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검역 강화키로…시민단체, 수입·유통중단 촉구
미국에서 젖소 한 마리가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달 24일 캘리포니아주 중부 지역의 한 목장에서 사육된 젖소 한 마리가 우해면양뇌증(BSE)에 걸린 것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소는 연간 약 4만 마리의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하는 농무부의 ‘광우병 감시 프로그램’을 통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농무부 수석 수의사 존 클리포드는 “해당 젖소가 사료를 통해 광우병에 걸린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며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는 절대 유통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흔히 광우병으로 불리는 우해면양뇌증은 소의 뇌에 생기는 신경성 질환이다. 이 병에 걸린 소는 침을 흘리고 비틀거리는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뇌에 스펀지처럼 작은 구멍이 생겨 이내 죽게 된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먹인 ‘동물성 사료’가 광우병의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광우병에 감염된 소고기를 먹을 경우 인간의 뇌에도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광우병에 걸린 소의 우유를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는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지난 2003년 워싱턴주에서 캐나다산 소가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드러난 이후 2005년 텍사스주, 2006년 앨라배마주 등에서 3차례 광우병이 발병했었다.
◇정부, 美 광우병 발생에 따라 검역 강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했지만, 한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유통을 금지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과 맺은 쇠고기 수입 위생검역조건에 현지 광우병 발생에 따른 ‘검역 중단’ 조치가 명문화 돼 있지 않아, 우리 측에서 일방적으로 검역을 중단할 경우 자칫 미국과 통상마찰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2008년 4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했지만 광우병에 대한 안전 장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 해 5월 한 차례 더 추가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광우병 발생 시 수입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명문화하지는 못했다.
여인홍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사육된 젖소 1마리에서 BSE가 확인돼 미국 측에 상세한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라며 “미국 측에서 제공한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수입중단이나 검역중단 조치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상세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시일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모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작업장별·수입일자별로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조사단은 검역검사본부 주이석 부장을 단장으로 학계, 소비자단체, 유관단체, 농식품부 관계자 등 9명으로 구성됐다. 조사단은 현지에서 광우병 발생상황, 역학조사와 정밀검사 상황, 광우병 예찰 현황 등에 관한 조사활동을 벌인 후 오는 9일 귀국할 예정이다.
◇시민단체, 美쇠고기 수입·유통중단 촉구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시민단체들은 적극 반발하고 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광우병위험감시국민행동,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등은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유통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검역중단 또는 수입중단 조건도 명문화돼 있지 않은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즉각 개정하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미국은 현재 연간 도축소의 0.1%인 4만두만 광우병 검사를 하고 있다”며 “이번 발견은 단지 한마리만 광우병에 걸렸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광우병이 상당규모로 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광우병 검사는 도축시 소의 뇌에서 직접 하는 방법만 있고 수입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검사법은 실용적으로 개발돼 있지 않다”며 “검역강화는 의미없는 조치로 수입중단만이 국민을 광우병으로부터 보호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광우병으로 인한 미국산 쇠고기 소비 감소가 아무 잘못이 없는 영세식당과 국내농가에게 돌아갈 수 있다”며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유통 중단도 병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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