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 처벌 규정 없어 실효성 논란

경찰, 도로교통법 개정해 휴대전화 사용 수준으로 처벌할 계획 밝혀
운전 중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시청에 몰두한 운전자의 화물트럭이 국도에서 훈련 중이던 여자 사이클 선수단을 덮쳐 선수 3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관련 법을 정비해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고는 이날 오전 9시 50분쯤 경북 상주에서 구미로 향하는 25번 국도(왕복 4차로) 2차로에서 백모(65)씨의 25톤 화물트럭이 앞서가던 상주시청팀 감독 전모(51)씨가 운전하는 승합차와 사이클 6대를 잇달아 덮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박은미(24), 이민정(24), 정수정(19) 선수 3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고, 김선영(20) 선수 등 선수 3명과 훈련차량을 몰던 감독 전모씨 등 4명이 크게 다쳤다. 숨진 선수 중에서는 올해 런던올림픽 출전에 도전하는 선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 결과 백씨는 DMB를 켜 놓고 운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백씨는 “DMB를 보다가 ‘쿵’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사고가 난 줄 알았다”라며 “급하게 핸들을 꺾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선수들을 들이받은 후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경북 의성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는 브레이크를 밟은 타이어 자국(스키드 마크)이 없다”라며 “백씨가 DMB 시청에 몰두해 사고를 낸 뒤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운전 중 DMB 시청하면 전방 주시율 50.3%에 불과
이번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운전자 중 일부는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운전 중에 DMB를 시청하고 있다. 하지만 DMB 시청은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DMB를 시청할 경우 전방 주시율은 50.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음주운전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의 전방 주시율(72%)보다 낮은 수치다. 즉 주행 중에 DMB를 시청할 경우 돌발상황 등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교통사망사고 원인 중 약 54.4%가 전방주시 태만이었다. 이 수치는 중앙선침범, 신호위반, 과속 등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DMB 시청은 금지돼 있지만
차량용 DMB 수신 단말기가 확산된 것은 서비스가 시작된 2005년 이후부터다. 2009년 6월을 기준으로 보면 위성 DMB 가입자 201만명 가운데 10만명이 차량용 DMB 수신기를 사용하고 있다. 또 지상파 DMB 수신기 판매대수 4,203만대 중 차량 탑재용은 880만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DMB가 널리 보급된 후 이와 관련된 사고가 끊이지 않자 정부는 지난해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운전 중 DMB 시청을 금지시켰다. 도로교통법 제49조에 ‘운전자는 자동차 등의 운전 중에는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을 시청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이클 선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이 법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DMB 시청 금지가 운전자 준수사항으로만 규정돼 있을 뿐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조항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목소리가 커지자 경찰은 운전 중 DMB 시청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경찰에서는 운전 중 DMB 처벌 수위를 휴대전화 사용 수준(승용차 기준 벌점 15점, 과태료 6만 원)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차량용 DMB 수신 장치에 대해서는 주행 시 영상 송출이 제한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