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 미흡한 조치로 인명피해 발생

인천에서 지하철 공사 중에 땅이 내려앉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신속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배달에 나섰던 근로자가 빠져 숨지는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사고는 18일 오후 3시 15분경 인천시 서구 왕길동 검단사거리 인근 아파트 앞 6차선 도로의 지하철 터널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터널공사 현장이 갑자기 붕괴돼 폭 12m, 길이 14m, 깊이 26m 규모의 거대한 흙구덩이가 생긴 것.
천만다행으로 일하던 인부 20여명은 갑자기 먼지가 날리고 흙이 떨어지는 등 붕괴 징후가 나타나자 현장을 곧바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 현장관계자들은 사고가 나자 경찰서와 소방서에 즉시 신고했지만, 흙구덩이에 대한 위험을 알리는 경고표지나 통제장치는 설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직원들의 통제가 있었지만 이 역시 적극적이지 못했다. 결국 음식배달원 정모씨가 직원들의 통제를 무시하고 오토바이를 몰고가다 흙구덩이에 빠져 매몰됐다. 소방관들은 구조 작업을 벌인 끝에 추락 6시간여만에 숨진 정씨와 오토바이를 발견했다.
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했으면 주변을 확실히 통제하고 위험표지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결국 현장 관계자들의 안일한 대처가 사고를 키웠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붕괴사고가 지하철공사로 인해 지반이 약해져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현장은 지하 공간을 발파해 터널을 만든 뒤 콘크리트 매설 작업을 준비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일각에서는 2018년 완공 예정이던 지하철 2호선을 2014년 아시안게임에 맞춰 개통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 점이 사고를 일으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찰은 아직 확실한 사고 원인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현재 시공사를 상대로 공사 중 안전수칙을 준수했는지 여부와 함께 지반 함몰 후 추후 조치가 적절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인천시청은 지하철2호선 공사현장 전 구간에 대해 공사를 중지시킨 후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과 긴급 안전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는 이달 중 대한토목학회, 터널공학회, 지반공학회, 건설기술연구소 등과 특별 안전점검을 반복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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