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비계 도입·확대, 건설재해 감소 지름길
시스템비계 도입·확대, 건설재해 감소 지름길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2.04.25
  • 호수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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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연구원, 추락 예방 국제세미나 개최
건설업은 산재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업종이다. 그리고 이 건설업 산재 사망자의 과반은 ‘추락재해’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전체 산재 사망자 2,114명 중 621명이 건설 근로자였으며, 이들 중 절반이 넘는 311명이 추락사고로 숨졌다.

다시 말해 추락재해만 잡아도 건설재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추락재해를 감소시킬 수 있을까? 최근 이에 대한 해답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국내외 저명한 전문가들을 초빙, ‘추락재해 사망자 감소를 위한 작업발판 및 비계 개선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 것이다. 세미나에선 추락재해 발생의 대표적인 기인물로 지적되는 작업발판(2m이상의 고소작업 시 작업자가 서서 작업을 하기위해 마련한 발판)과 비계(구조물의 외부작업 시 임시로 설치하는 작업대) 사용의 문제점, 제도 개선 방안 등이 소개됐다.



최돈흥 위원 “작업발판 안전관리 매우 허술”

현행 작업발판 사용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발표는 안전보건연구원의 최돈흥 위원이 맡았다. 발표를 통해 최 위원은 작업발판 사용실태와 작업발판으로 인한 사고 현황 등을 설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향을 함께 제시했다.

작업발판재해, 중소규모 현장에 집중

최 위원에 따르면 2009년의 경우 작업발판으로 인해 1,230명의 재해자가 발생했다. 이중 추락재해자는 945명(77%)이었다. 작업발판에서 발생한 재해 10건 중 8건 가까이가 추락재해인 셈이다.

작업발판 재해현황을 상세히 살펴보면, 대규모 현장보다는 중소규모 건축현장에서 재해가 많이 발생했다. 무려 20억 미만 소규모 현장에서 작업발판 재해의 68%가 집중된 것. 사고의 주된 이유는 안전방망 등 안전시설 미설치였다. 이외 인력중심의 현장 운영, 기술력 부족 등도 사고다발의 이유로 꼽혔다. 따라서 최 위원은 중소현장의 인력중심 체계를 장비중심체계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해자를 근속기간별로 구분하면 일반재해자는 근로기간 6개월 미만이 94%로 가장 많았다. 신규 근로자에게서 재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헌데 사망자의 경우는 이와는 반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경력 10년 이상이 62%로 가장 많았던 것. 이에 대해 최 위원은 오랜 근로로 인해 타성에 젖거나 안전의식이 둔감해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다.

이에 따라 그는 동종경력 10년 이상 근로자에 대한 법정 의무교육을 강화하고, 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령별 분석에서는 50대 이상에서 일반재해의 65%, 사망재해의 71%가 집중됐다. 고령으로 인한 운동신경 부족, 위기대처 능력 부족 등이 그 이유로 분석됐다.

최 위원은 “각 현장들에서 고소작업 배제, 작업 전 체조 의무화 등 고령근로자의 특성을 반영한 특별관리 방안을 수립,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전교육 후 테스트 의무화 필요

최 위원은 쌍줄비계, 이동식 비계, 말비계에 설치된 작업발판 395개(102개 현장)를 조사한 결과도 밝혔다. 이에 따르면 대다수의 현장에서 발판을 허술하게 설치, 사용하고 있었다. 관리규정 미준수율만 무려 64%에 육박했다.

세부적으로 쌍줄비계의 경우 86%가 발판사이 틈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으며 통행을 위한 폭이 확보되지 않은 것도 43%에 이르렀다. 벽면 이격거리 미준수 비율은 43%였으며, 특히 발끝막이 판의 미준수 비율은 100%에 달했다. 말비계의 경우는 돌출길이 미준수가 89%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규정 미준수율이 높은 이유는 건설현장의 근로자는 물론 관리자들도 안전기준을 잘 모르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건설현장 근로자 313명, 관리자 272명을 대상으로 작업발판 안전기준 숙지도를 조사한 결과 대표적인 안전기준 13항목에 대해 대부분이 모르고 있었다. 오답률 평균이 근로자는 79%, 관리자는 66%에 달했다.

이런 상황을 개선키 위해 최 위원은 안전기준을 사업장에서 보다 이해하기 쉽게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현행 산안법에서는 ‘작업발판의 최대적재하중을 정하고 이를 초과하여 실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헌데 현장에서는 발판 위에 적치하는 자료를 수시로 계량, 관리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런 점을 반영, ‘최대적재하중’을 ‘최대적재하중 및 재료별 최대적재 수량’으로 표기해 작업장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최 위원은 사내 안전교육 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테스트 등 안전교육 후 교육내용 숙지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 요지.

아울러 그는 발판설치자와 이용자가 다르다보니 발판 이용자가 발판 상태를 몰라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발판 위치별 담당자를 지정하고 이를 통해 발판을 정기적으로 점검하여 그 결과표를 게시토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안전수칙 등을 기재한 안전표지를 발판 인근에 부착하는 것도 추락재해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시스템비계 활성화, 선택 아닌 필수

한국안전학회 박종근 이사(벽성대학 교수)는 ‘건설현장 추락재해예방을 위한 시스템비계 도입방안에 관한 연구결과’라는 발표를 통해 안전성 높은 시스템비계의 활성화가 추락재해의 근원적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역설했다.

건설사 “돈 때문에 강관비계 쓴다”

박종근 이사에 따르면 시스템비계는 조립·설치가 용이한데다 작업발판과 안전난간을 동시에 설치함으로써 사고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때문에 대다수 선진국들과 국내 대형현장에서는 시스템비계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중소현장의 상당수는 아직도 강관비계를 많이 쓰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강관비계가 자재의 규격변화가 가능하여 수평·수직·경사로 등의 설치가 용이하다는 것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강관비계는 시스템비계에 비해 약 1/3 정도가 저렴하다. 즉 여전히 안전이 경제성 논리에 밀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이사는 시스템비계가 가격적 불이익 보다 더 큰 이득을 줄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에 대한 예로 박 이사는 2008년 비계공사 재해를 기인물별로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동안 모두 1,227건의 비계공사 재해가 발생했는데, 이중 틀비계에서 가장 많은 508건(41.4%)의 재해가 발생했다. 그 뒤는 단관비계 222건(18.09%), 기타비계 및 작업발판 90건(7.33%), 달비계 47건(3.83%), 말비계 18건(1.47%), 시스템 비계 3건(0.24%)의 순서였다. 즉 시스템비계에서 가장 적은 사고가 난 것이다.

시스템비계 도입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또 있다. 같은 조사의 직종별 재해현황을 살펴보면 비계공 255건(20.7%), 목공 217건(17.7%), 미장공 199건(16.22%), 조적공 88건(7.17%), 철근공 17건(1.39%) 콘크리트공 17건(1.39%), 용접공 22건(1.79%) 등의 순서로 재해가 다발했다.

이처럼 미장공, 목공, 조적공이 재해를 많이 입은 것은 비계 자체에 조립 결함이 있거나 발판 미설치 상태로 작업을 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될 수 있다. 따라서 박 이사는 작업발판의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작업발판을 일체화 및 시스템화 할 수 있는 시스템비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스템비계, 추락재해 예방효과 크다

상기의 시스템비계 장점을 건설사들은 모르는 것일까? 아니다. 대다수 건설사가 시스템비계의 장점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박 이사가 213개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 대상 건설업체 중의 80%가 현장에서의 불안전한 행동을 감소시키는데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비계로 시스템비계를 꼽았다.

게다가 건설업체 중 75%는 시스템 비계 도입 시 20% 이상 추락재해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응답했다. 헌데 아이러니하게도 시스템비계의 효과를 인정한 비율과 같은 80%의 건설업체가 ‘고가’를 이유로 강관비계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건설업체 대부분이 장점과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비용 때문에 시스템비계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박 이사는 건설사들의 애로사항만 해결되면 시스템비계의 도입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기에,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제도적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뒷받침 돼야

시스템비계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책은 무엇이 돼야 할까. 이에 대한 답 역시 설문조사에서 찾을 수 있다.

응답 비율 중 가장 많은 32%의 건설업체가 ‘시스템비계 도입 비용을 설계단계에서 실행예산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주길 희망했다. 그 뒤를 이어서는 24%의 업체가 ‘시스템비계 설치·해체단가 개선’을 꼽았다. 나머지는 강관비계 등을 시스템비계로 교체 시 경제적 지원(18%), 일정 공사규모 이상 현장에 대한 시스템 비계 도입 의무화(15%) 등의 순이다.

박 이사는 “시스템비계의 도입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공사 실행예산에 시스템비계 도입 예산 편성’에 대한 견해가 가장 높게 났다”면서 “국토해양부와 고용노동부간의 부처간 협의를 통해 이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만일 부처간 협의가 어려울 경우 차선책으로 건설업체, 임대업체 등에서 산재예방시설자금융자로 신청·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시스템비계의 공급을 촉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자율관리업체지정 및 노사자율재해예방프로그램에 의한 업체 선정 시에 시스템비계를 도입하는 업체에 한해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볼만 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그는 “정부 발주 공사 및 유해위험방지계획서 대상 공사 시 우선적으로 시스템 비계를 시범 적용하거나 일정높이 또는 특정공사에는 시스템 비계를 사용토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추락재해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시스템비계 도입 시 형식 및 규격에 대해 안전성을 검토할 수 있는 인증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비췄다. 특정 높이 이상에서는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야만 비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

실제로 싱가포르에서는 높이 30미터 이상의 공사의 경우 비계 설치 시 기술사의 안전성 검토를 반드시 받아한다. 미국도 높이 38미터 이상의 공사는 비계를 설치할 때 전문 기술자가 설계하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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