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18대 국회가 남긴 과제
막 내린 18대 국회가 남긴 과제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2.05.23
  • 호수 1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전 관련 법안의 자동폐기 의미

18대 국회가 지난 5월 2일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입법기관인 국회의 성적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는 얼마나 많은 법안이 발의됐고, 본회의에서 통과됐는지 여부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의 임기동안 18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1만3천여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던 한미FTA, 미디어법 등 6천여건에 달하는 법안들이 통과됐다.

하지만 나머지 법안들은 여아의 치열한 대립 속에서 수면 밑에서 논의만 진행되거나, 발의만 된 채로 방치됐다. 본회의 일정이 모두 끝난 만큼 이들 법안은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

이 가운데에는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법안도 다수 포함돼 있는 상황이다. 18대 국회가 끝나고 19대 국회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안전인들의 이목이 집중됐던 법안을 살펴보고, 통과되지 못한 내막을 살펴보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 법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리해 봤다.

산업안전업무 지방이양 VS 재해예방 실효성 의문

18대 국회 임기 내내 산업안전업무의 지방이양 문제는 노동계는 물론 학계, 정계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이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 2010년 3월이다. 대통령 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산업안전보건 기능을 지방으로 이양하기로 결정하고 대통령 재가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각계에서는 재해예방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그렇게 진통이 계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결국 지난 2011년 11월 21일 산업안전업무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한다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에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교육, 방호장치 제조 사업 등의 지원ㆍ감독,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위촉 및 이와 관련된 과태료 부과ㆍ징수 권한 등 고용노동부장관의 권한 중 일부를 시ㆍ도지사의 권한으로 이양한다고 명시했다.

이 법이 국회에 제출되자 노동계는 즉각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이런 업무를 수행할 전문인력과 관리체계가 없어 재해예방 효과가 나타날 수 없다는 뜻을 밝혔고, 학계는 물론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원들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결국 이 법안은 국회에서 단 한 번의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건설안전감독자 설계이전부터 투입 VS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역할 중복

2009년 2월 19일 김재윤 의원은 건설산업재해 예방계획의 수립에 관한 사항 등의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건설안전감독자를 공사 설계 이전부터 두도록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재윤 의원은 “현행 제도에 따르면 안전관리자는 실질적으로는 현장소장의 지휘 아래에 있어 지도, 감독 등 본연의 임무 수행이 어렵다”라며 “건설업의 경우는 기획, 설계단계의 결함으로 인해 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등 제조업과 다른 생산방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은 동일한 제도로 운영하고 있어 재해예방에 한계가 있다”고 입법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개정안은 건설업의 경우 안전에 관한 사항에 대해 발주자를 보좌하고 수급인에 대한 지도·조언 등의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건설안전감독자를 건설공사의 설계 이전 단계에서부터 두도록 했다. 또한 발주자는 수급인이 안전하게 공사를 수행하는지에 대해 직접 또는 건설안전감독자를 통해 감독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2010년 4월과 9월, 2011년 6월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논의됐지만 결국 본회의에 회부되지 못했다.

건설안전감독자를 선임할 경우 현행법에 따라 시공사가 선임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직무가 비슷해 서로의 역할이 모호해 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또한 대부분의 설계가 아웃소싱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건설안전감독자가 이와 같은 업무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외국인 안전교육 교재 제작·보급 VS 기업부담 가중, 효용성 낮아

전현희 의원은 지난 2010년 1월 외국인 근로자 안전·보건 교육 교재를 제작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국가로 하여금 외국인근로자의 모국어로 된 안전·보건 교재를 제작하도록 하고, 사업주 및 교육기관은 이를 반드시 이용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해 손명동 입법조사관은 실효성이 없다는 검토보고서를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했고, 이후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손 입법조사관은 외국어로 된 안전·보건 교재가 만들어지면 외국인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다는데에는 동감했다.

하지만 그는 “많은 국가에서 외국인들이 입국해 취업하고 있고, 사업장별 특성도 제각각인 상황에서 정부가 모든 외국어 교육교재를 개발ㆍ보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또한 사업주에게 정부가 제작·보급한 교재를 반드시 사용토록 의무화하는 것은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현실적인 효용성도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손 입법조사관은 현행법에 이미 정부의 책무로 외국인근로자를 포함한 근로자의 안전·보건교육 진흥을 규정하고 있고, 외국인고용허가제에 따라 유입되는 외국인근로자의 경우 일정한 한국어 능력을 인정받아 취업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 같은 현실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기 전과 후에 안전교육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고 효과 측면에서도 뛰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전했다.

연구실 안전관리 강화 VS 예산확보 문제가 관건

지난 2011년 2월에는 연구실안전환경관리자 지정, 안전환경관리자 전문교육 신설, 중대사고 발생 시 연구주체의 장의 보고의무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연안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이 법안은 정기적인 안전점검과 사고 발생 이후 후속조치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사실.

이에 김영진 의원은 지난해 10월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연구활동종사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실별로 유해·위험물질 및 장비를 사용·취급하는 설비에 대해 적절한 방호장치와 보호구를 설치토록 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해 박종우 입법조사관은 현실적으로 관련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조사관은 “개정안이 적용될 연구실은 전국적으로 대략 56,0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하지만 교과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안법 적용 대상 158개 기관 가운데 안전관리비를 계상한 기관은 82개 기관이었으며, 계상된 안전관리비는 연구과제 수탁금의 0.57% 수준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런 상황에서 방호 및 보호시설 구축과 관련된 예산이 확보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를 해 본 후 개정안이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들 법안 외에도 조승수 의원은 시설물의 정밀안전진단 시 내진성능평가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법안소위에서 폐기됐고, 연구실 위험등급분류제에 따라 연구실의 유해·위험물질 및 시설·장비 등이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지에 대해 조사를 실시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손숙미 의원의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발의만 된 채 아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이종혁 의원은 산업기계가 안전인증을 받거나 자율안전확인의 신고를 받은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하여금 해당 기계·기구 등에 대해 제조업자 또는 수입업자, 제품명 등을 공표하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역시 폐기될 예정이고, 건설공사현장에서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고경위 및 사고원인을 의무적으로 조사토록 하는 신영수 의원의 ‘건설기술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도 2012년 2월 1일 국토해양위에 회부됐지만 심사도 받지 못했다.

 


  • 서울특별시 구로구 공원로 70 (대한산업안전협회 회관) 대한산업안전협회 빌딩
  • 대표전화 : 070-4922-2940
  • 전자팩스 : 0507-351-7052
  • 명칭 : 안전저널
  • 제호 : 안전저널
  • 등록번호 : 서울다08217(주간)
  • 등록일 : 2009-03-10
  • 발행일 : 2009-05-06
  • 발행인 : 박종선
  • 편집인 : 박종선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보현
  • 안전저널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본지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Copyright © 2025 안전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hkim@safety.or.kr
ISSN 2636-0497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