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취적인 자세
기능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취적인 자세
  • 임동희 기자
  • 승인 2012.03.21
  • 호수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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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기능한국인 | (주)에스제이이노테크 정형찬 대표

 


“기존에 독일과 일본 장비로만 사용해 오던 전자동화 비전스크린프린터를 국산화했지만 여기에서 만족할 순 없습니다. 2015년까지 스크린 프린터 업계 1위가 제 목표입니다. 아무것도 없이 기술하나로 여기까지 왔는데 그 정도는 자신 있습니다.”

대구에서 PCB 자동화장비생산업체 (주)에스제이이노테크를 운영하고 있는 정형찬(48)대표의 목소리에서 단호한 힘이 느껴졌다. 고용노동부는 예순 세번째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정형찬 대표를 선정했다.

방황의 시간을 거쳐 기능인의 길로

경북 청도 출신인 정 대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나무 공예 일을 하던 부친을 도와 동네 어귀 산에서 베어진 대나무를 들어 나르기에 바빴다. 억센 모기떼 같은 벌레와 대나무밭에서 씨름하는 게 학교생활 외에 전부였다. 그 때 기억으로 정 대표는 지금도 ‘대나무’는 쳐다보기도 싫단다.

대학은 꿈조차 꿀 수 없던 상황에 그는 중학교 졸업 후 기능인 양성을 위한 무상교육이 가능하다는 경북기계공고에 지원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없이 공고에 들어간 그는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학교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었어요. 그저 제 상황에 대한 불만이 컸던 것이지요. 어릴 때부터 공부 욕심이 있었거든요. 그걸 할 수 없다는 제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2~3학년 2년 동안은 대부분 방황의 시간이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안하다보니 결과도 안 좋았고, 점차 자신감도 떨어졌다. 졸업도 겨우겨우 했다. 졸업 후 5년 여간은 전국 각 지역의 중소기업을 떠돌며 일을 했다. 그 때까지도 실상 방황기의 연속이었다.

“딱히 마음을 붙이지 못했습니다. 5년간 8번 회사를 옮겼을 정도니까요.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정신이 들었어요. 나도 뭔가 안정을 찾아 내 삶을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 그때부터 내 삶에 애정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해외 선발업체와 실력으로 승부

그의 나이 27살이었다. 그는 대구의 포장자동화설비회사 (주)유천에 굳은 각오로 취직을 한다. 여기서 2년간 새로운 기술을 열심히 습득했다. 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미친 듯이 일했다.

열심히 일한 대가는 곧 성취감과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정 대표는 그 즈음 핸드폰과 TV 등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인쇄 회로기판 자동화설비회사 (주)키메닉스에 스카우트됐고 입사 6개월 만에 우수한 평가를 받아 생산관리 팀장이 된다.

그는 근 6년간 그 곳에서 최선을 다해 일했다. 그리고 사업이라는 또 다른 꿈을 꾸게 된다. 1995년, 33살이 되던 해 정 대표는 동료 한명과 산업자동화설비회사 ‘태원엔지니어링’을 차렸다. 영업과 인력관리 등으로 초기 난항을 겪던 회사는 1년이 지나자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엔 동업의 한계에 부딪혔다.

고심 끝에 결국 정 대표는 2년 만에 태원엔지니어링을 접고 1997년 1,000만원으로 혼자 사업체를 꾸린다. 이것이 바로 (주)에스제이이노테크의 시초였다.

“하필 그때가 IMF이었어요. 워낙 일 자체가 없던 시기라 일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심란했죠. 그나마 저하고 직원 1명뿐이었으니 먹고는 살 수 있었습니다”

1999년이 되자 시장은 다시 호전되기 시작했다. IMF때 경쟁업체의 도산과 해외 이전으로 국내업체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정 대표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그간 쌓아온 기술력과 인맥이 워낙 탄탄하다보니 일감은 갈수록 늘어갔다. 4년간은 집에도 못 들어갈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비전스크린 프린터 제작의 선발주자가 해외 업체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국산 설비가 되겠냐는 의구심을 가지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인식을 깨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기술력 향상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꾸준한 기술개발이 성공의 밑거름

(주)에스제이이노테크는 반도체 관련 장비 및 초정밀 자동화 설비의 검사장비에 필요한 첨단 기술력을 보유하면서, 중국 및 유럽 등 세계 23개국으로 비전스크린프린터를 수출한다. 정형찬 대표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았다. 비전스크린프린터가 안정되자 2007년부터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태양전지 금속피복제조시스템(Solar-Cell Metallization In-Line System)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2년간 약 20억원을 투자해 개발에 매진, 결국 태양광 장비산업의 국산화에 성공하게 됐다. 2008년에는 현장실무경험자를 연구원으로 발탁하여 사내에 기업부설연구소까지 설립했고, 이를 바탕으로 10건의 특허와 6건의 실용실안을 획득하게 됐다.

이러한 활발한 기술 개발과 수출 확대로 (주)에스제이이노테크는 현재 58명의 직원, 연매출 215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시대가 많이 바뀌지 않았습니까. 진취적인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릴 때 기술들을 배우면서 이걸 어디다 써먹을까 많이 생각했었는데, 그 때 익혔던 작은 기술, 연구 개발 과정들이 제가 사업을 함에 있어 매우 큰 힘이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정 대표가 기능인 후배들에게 전한 이 말 속에는 기능에 대한 강한 애착이 느껴졌다. 지금까지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시장까지 점유하여 업계 1위 기업을 목표로 한다는 정형찬 대표의 모습은 우리나라 기능인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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