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학의 향기, 기쁨도 근심도 없어라
우리문학의 향기, 기쁨도 근심도 없어라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2.04.25
  • 호수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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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의 아래 나의 거처 (坡山之下)
쉬면서 머리를 감을 수 있네 (可以休沐)
옛 시내 맑고 시원하니 (古澗淸?)
나의 갓끈을 이 물에 씻고 (我纓斯濯)
물마시고 밥 먹으니 (飮之食之)
기쁨도 금심도 없어라 (無喜無憂)
깊숙한 이 산에서 (奧乎玆山)
누가 나를 따라 노닐까 (孰從我遊)

성수침 (成守琛, 1493~1564)〈파산(坡山)〉《청송집(聽松集)》

청송(聽松) 성수침(成守琛)은 서울 백악산(白岳山) 아래와 파주의 우계(牛溪)에서 살다간 은일지사(隱逸之士)이다.

이 시는 그가 파주의 파평산(坡平山) 아래 우계에서 은거할 때 쓴 시이다. 이 시에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불평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적 충일을 일궈나가겠다는 청송의 마음이 담겨 있다. 위기지학(爲己之學)에 힘쓰며 안빈낙도의 삶을 추구하는 참된 처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시풍이라고 하겠다.

이 시의 백미는 4행이다. 갓끈을 물에 씻는 것은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에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는다[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라고 한 대목에서 유래한 말로 고결한 삶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현대시에서는 이런 삶의 자세와 마음을 드러낸 시를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현대시가 주로 열정, 시적 긴장, 새로운 이미지와 시선, 개성 등의 방향으로 나가다 보니, 우리 전통 속에 엄연히 존재하는 은일의 정신이 끊어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또 요즘은 온통 남에게 보이는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고 나가다 보니 은자들이 어디 있는지 잘 알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논어(論語) ‘학이(學而)’편의 첫 머리에서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불평하지 않으면 정말로 군자가 아니겠는가”라고 한 말이 예사로 여길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하게 다가온다.

<자료제공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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