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패트롤에게 법규 위반 차량 단속권 부여”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허억 “어린이가 최고입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1순위는 어린이, 2순위는 여성과 노인, 3순위는 강아지, 마지막 꼴찌는 남성입니다”
이 말은 몇 년전 필자가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당시 ‘Safe Kids Newzealand’의 사무총장에게 들을 말이다. 이처럼 어린이를 가장 존중하는 의식은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 대책에서도 엿볼 수 있다.
뉴질랜드의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대책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스쿨 패트롤’이다. 스쿨 패트롤제도는 1920년 미국에서 최초 실시된 이후 호주를 거쳐 뉴질랜드에는 1931년 도입됐다.
뉴질랜드에서는 이 제도의 실질적인 시행을 위해 1994년 유니폼과 장비 사용 요령 등 운영 계획안을 마련했다. 이어 경찰, 도로교통안전청, 교사 및 교장연합회, 버스조합 등이 참여해 ‘스쿨 패트롤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 모든 초등학교에 보급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초등학교 주변의 교통단속을 학생들이 직접한다는 것이다. 법규 위반 차량에 대한 단속권한은 도로교통법에 명시돼 있다.
현재는 전국적으로 7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등·하교 시간에 스쿨 패트롤 활동을 하고 있다. 스쿨 패트롤은 안전교육을 모두 이수한 고학년 중에서도 엄선되는데, 이들은 법규 위반차량 단속은 물론 학교 주변 차량 통행에 관한 권한도 가지고 있다. 등·하교 시간에 차량 흐름을 지켜보다 길을 건너려는 보행자가 많을 경우에는 차량신호와 관계없이 모든 차량을 정지시킬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이들의 지시를 어기고 차를 계속 운행한다면 범칙금과 벌점을 받게 된다. 상습적인 위반 운전자에게는 벌금 또는 면허 정지 처분까지 내려진다.
‘안전한 통학길 운동’도 뉴질랜드의 어린이 존중 사상이 반영된 교통안전 대책 중 하나다. 이 운동은 학교 주변 통학로의 사고 위험 요인을 찾아내 해소해 나가는 활동이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학교 주변 횡단보도를 안전한 곳에 설치하고, 불법 주정차를 금지시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 운동은 지난 1992년 어린이 전문병원 의료진을 중심으로 시작된 후 지금은 ‘Safe Kids Newzealand’가 중심이 되어 도로교통안전청, 지방자치단체, 경찰, 교통전문가, 학부모, 시민단체 등이 참여해 전개해 나가고 있다.
‘안전한 통학길 운동’은 20년 장기 프로그램으로 추진되는데 1993년 처음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된 후 1995년에 1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됐다. 특히 1996년 부터는 9월 7~13일을 어린이 안전 주간으로 설정·운영해나가고 있기도 하다. 뉴질랜드에서는 이 기간동안 전국적으로 어린이 안전 캠페인을 전개해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 의식을 높이고 있다.
어린이를 최우선으로 하고 보행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운전자들 머릿속에는 “내가 남의 어린이를 돌봐 주지 않으면 내 자녀 역시 다른 운전자들에게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 운전자들은 어린이를 포함해 보행자가 도로에 들어서면 무단횡단 여부에 관계없이 일단 차를 세운다. 그리고 손을 흔들어 먼저 지나가라는 신호를 해준다.
이렇듯 뉴질랜드에서는 말로만 어린이 안전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어린이들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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