근로자들의 경우 각종 위험과 질병, 스트레스 등에 대한 피해가 어느 직종보다 큰 업종인데도,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은 현재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체계적인 안전시스템은 물론 안전교육, 안전점검, 건강관리 등 어느 하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
인하대 김환철 교수는 “이들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관리비용, 즉 아파트 주민의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 경우 효율적인 개선책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이들의 안전보건을 법과 제도로서 강제하는 방안이 가장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새날 권동희 노무사는 “이들의 실 근무시간은 굉장히 많지만, 사회적으로는 휴식이 많고 근무시간이 길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러한 사회적인 인식을 전환해나가는 가운데,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 산재보상보험법, 산업안전법 등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대한산업보건협회 박정숙 부장은 “사업장의 규모가 적어지면서 보건관리 범위 대상자가 줄고 있어 점점 이들의 근로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라며 “이들을 안전보건관리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부장은 “안전보건 체계가 미흡한 것도 큰 문제”라며 “입주자 대표회의 등과 협의하여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종별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응급상황 대처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과 매뉴얼을 구축해놓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 측면에서 접근해야
이외에도 아파트관리업에 대해 산업안전보건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한산업안전협회 김종인 차장은 “아파트관리업 근로자들의 건강은 안전문제와 별개로 볼 수 없다”라며 “그들의 작업현장과 취약시설에 대한 각종 안전점검을 강화하고, 기본적인 안전보호구 및 장비도 지급하여 착용토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현장 근로자들이 안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연간 교육스케줄에 따라 화재, 안전, 전기, 보건 등 분야별 교육과 중량물 취급, 밀폐공간, 전기시설 등 각종 위험요인별 안전교육을 강화해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여 주장했다.
연세대 김인아 교수는 “아파트 종사자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스트레스지만, 불안전한 고용에 위기감을 느끼며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스트레스 관리시스템 및 프로그램을 시급히 마련하고, 이를 운영하기 위한 조직을 별도로 구축해야할 필요가 있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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