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능한국인 - 재성정밀(주) 문효재 대표

“새로운 기능을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의 희열과 성취감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한번 익힌 기능이 평생 가는 것은 맞지만 발전하지 않는 기능은 결국 생명력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 가지고 있는 기술을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늘 새로운 기능을 습득하기 위해 적극적인 태도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고용노동부는 1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재성정밀(주) 문효재(48세) 대표를 선정했다.
문 대표는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던 PCB(Printed Circuit Board: 인쇄회로기판) 자동삽입기 부품인 클린치 유니트 등을 독자 개발하여 국산화에 성공, 원가 절감으로 시장 경쟁력을 강화시킨 주역이다.
PCB 자동삽입기 부품과 SMT 부품 국산화 성공
1963년 경북 군위군에서 3남 중 막내로 태어난 문 대표는 친구들의 썰매나 팽이를 도맡아 만들어줄 정도로 손재주가 뛰어났다.
하지만 형들 모두가 중학교 중퇴 후 취업을 할 정도로 집안 형편이 많이 어려웠던 것이 문제였다. 그나마 문 대표는 둘째 형의 도움으로 1979년 경북공고 기계과에 진학했다.
공고에서 기능의 재미에 푹 빠졌던 그는 졸업 후 좀 더 폭넓은 기술을 익히고 싶어 영남대 기계공학과에 지원한다. 그러나 경제난은 피할 수가 없어 결국은 대학입학을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방황도 잠시, 군 제대 후 문 대표는 대덕기계에 입사했고 그곳에서 기능인으로서의 꿈을 키워갔다.
“기능만 제대로 익힌다면 내 사업으로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기업보다는 다양한 기술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중소기업에 입사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대덕기계는 전자제품 생산용 작업도구와 볼트 등을 생산하는 회사로 문 대표는 이곳에서 부품설계 업무를 맡는다. 특유의 성실함과 승부욕으로 열심히 일했던 그는 당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PCB 자동삽입기 소모성 부품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이 성과를 인정받아 그는 입사 1년 6개월 만에 대리로 고속 승진했다.
전자산업의 변화 선도
문 대표는 이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정밀부품 쪽으로 사업 확장을 준비하던 성우정밀로 옮겨 부품설계 업무와 기술영업을 맡은 것. 그는 이곳에서 기술전반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1992년, 문 대표는 기술력의 국산화 실현을 목표로 재성정밀을 창업한다. 그 때 나이가 서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창업자금 100만원으로 기계 2대를 할부로 사서 직원 1명과 10평 사무실에서 일을 시작했죠. 낮에는 영업하고 밤에는 직접 생산하면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루 3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었어요”
문 대표의 피나는 노력 결과, 회사는 1년 만에 직원이 10명이 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이후 제품개발에 매진하여 수입에 의존하던 PCB용 자동삽입기 부품인 클린치 유니트·테이블 유니트 등 고가의 제품들을 국산화하며 경쟁력을 키워갔다.
PCB 기술이 아날로그 방식(자동삽입기)에서 소형 부품의 고집적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방식인 SMT(Surface Mounter Technology: 표면실장기술)로 변화하면서 잠시 위기를 맞았지만, 문 대표는 더욱 과감하게 R&D에 투자하며 사업 다각화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리고 곧 제2의 성장기를 맞이한다. SMT부품의 장착에 필요한 노즐을 개발하고, 스크린 프린터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하는 ‘정온유지장치’와 SMT장비의 부품공급장치(FEEDER)용 중요부품을 개발하는 등 국내 전자산업 변화를 적극적으로 선도해온 것이다.
실패는 영광의 상처
“그동안에도 열심히 해왔지만 이제 좀 더 욕심을 내고 싶습니다. 작은 기술이라도 원천기술을 가지고 세계기업들과 당당하게 경쟁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현재 재성정밀(주)은 직원 수 40명, 연매출 60억원으로 정밀부품가공 분야의 숨은 강자로 성장했다. 주요 거래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로, PCB에 부품을 삽입하는 자동삽입기와 소모성 부품의 국산화를 성공시켜 기업의 원가절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현재 16,000여종의 부품 기술 뿐만 아니라 특허 및 실용신안을 포함한 8건의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기능인으로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문 대표는 주변 환경 때문에 기능인의 길을 걷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전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일단 출발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꿈에 가까워진 것입니다. 남들 시선 때문에 주춤거리면 그저 꿈으로만 남게 될 뿐이지요. 물론 실패도 할 수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목표를 이뤄나간다면 이것도 나중에는 분명 영광의 상처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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