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중앙병원 재활전문센터 김영경 소장의 집무실은 늘 그녀를 만나려는 환자와 의료진들로 북적인다. 환자들은 치료에 있어 궁금함이나 작은 고민거리가 생기면 언제나 김 소장을 찾는다.
센터장을 만나려면 숱한 체계를 거쳐야만 하는 일반적인 조직체계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처럼 재활전문센터가 개방적인 성격을 띠게 된 것은 이곳의 책임자인 김 소장의 진료방침 때문이다.
“재활치료는 환자와 의사간의 관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서로 간에 벽이 없이 마음을 열어야 하며, 이를 통해 구축된 신뢰와 믿음이 바탕이 될 때에만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합니다”
‘마음을 연 진료, 함께하는 치료’로 재활의학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김영경 소장을 만나 그녀만의 재활의학에 대한 철학을 들어봤다.
고전적인 의미로 본다면 재활치료는 기능회복 또는 장애에 대한 극복 정도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재활을 육체적인 부분에만 맞춘 경향이 큽니다. 제가 생각하는 재활치료는 환자들 개개인에 대한 행복지수를 높이는 치료입니다.
장애율이 10%, 20% 정도로 낮다 해도 환자 본인이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나 자존감이 없다면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환자는 장애에 상관없이 행복감을 가지고 삽니다.
재활치료는 바로 이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인 것입니다. 환자의 잔존능력을 최대화시키는 한편 현재의 자신을 받아들일 줄 아는 용기와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심어주어 환자가 다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Q. 재활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일차적으로는 재활의학과 의사와 환자관의 관계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의사와 환자간 두터운 믿음이 없다면 효과적인 치료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특히 환자들이 치료가 장기화되면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는데 이럴 때 의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의 경제적인 문제, 사회적인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야 합니다. 이럴 때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와 믿음이 큰 힘을 발휘하지요.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재활의학팀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입니다. 의사가 모든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기에 잘 구성된 재활의학팀은 치료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팀이 얼마만큼 유기적인 협력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치료의 성패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희 병원 같은 경우 매일 물리치료, 언어치료, 사회복지 등 모든 팀이 함께 회의를 하여 효과적인 치료법, 현재 환자의 상태 등을 다각적인 방법에서 분석합니다.
이런 팀접근법에 따라 환자별 맞춤 치료계획을 세우고, 개개인에게 꼭 필요한 치료가 펼쳐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의 재활치료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수한 재활치료체계를 갖추고 있는 독일, 일본 등의 선진국을 시찰해 본 결과 국내의 체계도 이들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런 체계를 운영하는 즉 내실화적인 부분에서 다소 부족함이 있다는 것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헬기나 엠뷸런스로 산재환자를 산재전문병원으로 옮겨와서 그곳의 산재전문의사들에게 치료를 받게 합니다.
즉 환자들은 산재전문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하고 그곳에서 최종종결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산재환자들은 산재지정의료기관이면 전국 어디서든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에게도 자신이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니까요. 다만 환자가 처음 다쳤을 때부터 직장 복귀까지의 모든 과정을 염두에 둔다면 이것이 꼭 옳다고만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산재환자치료는 단순히 치료에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직장으로 복귀를 할 수 있는 육체적, 심리적인 상태를 만드는 치료인 것입니다. 이것이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산재환자가 다쳤을 때부터 치료를 종결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산재환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현대의학의 모든 것을 동원해 치료에 최선을 다한다해도 장애는 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와 모든 재활의료진은 환자분들의 마음에 있는 상처만큼은 충분히 치료해 드릴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절대 삶을 포기하거나 혼자서 모든 것을 이겨내려 하지 마시고 사회와 국가에 손을 내밀어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가 그 손을 꼭 붙잡고 다시 일어서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