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사업장의 일부 공정에서 벤젠 등 발암성 물질이 발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09년부터 3년간 실시한 ‘반도체 제조 사업장 정밀 작업환경 연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08년 반도체 산업 근로자의 백혈병 위험도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집단 역학조사의 후속조치로 실시됐으며, 최초 백혈병이 발생한 사업장과 이와 유사한 공정을 보유한 사업장(3개사)의 웨이퍼 가공라인(5개소) 및 반도체 조립라인(4개소)을 대상으로 측정이 이뤄졌다.

발암물질 생성 사실 처음 밝혀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백혈병 유발인자인 벤젠은 웨이퍼 가공라인과 반도체 조립라인 일부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했다. 다만 검출농도는 가공라인에서 최대 0.00038ppm, 조립라인에서 최대 0.00990ppm으로, 둘 다 노출기준(1ppm) 보다는 훨씬 낮았다.

이에 대해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노출기준보다 매우 낮아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나 발암성물질이란 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백혈병 유발인자인 포름알데히드 역시 부산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공라인에서는 자연환경수준(0.001~0.004ppm)이, 조립라인에서는 자연환경수준보다 약간 높은 수준(0.002~0.015ppm)이 검출됐다. 이들 모두 노출기준(0.5ppm)보다 낮은 수준이다.

전리방사선은 웨이퍼 가공라인과 반도체 조립라인에서 측정(0.011~0.015m㏜/yr)됐으나, 이 역시 개인 노출선량한도(방사선작업 종사자 50m㏜/yr)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폐암 유발인자로 알려진 비소는 웨이퍼 가공라인의 이온주입공정에서 노출기준(0.01mg/㎥)을 초과(0.001∼0.061mg/㎥)한 양이 확인됐다. 특히 이온주입공정 유지보수작업을 하는 협력업체 근로자에게 노출위험이 커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올 상반기 중 반도체 산업 근로자를 위한 ‘건강관리 가이드’를 제작·배포하고 안전보건 관리자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연구대상에 포함된 3개 업체에 대해 국소환기장치 보완 등의 시설개설과 작업환경 측정, 특수건강진단 추가 실시, 협력업체 근로자 건강보호 대책 등을 마련하도록 시정조치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나머지 반도체 업체에 대해서도 이번 연구결과에 따른 보건관리대책을 중심으로 점검을 실시하고 위험성평가 보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채필 고용부 장관은 “미량이라 하더라도 발암성물질이 부산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향후 작업환경관리 및 근로자 보건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작업환경관리에 만전 기할 것”

한편 삼성전자는 연구원의 발표와 관련해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6일 밝혔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측정된 부산물의 양이 모두 노출 기준보다 매우 낮아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직원의 건강과 관련된 사안이므로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더욱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