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이어진 안전불감증...

다사다난했던 2011년. 올해에는 연초부터 재해감소세가 유지됐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산업현장에서는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올해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 화두가 됐던 사고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올해 발생했던 주요 산업현장 사고를 모아봤다.
강릉 오봉저수지 공사현장 붕괴, 전형적인 인재로 판명
2011년 새해를 연지 채 2주도 지나지 않아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참사가 발생해 산업안전보건 분야에 큰 충격을 던져줬다.
지난 1월 13일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 수로터널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작업이 이뤄지던 중 높이 7m, 길이 25m의 거푸집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저수지 수로 5m 아래에서 작업을 하던 근로자 4명이 철근과 콘크리트 잔해더미 속에 매몰돼 사망했다.
이번 사고는 안전불감증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고였다. 먼저 양쪽 7.1m 높이의 옹벽을 4m 높이까지만 시공하고, 나머지 3m에는 철골조만 세워놓는 등 불완전하게 공사를 실시한 것이 사고의 주원인이었다. 양쪽 옹벽이 지붕 슬래브 콘크리트 타설량의 하중을 견딜 수 있을 만큼 완벽하게 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길이 25m, 두께 1m, 넓이 7.1m의 지붕 슬래브를 씌우는 작업이 이뤄진 셈이다.
이외에도 공사설계서 상에는 ‘강관동바리(기둥)’를 사용하기로 했으나 실제 시공은 일부 목재 동바리와 조합해 사용했고, 해당 시공사가 공사계약이 마무리돼 전달 29일 발주처로부터 공사중단을 통보받았음에도 이날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다.
연이은 거푸집 붕괴사고, 조선족 일용근로자의 비애
오봉저수지 사고가 발생하고 한 달여 지난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비슷한 유형의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2월 23일 광주시 초월읍 모 냉장물류센터 신축 공사장 4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작업 중 거푸집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근로자 9명이 밑에 층 바닥으로 떨어져 1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날 사고도 콘크리트 타설작업 중 거푸집이 콘크리트 하중을 견디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바닥면적 3,040㎡ 가운데 500여㎡가량이 아래층으로 무너져 내렸고, 이때 옥상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이 함께 떨어진 것이다. 당시 근로자 모두가 쏟아진 콘크리트 더미에 매몰됐었는데, 8명은 신속히 구조돼 목숨을 건졌으나 서모씨는 깊숙이 파묻혀 결국 사고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특히 숨진 서씨는 조선족 출신 일용직 근로자로, 현장에는 이날 처음 나온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안전규정 및 수칙 위반에다가 신입근로자에 대한 관리 문제까지 수면위로 떠올랐던 사고였다.
무허가 리모델링 공사, 건물 붕괴 일으켜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상가가 붕괴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도 발생한 바 있다.
지난 7월 20일 서울 천호동에서 3층 상가 건물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근로자 이모씨(58)와 김모씨(45) 등 2명이 잔해에 깔려 숨지고 근로자 8명과 시민 7명 등 1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 사고는 건축업자들이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붕괴의 위험성을 알고도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내력벽을 허문 것이 원인이 됐다. 당시 공사에서는 1층을 확장하기 위해 2층의 중앙 통로벽 2개와 각 방벽 12개 등 총 14개의 벽을 허물었다. 이 때 붕괴 방지를 위한 보강시설인 H빔을 20개 정도 설치했어야 하는데도, 공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6개만 설치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진행됐다.
더욱이 건물관리자인 이씨는 관할구청에 허가도 받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건축법은 3층 이상 건물의 내벽 200㎡ 이상을 해체하는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의 경우 건축사의 안전진단을 받고 그 결과를 관할구청에 제출해 허가받도록 정하고 있지만 이 규정 자체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산업단지 내 폭발사고, 사회적으로 큰 논란 불러와
8월 27일 경북 구미공단에 있는 T화학 기술연구동에서 대형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건물 2~3층이 모두 불에 탈 정도로 폭발 규모가 매우 컸다. 이 사고로 연구소에서 실험을 하던 직원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는 신제품 개발과정에서 발생했다. 화공약품을 이용해 폴리에틸렌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실험을 하던 중 화학물질인 헵탄(heptane)이 폭발한 것. 탄화수소의 무색 액체인 헵탄은 화학물질을 섞는데 쓰이는 용제로 폭발성 물질로 알려져 있다. 사고 규모 만큼 재산피해도 매우 컸다. 경찰과 소방서는 이번 사고가 약 100억원의 재산피해를 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사고 외에도 포항 P제철소(8월 2일), 울산 H화학공장(8월 17일), 광양 P제철소(8월 19일) 등에서 8월 한 달 동안 대규모 폭발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에 당시 산업단지 내의 폭발사고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하수관 공사장 매몰사고 발생, 3명 사망
지난 9월 25일에는 대전 유성구 원촌동 인근 하수도 차집관거 현장에서 지반이 붕괴되면서 근로자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용접공 김모(50)씨는 지상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토사가 무너져 내리면서 깊이 7m 가량의 구덩이에 빠졌다. 함께 작업을 진행하던 이모(32)씨와 김모(47)씨가 용접공 김씨를 구하려고 구덩이에 뛰어들었으나 다시 흙이 무너지면서 이들 모두 매몰돼 숨졌다.
이번 사고 역시 안전불감증이 원인이었다. 굴착 중간에 바위가 나오는 등 발주서에 나온 계획과 다른 상황이 발생됐는데, 공사관계자들이 발주처(대전시)에 보고해야 하는 절차를 어기고 공사를 계속 진행한 것. 또 시공업체 측이 시공 중 발생한 보일링 현상을 간과하면서 사고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선로작업에서 5명 사망,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이 원인
지난 12월 9일 0시 29분경 코레일공항철도 계양역에서 인천공항 방향으로 1.3km 떨어진 선로 위에서 동결방지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달리던 열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8명 중 5명은 그 자리에서 숨지고 1명은 중상을 입었다. 나머지 2명은 작업현장에서 떨어져 있어 화를 면했다. 이번 사고는 관리감독기관과 근로자들의 안이한 생각에서 비롯된 참사였다. 사고 당일 현장 작업의 승인시각은 0시 50분이었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추운날씨 등을 감안해 승인시간 이전인 0시 28~29분 정도에 임의로 현장작업에 돌입했다. 평소 28분 정도에 기차가 지나갔다는 점을 감안, 열차가 이미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생각하고 작업을 시작한 것. 하지만 사고열차는 평소보다 1분 연착하면서 29분에 도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관리기관인 코레일테크에서 이러한 작업현황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고 체계도 문제였거니와 코레일테크 작업책임자가 근로자들과 동행해야 하는 규정도 사고 당시에는 지켜지지 않았다.
더욱이 근로자들이 이른 시간에 작업장에 나선 것을 뒤늦게라도 파악했다면 즉시 관제실과 열차에 알렸어야 했지만, 이러한 조치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종합해보면 이번 사고는 관리기관의 관리소홀과 현장 작업자들의 부주의, 안전관리시스템 미흡 등이 빚어낸 전형적인 인재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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