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예방 위한 각종 제도 개선할 방침
‘국정감사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처리 결과 보고서’ 발표 화학물질 독성 시험센터 설립…자율적인 산재예방활동 유도
지난해 9월 19일부터 10월 8일까지 20일간 계속됐던 국정감사. 당시 국정감사는 삼성반도체 산재인정 문제와 특수형태 근로자의 산재보험 적용문제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면서 세간의 이목을 받았던 바 있다. 고용노동부의 정책적 개선에 대한 각계의 여론이 모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논란들에 대해 입장을 정리한 ‘국정감사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처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고용부의 정책 추진에 대한 밑그림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본지는 이를 토대로 고용노동부의 향후 정책 추진방향을 살펴봤다.
Ⅰ. 근로자를 위한 산재보험 체계구축
산재인정요건 완화
삼성반도체 근로자의 산재인정 문제는 지난 국감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았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암의 발병원인이 사업장의 근무환경과 상관관계가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산재입증의 책임이 사실상 근로자에게 있는 현 상황에서 이 관계를 근로자들이 밝혀내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
당시 국감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도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해당 상병의 특성을 고려해 산재인정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산재보험 제도개선TF’ 내의 ‘직업성암 전문가 소위원회’에서 관련 제도의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소위원회에는 한국노총, 민주노총, 경총, 중기중앙회,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 등의 관계자 9명이 참여하고 있다”라며 “이들은 직업성 암 인정을 위한 발암물질 목록을 작성하고 있으며, 외부기관의 별도 역학조사 없이 공단이 산재를 인정할 수 있게끔 하는 ‘직업성암 인정기준’도 마련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고용부는 “소위원회에서 논의된 개선안을 바탕으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올해 상반기 중에 관련 법령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고용부는 앞으로 실효성 있는 업무상 질병 연구를 위해 ‘화학물질 독성 시험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2013년 예산안에 반영될 예정이다.
근로자 산재입증 부담 경감
산재입증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산업안전보건계의 가장 큰 화두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국감에서 환노위 위원들은 사업주들이 영업기밀, 문서보존기한 경과 등을 핑계로 자료제공에 비협조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재해조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입증 책임을 지는 등 근로자의 입증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공단의 업무절차를 개선, 근로자의 입증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고 있다”라며 “구체적으로는 현장조사 강화, 산업의학전문의 참여확대, 상병별 심의체계 구축 등 총 16개 과제를 선정해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또 “재해조사 시 수집해야할 자료 목록을 명시해 자료의 누락을 방지하고 조사인력을 증원하는 등 조사의 객관성을 높일 계획”이라며 “재해조사 담당직원들에 대한 집체교육, 역학조사 체험교육 등 직무교육도 강화해 전문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특수형태 근로자 보호방안 마련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보조출연자 등 특수형태 근로자에 대한 보호방안을 촉구하는 의원들의 주장도 강하게 제기된 바 있다. 그 요지는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는 “보조출연자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전제하며 “보조출연자에 대한 근로자성 여부를 조사해 근로자인 경우 산재보험 적용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며,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에는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 별도의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고용부는 새로운 직업군에 대한 맞춤형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서 먼저 예술인의 고용·산재보험 가입 문제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까지 실시한 ‘고용형태 다양화에 대응한 산재보험 적용 및 운영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예술인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을 위해 산재보험관리기구를 구성하는 등의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개정된 관련법은 8월 정도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Ⅱ. 산업재해 예방역량 강화
산재 은폐 방지 총력
환노위 위원들은 산재은폐 문제에 대한 개선책도 강력히 요구한 바 있다. 산재예방정책을 펴는 기초자료가 되는 산재통계가 왜곡될 경우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 의원들의 핵심 주장이었다. 환노위 의원들은 산재은폐에 대한 철저한 원인조사와 강력한 처벌 등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는 “조사결과,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사업주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산재보고를 하지 않는 사례가 많고,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정부의 지도·감독에 대한 우려로 산재보고를 회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어서 고용부는 “산재가 보고되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련 기관과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라며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실을 보고하지 않다가 적발될 경우 과태료를 즉시 부과하는 등 강력한 사법·행정적 조치를 취해 나갈 방침이다”라고 천명했다.
안전보건정책 패러다임 전환
산업재해자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도 지난 국감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재해율은 2006년 0.77%, 2007년 0.72%, 2008년 0.71%, 2009년 0.70% 2010년 0.69% 등으로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인구 1만명당 9.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악이라는 지적이었다.
이와 관련해 환노위 의원들은 사업장 관계자들의 인식·행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게끔 문화적 관점에서 산재예방정책이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무엇보다 전체 사업장의 약 98%를 차지하는 소규모 사업장의 재해감소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근로자를 지휘·감독하는 관리감독자의 의식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라며 “이에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관리감독자를 안전보건지킴이로 양성하는 사업을 2014년까지 전개해 자율적인 산재예방활동이 이뤄질 수 있게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고용부는 “재해발생 위험이 높은 소규모 사업장에 자율안전관리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교육지원 사업 등을 보다 확대해 추진해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요율 개정 추진
이번 보고서에는 주요 업종별로 제기됐던 사항에 대한 대책도 담겨 있다. 먼저 당시 국감에서 환노위 위원들은 비파괴 종사 근로자들을 위한 안전대책의 수립을 고용부에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현재 원자력안전법(원자력안전위원회)과 산업안전보건법(고용노동부) 등에 중복으로 규정되어 있는 방사선 관련 안전보건규정을 개정키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라며 “방사선에 의한 근로자들의 건강보호를 위해 도급에 관한 규정 등의 개선도 관련 법 검토 작업을 거쳐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용부는 건설현장의 공사규모별·공종별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사용실태 및 적정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요율에 관한 연구용역을 토대로 필요한 경우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요율을 개정할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아울러 고용부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와 관련된 제도정착을 위해 지도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6월부터 7월까지 화학물질 제조·수입자 및 사용사업장을 대상으로 일제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점검을 통해 제도가 현장에 정착되도록 노력하는 한편 일부 미비점이 발견될 경우 신속히 보완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고용부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클린사업장 조성지원 사업을 앞으로도 적극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근로감독관제도의 내실화를 위해 인력을 증원하고, 관련 교육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같이 이번 보고서에서는 지난해 국감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에 대한 고용부의 입장이 잘 드러나 있다. 산재입증 책임 소재 문제 등 일부 현안과 관련해서는 부족한 점이 드러났지만 안전보건정책의 실효성 있는 추진을 위한 다양한 방편들이 실시될 예정이라는 것은 확연히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같은 고용부의 방침들이 어떻게 현실화되느냐는 것이다. 위에서 제기된 사항들 모두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의 기치로 삼고 있는 만큼 각계의 의견 수렴을 통해 제도가 하루빨리 시행·정착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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