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 관장 | 서울소방재난본부 광나루 안전체험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1년이 조금 지났다. 이 사고의 충격으로 우리보다 기술이 앞선 독일은 2022년까지, 스위스는 2034년까지 국가의 원전을 모두 폐쇄하겠다고 선언하고,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새 에너지원의 개발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볼 때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세계 각국에 한 가지 큰 과제를 던져줬다고 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같은 사태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국민들에게 확고하게 인식시키지 못하면 그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공감대를 세계 원전전문가들에게 심어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일본사고 후 어떠한 대처방안을 내놓았을까. 우리나라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보유하고 있는 원전 21기에 대해 안전점검에 들어간 바 있다. 또한 고리원전의 해안 방호벽을 높이고, 지진이 발생하면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하는 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여러가지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위의 여러 나라들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에 대한 사용을 줄이려는 대신 오히려 의존도를 더 높여나간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1인당 전력소비량은 9510kWh로, 이 중 원전에 31%를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전력소비량은 독일 등 여타 선진국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갑작스레 원전의 가동을 중단시키면 이같은 전력량을 어디에서 끌어올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력의 원전 의존율을 2030년까지 59%로 끌어올리겠다는 기존의 계획에 따라 강원도 삼척, 경북 영덕 등에 원전을 4기씩 세우겠다는 입장을 지난해 말 밝힌 바 있다. 동시에 미국, 프랑스와 함께 세계 3대 원자력 강국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원전 의존율이 높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같이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말할 처지가 못된다. 그렇다면 당장 필요한 답은 나온다. 원전의 안전성을 확고히 하여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을 해소시켜나가는 것이다.
원전 추가 계획이 발표되자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난리가 났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은 물론이거니와 폐기물 처리에 대한 우려까지 나타났다. 물론 정부는 이러한 사항들을 안전하고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불신까지 완벽하게 처리할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작은 사고라도 터지면 모든 원전과 원전 산업은 파국을 맞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기술이 UAE 등 외국에 수출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해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의 원전시스템이 대지진 한 번으로 붕괴된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 기술력도 절대 과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원자력 분야 기술자들은 원전의 중대사고 발생률이 10만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모든 부품이 완벽하고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을 경우를 상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간단하게 생각해서 원자력 발전기를 구성하고 있는 수십만 개의 부품 중 하나라도 완벽하지 못할 경우의 수와 그 부품이 문제를 일으킬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앞으로 정부와 원자력 산업계가 원전사고에 대한 대처방안 마련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수십만개의 부품이 있다면 그 모두 완벽하게 점검하고 문제점을 개선해나간다는 자세를 가지고 원전의 안전성 문제에 접근해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원전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높여 나가는 것이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1년간의 일본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지금,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다함께 원자력을 새롭게 바라봐야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현재로서는 원전 이상가는 효율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수단이 없지만 언제까지나 물리적,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에너지에 기댈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제2의 후쿠시마 사고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 원전의 안전성에 보다 더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우리의 에너지 발전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장기적 계획도 미리 세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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