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상이 전체 가계대출의 절반 차지
가계부채가 저소득층과 고연령층을 중심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전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말 현재 가계부채는 912조9,000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7.8% 늘어났다. 이 가운데 은행권 가계대출 비중은 5.7%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비은행권은 11.6%로 2010년(12.7%)에 이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상환부담 증가는 소비 위축은 물론 주택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소득 가계부채 빠르게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가계부채가 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규 취급된 가계대출을 분석한 결과, 연소득 2,000만원 미만 가구의 대출비중은 2010년 12.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4.2%로 늘어났다. 3,000만원 미만 가구 역시 21.1%에서 24.4%로 증가했다. 반면 연소득이 3,000만원 이상~6000만원 미만인 가구의 경우 49.3%에서 47.6%로, 6,000만원 이상인 가구는 17.7%에서 13.8%로 급감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저소득층의 대출이 증가한 것은 대출을 통해 생활자금을 충당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가계부채 수준이 이미 높아진 상황에서 소득보다 부채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부채상환능력이 떨어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저소득층의 채무상환능력 약화가 가계부채의 대규모 부실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일자리 창출 등 저소득층의 소득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연령층 가계대출 증가세, 인구 고령화 앞질러
가계대출 양상의 또 다른 문제는 50세 이상 고연령층의 대출이 빠르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고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46.4%에 달했다. 이는 2003년(33.2%)과 비교하면 13.2% 늘어난 수치며, 같은 기간 50세 이상 인구비중이 8% 상승한 것에 비해 높은 것이다. 이는 곧 고연령층 가계부채가 고령화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고연령층의 가계부채는 은행권보다 비은행권에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50대 이상의 은행권 가계대출 비중은 2003년 30.5%에서 지난해 42.2%로 늘어났으나, 비은행권에서는 38.4%에서 53.2%로 급증했다.
한국은행은 고연령층의 가계부채가 증가한 이유로 부동산 시장의 부진,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등을 꼽았다. 이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기인 2005~2007년에 수도권의 고가주택담보대출을 크게 늘렸지만 주택시장 부진으로 대출금 상환에 제약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베이비부머 세대인 이들이 은퇴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창업자금을 마련하는 사례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연령층의 경우 채무상환능력이 낮은 경우가 많아 경제여건이 악화될 경우 부실위험이 크다”며 “특히 노후 및 대출상환 자금 마련을 위해 주택을 처분하거나 축소하면서 전반적인 주택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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