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안전학회 춘계학술대회 10~11일 개최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산·학·연 관계자들이 모여 산재예방의 정책 방향을 모색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한국안전학회(회장 엄현택)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연구원(원장 박정선)과 함께 10~11일 보령 비체펠리스에서 ‘2012년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계와 전문기관이 뜻을 모아 개최한 이번 학술대회에는 기계안전, 화공안전 등 9개 부문에서 총 114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안전분야에서 이슈가 되는 주제는 물론 실제 사업장에서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는 연구사례들이 다양하게 발표됐다. 기계안전 분야의 ‘지게차 사고예방대책에 관한 연구’, 건설안전 분야의 ‘소규모 건축공사의 재해율 감소를 위한 방안’, 원자력안전 분야의 ‘설비 신뢰도 DB구축을 통한 원전 안전성제고 방안’ 등 현장 적용성 높은 주제의 논문들이 대표적인 예다. 안전정책 분야에서는 정부의 안전정책에 대한 안전전문가들의 평가 자료가 발표돼 흥미를 끌기도 했다.
한국안전학회 엄현택 회장은 “정보교환의 장이라는 학회 본연의 역할에 맞게끔 이번에도 현장에서 유용 가능한 다양한 학술적 자료들이 발표됐다”라며 “이번에 발표되는 논문들에 대해 산학연이 상호 연계하면서 재해 감소라는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박정선 원장은 “최근 사고가 다양화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도 연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라며 “학술대회에서 나온 많은 연구사례들이 현장에 조속히 도입될 수 있도록 학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축사 자리에서 고용노동부 문기섭 산업안전보건정책관은 “산업현장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 속에 학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라며 “학회에서 발표되는 여러 논문들 중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책에 적극 반영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대한산업안전협회 신진규 회장은 “비계 붕괴 사고, 화재 사고 등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산업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며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산업재해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제기되고,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중요성과 각계의 의지가 범국가적으로 확산될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자료 중 주목을 받았던 것들을 모아본 것이다.
건설업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재해감소에 큰 성과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은 1996년 BS8800을 바탕으로 1999년부터 OHSAS18001의 보급이 시작됐다. 건설업의 경우 이와 함께 건설업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18001)이 보편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보건공단은 2002년부터 종합건설업체에 대한 인증을 시작으로, 발주자, 전문건설업체, 그리고 최근에는 CM사까지 그 대상을 넓혀나가고 있다. 현재까지 KOSHA18001의 인증을 받은 종합건설업체는 19개사, 발주기관은 10개사, 전문건설업체는 50개사이며, 사업장수로는 2,723개소에 달하고 있다.
이 인증은 도급순위 상위업체 및 주요 공공발주기관을 포함하면서 재해예방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상위 50대 종합건설업체의 경우 인증을 받은 17개사의 평균환산재해율은 비인증 업체보다 67%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9년과 2010년을 보면 비인증 업체의 재해율은 상승한 반면 인증업체의 재해율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여타의 재해감소 대책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공사현장 단위에 한시적으로 유효하지만, 인증시스템은 본사의 시스템으로 정착되어 인증업체 모든 현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특히 발주기간에서의 인증시스템 운영은 소속 종합건설업체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종합건설업체가 인증을 받은 경우도 관련 전문건설업체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즉, 개별현장이 아닌 전사적 차원으로 인증시스템의 도입이 이뤄지고 있기에, 그만큼 재해감소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인증시스템의 보급 효과는 오히려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향후 인증업체의 재해감소 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 기대했다.
고령근로자에 대한 차별화된 대책 필요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7%가 됐다. 이후에도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현장에서도 핵심근로자층이 20대에서 40대로 변화하는 등 고령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산업현장에서는 고령근로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산재통계를 보면 2007년도의 55세 이상의 재해자수는 19,133명으로 전체 재해자의 21.2%를 차지했다.
2008년에는 19,133명으로 전체의 22%, 2009년에는 24,996명으로 전체의 25.6%, 2010년에는 26,622명으로 전체의 27%를 차지했다. 이처럼 고령근로자가 전체 재해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 고령근로자의 사고 위험성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30대 근로자와 비교했을 때 고령근로자의 지구력은 14%, 민첩성은 20%, 순발력은 32%씩 떨어지고, 근력은 30대 근로자의 18% 정도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신체적 특성이 고령근로자가 산재에 취약한 이유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고령근로자의 재해를 형태별로 살펴보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전도 및 추락의 발생형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업종 중 광업과 건설업에서의 발생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 연구팀은 산업현장의 작업공정과 안전관리가 고령근로자의 신체적 특성을 감안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연구팀은 안전보건교육의 분리 실시, 복합적 감각을 이용한 고령근로자 작업대책 마련, 위험작업에서의 배제 등을 우선적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고령근로자의 정의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령자 또는 노인의 범위는 보통 60~65세 이상을 말한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법 상에서는 60세 이상, 노인복지법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는 55세 이상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고령근로자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논지다.
전기사고 예방 위해 IT기술 적극 활용해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을 감소시키는 것이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기에서 전기는 온실가스 감축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에너지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는 인체와 접근될 시에는 감전이라는 치명적인 재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국가별 감전재해 사망백만인율(2005년 기준)에서 우리나라는 7.41로 영국(0.37)의 20배를 초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감전재해자(2006년 기준)를 비교한 결과에서는 한국 466명(사망 74명), 일본 115명(사망 19명)으로 우리나라의 재해자가 약 4배 많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감전재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원인은 바로 건설업이다. 2010년 건설업에서 발생한 감전재해자는 207명, 사망자는 21명으로, 전체 감전재해자(464명)의 약 45%, 전체 감전사망자(36명)의 약 60%를 차지했다.
감전재해는 충전부접촉에 의해서, 그리고 전기기술자에게 많이 발생한다. 시기별로 볼 때는 여름철인 6~8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감전재해를 궁극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IT기술을 이용해 건설현장 작업자의 실시간 위치확인 시스템을 개발·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활선작업 시 사고를 줄이기 위해 핸드폰에 활선체크 기능 칩을 내장시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외에 전기시설물과 부품들에 대한 수명예측 기준 및 기술을 개발하고, 작업자들의 행동양식에 대한 연구·분석을 통해 작업자 스스로가 안전을 신경쓰게끔 하는 작업문화를 조성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4년간 안전보건 수준은 ‘향상’, 정부의 노력은 ‘부족’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지난 4년간 안전정책은 어땠을까. 이에 대해 안전전문가(한국안전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가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응답자는 총 85명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 27명, 30대 19명, 40대 21명, 50대 17명, 60대 1명이었다.
‘지난 4년간 우리나라 안전보건 수준의 발전정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크게 발전했다’는 응답자가 4명(4.7%), ‘발전했다’라는 응답자는 36명(42.4%)으로 나타났다. 47.1%에 달하는 전문가들이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이다. 이외에 ‘그저 그렇다’라고 응답한 전문가는 35명(41.2%)이었으며, ‘후퇴했다’와 ‘크게 후퇴했다’라고 부정적으로 응답한 전문가는 각각 7명(8.2%), 2명(2.4%)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안전보건의식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긍정적으로 답한 전문가들이 많았다. ‘지난 4년간 우리나라 국민과 사회의 안전보건의식수준에 대한 변화’를 묻는 질문에서는 ‘크게 높아졌다’는 응답자는 2명(2.4%), ‘높아졌다’는 응답자는 51명(60%)에 달했다. ‘그저 그렇다’고 응답한 전문가는 26명(30.6%), ‘낮아졌다’와 ‘크게 낮아졌다’라고 응답한 전문가는 각각 4명(4.7%), 1명(1.2%)으로 나타났다.
종합해보면 안전전문가들은 지난 4년간 우리나라의 안전보건 수준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고 평가한 것으로 분석해볼 수 있다.
한편 ‘지난 4년간 안전보건에 대한 규제강화 여부’에 대해서는 ‘강화되었다’고 응답한 전문가는 24명(28.2%), ‘그저 그렇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36명(42.4%)로 나타났다. 그 외 ‘완화되었다’라고 응답한 전문가는 16명(18.8%), ‘크게 완화되었다’고 응답한 전문가는 8명(9.4%)이었다.
안전정책 개발을 위해 정부가 노력한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노력하였다’고 본 응답자는 17명(20%), ‘그저 그렇다’라고 본 전문가는 35명(41.2%)이었다. ‘별로 노력하지 않았다’고 본 응답자는 25명(29.4%), ‘아주 노력하지 않았다’고 본 전문가는 6명(7.1%)으로 각각 나타났다.
역대 정부에 대한 안전보건 정책 및 성과에 대한 전문가의 응답을 점수로 환산해본 결과 노무현 정부가 268점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김대중 정부 246점, 김영삼 정부 223점 순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는 222점으로 비교대상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지붕작업의 현실에 맞는 제도개선 이뤄져야
2010년도 건설업재해 통계를 보면 지붕작업에서의 추락 재해가 상당히 많이 발생했다. 발생률은 79%(지붕재해자 562명, 지붕추락재해자 442명)로써, 전산업의 추락재해발생률 14%(전체 산업재해자 98,654명, 추락재해자 14,040명) 및 건설업의 추락재해발생률 33%(건설업 재해자 22,504명, 추락재해자 7,322명)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이에 경사지붕은 비계, 이동식사다리, 작업발판, 개구부 등과 함께 건설추락재해 제5대 기인물로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붕작업장 추락재해를 높이별로 보면 5~10m구간에서 51%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안전방망의 설치 기준을 우선적으로 문제 삼았다. 현재 설치기준이 ‘작업면으로부터 수직거리는 10m이내’로 규정되어 있으면서, 높이 10m 미만인 지붕작업장 등에는 안전방망의 설치가 강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작업발판 설치 또는 안전대 착용으로 대체가능). 지붕작업의 경우 공사규모가 1~3층, 지붕높이가 10m 미만인 작업장이 71%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는 주장이다.
그 외에도 연구팀이 지붕작업 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지붕위 진입방법에는 외부비계가 43%, 이동식사다리가 34%였으며, 지붕위 작업자 위치는 콘크리트지붕바닥이 32%, 철골구조물 위가 16%로 나타났다.
또 작업통로 확보여부는 미확보가 42%, 확보미흡이 29%로 나타났으며, 작업통로 확보미흡내용은 사다리 미고정이 43%, 외부비계 불안전이용이 33% 등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위험성에 대한 실태조사결과 낙하위험이 32%, 추락위험이 88%, 걸려 넘어질 위험이 58%, 미끄러질 위험이 70%로 나타나는 등 실제 지붕작업자의 재해 위험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지붕작업발판 없음이 69%, 안전대 부착시설 미설치가 92%, 지붕 끝 추락 방지시설 미설치 및 미흡이 88%, 안전대 미착용 및 미체결이 95%, 안전모 미착용이 97%로 나타나는 등 현장의 안전의식은 매우 열악한 상황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실태결과를 근거로 내세우며, 건설현장 지붕작업의 현실에 맞는 제도개선 및 현장관리가 시급함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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