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없는 제조회사 만들어나갈 것”
“정년 없는 제조회사 만들어나갈 것”
  • 임동희 기자
  • 승인 2012.02.22
  • 호수 1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달의 기능한국인 | 박정순 지상정밀 대표

 


광주광역시에서 지상정밀(주)과 (주)동양금속 두개의 금형제조회사를 운영하는 박정순 대표. 그는 숱한 난관과 시련 속에서도 30여 년간 금형기술에 매진하며 가전분야의 금형산업을 이끌어온 전문기술인 출신 CEO다. 고용노동부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박 대표를 선정했다.

기술이라는 차선책이 오늘의 영광으로

충남 논산출신인 박정순 대표는 초등학교 때 부모를 따라 전라남도 고흥으로 이사를 갔다. 그곳에서 방앗간을 했던 집안사정상 그에게 일은 늘 공부보다 우선이었다. 일 때문에 학교를 빠져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난히 인문계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졸업한 박 씨는 국비로 운영되는 중앙직업훈련원 금형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지만, 나중에 이 차선책은 그의 인생에 있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인문계 출신의 한계 극복

인문계 출신이다 보니 다른 친구들에 비해 기초지식이 없었던 그는 초기엔 애를 먹었다. 설명을 들어도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6개월간 이를 악물고 매달렸다. 차차 흥미가 붙었고 성적도 잘나왔다. 그러자 재미도 붙었다. 2년을 매진하니 졸업 때 과 수석을 하는 기쁨도 누렸다.

그러나 취업은 녹록치가 않았다. 학교생활과는 또 달랐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무작정 셋째 형이 있던 인천으로 와 본격적으로 직장 구하기에 나섰다. 이력서를 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도 거르며 구로공단과 인천을 돌며 입사원서를 넣었다.

“그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뭐라도 할 각오가 돼 있었습니다. 당시 대우전자 협력사 가운데 하나였던 영진금속공업사에서 40분정도 사장과 면담한 끝에 가까스로 취직이 됐습니다”

눈물겹게 얻은 첫 직장이었다. 힘들게 들어간 만큼 열과 성을 다해 일했다. 그는 여기서 여러가지 기초 가공기술과 금형실무 경험을 익힐 수 있었다. 기술 외에도 업무능력, 대인관계 등 배울 수 있는 것은 모두 배워나갔다.

그러자 그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기대하지 않고 원서를 넣었던 삼성전자 경력자 특채시험에 합격한 것. 1984년, 그의 나이 24살이었다.

“더 큰 곳에서 배우고 싶다는 욕망이 커질 무렵이었어요. 작은 회사는 아무래도 여건상 배우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셈이죠. 모든 것이 감사했습니다”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 그는 냉장고와 세탁기를 제조하기 위한 도구인 금형을 만드는 업무를 맡게 됐다. 성실하게 일하다보니 3개월간의 일본 연수 기회도 잡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의 연수가 그에겐 기술 전반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됐다.

일본에서 돌아 온 후 박 대표는 자기계발을 위해 더욱 더 노력한다. 1993년 삼성전자 내 삼성경영기술대학 카트록닉스학과를 야학으로 수석 졸업했고 내친김에 동 대학원도 졸업했다. 그 후 연수부 교육팀에 파견돼 1년간 직원교육도 담당했다.

이렇게 한창 기술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을 때 뜻밖의 암초가 찾아왔다. IMF로 직원들이 연거푸 퇴사를 하게 된 것. 그때 박 대표도 결정한다. ‘기술하나로 내 일터를 한번 만들어 보자’고.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경쟁력 확보

자본금 5,000만원으로 어설프게 시작한 사업은 10개월 만에 조용히 문을 닫았다. IMF탓에 일거리 자체가 없었다. 혹독한 신고식이었다.

“너무 쉽게 생각했어요. 경영에 너무 무지했죠. 시장의 흐름도 파악하지 않고 그냥 막무가내로 시작한 것이 참혹한 결과 본 것입니다”

얼마 후, 삼성전자 협력사를 운영해볼 생각이 없냐는 선배의 제안이 들어왔다. 90평 규모의 금형부품 제조 공장이었다. 이번엔 꼼꼼하게 따졌고 시장조사도 했다. 치밀한 준비 끝에 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인수를 했다. 그것이 1999년, 지상정밀(주)의 시작이었다.

회사가 자리를 잡자 그는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냉장고 도어판넬 가스켓 코너 진공성형장치 등 중요부품도 개발했다. 그리고 여러 제품에 대한 연구 및 개발도 꾸준히 해나가면서 백색가전용 금형, 자동화기기 생산 등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박 대표는 지상정밀(주)이 본격적인 괘도에 오르자 2007년에는 세탁기, 냉장고 부품제조 전문업체인 (주)동양금속을 창업했다. 삼성전자에 가전제품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주)동양금속은 창업 4년 만에 4배에 가까운 매출신장세를 기록했다. 이 때 지상정밀(주)은 금형제작의 원천기술 개발과 사용자 지원을 위주로 한 엔지니어링 회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장학금 지원과 고령자 채용으로 사회공헌

시골소년 박정순은 이제 두 개의 제조회사, 약 6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사장님이 됐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이룬 성과들을 이제 하나 둘씩 사회에 나눠주려 하고 있다. 폴리텍대학에 꾸준히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물론, 얼마 전부터는 예순이 넘은 직원들을 정직원으로 채용하여 이들의 삶의 기반도 마련해주고 있다.

“이제 제가 가진 기술과 기능으로 앞으로 많은 이들에게 작게나마 베풀고 싶습니다. 그리고 고령자분들은 앞으로도 계속 뽑을 겁니다. 정년 없는 제조회사를 만드는 것이 제 꿈이니까요. 기술 하나 제대로 익혀서 내 일터를 일궜으니 이제 다른 기술자들도 누릴 수 있게 하는 게 도리 아니겠습니까?”

기술에 강한 애착과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사회공헌에 대한 포부도 잊지 않고 있는 박 대표. 그의 모습은 우리나라 기능인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 서울특별시 구로구 공원로 70 (대한산업안전협회 회관) 대한산업안전협회 빌딩
  • 대표전화 : 070-4922-2940
  • 전자팩스 : 0507-351-7052
  • 명칭 : 안전저널
  • 제호 : 안전저널
  • 등록번호 : 서울다08217(주간)
  • 등록일 : 2009-03-10
  • 발행일 : 2009-05-06
  • 발행인 : 박종선
  • 편집인 : 박종선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보현
  • 안전저널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본지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Copyright © 2025 안전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hkim@safety.or.kr
ISSN 2636-0497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