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 정책 패러다임 전환으로 건설업 재해 예방
산업안전 정책 패러다임 전환으로 건설업 재해 예방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2.06.06
  • 호수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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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단위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산업안전과 관련해서 최근 정부 당국의 움직임은 건설현장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물론 각 지역에서도 건설현장에 대한 각종 기술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지도감독 등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건설업에 행정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올해 들어 건설업에서 재해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3월말 현재 건설업 재해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1%나 늘어났다.

사실 건설업의 산업재해 다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산업재해 통계를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산재 지표는 전년 대비로 감소했지만 유일하게 건설업에서만 재해자와 사망자가 모두 증가한 것이다.

특히 전체 업무상사고 사망자의 41.7%가 건설현장에서만 발생한 것을 비롯해 전년 대비로 대부분의 업종에서 사망자가 줄어든데 비해 건설업의 경우 3.8%가 늘어났다. 전체 근로자 가운데 건설업 근로자가 7.2% 정도에 불과한 현실에 비춰봤을 때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 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에서 보호구 착용 실태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실시하는 등 건설업 재해감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런 정책들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건설업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들이 시행돼야 할까.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심규범 연구위원은 ‘건설업 산재 발생 현황과 감소 대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그 해법을 제시했다. 건설업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리해 봤다.

건설현장의 특성 제대로 파악해야

특정 업종의 재해예방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그 업종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건설업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어떤 문제점이 파생되고 있을까.

심 위원에 따르면 건설업의 경우 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세 가지 특성이 있다. 먼저 건설업은 주문생산과 옥외생산으로만 공정이 진행된다. 이에 따라 수많은 개별 사업장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몇 개의 기업과 몇몇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재해예방 정책으로는 큰 성과는 내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건설업은 다단계 하도급 생산·고용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근로자들의 이동이 잦은 것은 물론이고 단일 사업주를 염두에 둔 산재예방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계획→설계→시공→유지관리’ 등의 순으로 진행되는 생산과정도 문제점 중 하나다. 건설이라는 특성상 상위 단계에서의 모순점이 하위 단계로 그대로 옮겨지는 것이다. 쉽게 예를 들면 건축물의 설계가 잘못될 경우 붕괴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심규범 위원은 “건설업만이 가진 특수성으로 인해 현행 산업재해 예방 정책이 널리 파급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장 진입 이전에 안전교육 실시

심 위원은 건설업만의 특수성 때문에 일반적인 산업안전보건 정책과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 위원은 이를 위한 핵심으로 기업 단위를 뛰어넘는 안전교육이 실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안전보건공단 등 공공기관에서 건설업 근로자들을 위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이 교육을 받은 근로자들만이 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제도가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지난 6월 1일부터 시행된 기초안전보건교육은 기업단위에서 실시되는 것으로 수많은 현장 중에 일부분에만 정책이 스며들 소지가 있다”라며 “공공기관을 통해 기초안전교육을 의무화하면 현장 차원이 아닌 건설업 전체에 정책효과가 날 수 있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이와 같은 정책의 효과로 가장 먼저 ‘기초안전교육’, ‘건강검진’, ‘3대 보호구(안전모, 안전화, 안전대)지급’ 등 기초산업안전요소가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을 꼽았다. 현장 도달 이전에 일정 장소 등에서 건설업 취업 희망 근로자를 대상으로 기초적인 산업안전교육을 실시한 후 이들을 대상으로 정기건강진단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이수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호구를 지급하면 중복지급도 막을 수 있다.

이 제도 시행에 따라 예상되는 성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위험요소 관리, 사고 비상사태 시 행동요령, 산재보상보험 등에 대한 지식습득이 가능하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교육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작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고, 현장별로 특성화된 교육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도 생긴다.

정부 등 관련 기관에서는 기초안전교육 취지에 부합할 수 있는 정책을 펼 수 있고, 중소규모 현장 근로자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교육기관 입장에서도 교육시간의 효율적 활용으로 교육 사업의 안전성을 제고할 수 있다.

사전적 재해예방 활동 병행

심 위원은 현재 사후적 재해율을 기준으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것도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정책은 산재 예방보다는 발생된 산재가 드러나지 않도록 유도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사용자에게 산재를 예방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핵심은 바로 적정공사비 확보다. 적정공사비 확보를 통해 노무비와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일정수준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심규범 위원은 “고용노동부 또는 담당기관에서 임금조사·발표·감독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위반업체에 대해서 공공공사 입찰참여를 제한하는 등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며 “적정공사비의 확보는 품질 제고 및 산재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사전적 재해 예방의 롤모델로 호주의 PSD(Premium Discount Scheme)제도를 꼽았다. 이 제도의 골자는 정부기관에서 감사를 파견해 사용자가 관련 기준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평가해 산재보험료를 인하해 주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제도의 시행을 위해 정부에서는 산재예방 노력의 형식화를 막고 실질적인 작동을 보장할 수 있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산재예방활동이 형식화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가운데 현장에는 관련 자료의 서면 작성 및 보관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와 같은 감사 및 평가 결과를 점수로 환산해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점수 등에 가점을 주면 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그는 다단계 하도급 생산구조와 관련해서 다양한 사업주간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도 사전적 재해예방 활동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해율 신뢰도 확보해야

건설업 재해율의 신뢰도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되는 부분이다. 정책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재해율 지표가 신뢰할 수 없을 경우 정책의 실효성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건설업의 환산재해율은 ‘환산재해자수/상시근로자수×100’으로 산출된다. 헌데 상시근로자수는 총공사금액으로부터 예상한 추정치에 불과하고 재해자수는 미신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재해율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이는 곧 건설업 산업안전 정책의 수립·시행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재해율이 제대로 신고되지 않는 것은 왜 일까. 건설업체들이 산재를 신고하지 않고 공상처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PQ신인도의 환산재해율 점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산재보험료가 증가하는 것도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 외 시공능력 평가의 시공실적 감액, 산업안전관련 감독 강화, 회사의 사회적 이미지 악화 등을 이유로 공상처리를 하고 있다.

이를 해결해기 위해 심 위원은 산재 개념의 이원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 핵심은 7일 이하의 재해를 환산재해율 산정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7일’은 상대적으로 경미한 재해로 중증 재해를 7일 미만으로 조작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한 그는 잠복기간이 긴 직업병을 PQ 신인도 재해건수에서 경감하는 것도 산재 미신고를 억제할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잠복기간이 긴 직업병 재해건수를 ‘해당업체 근로기간/잠복시간’에 따라 경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직업병의 잠복 기간이 10년인데 갑이라는 건설업체에서의 총근로기간이 5년이라면 PQ 재해율 산정에 포함되는 재해의 건수를 ‘1건×(5년÷10년)=0.5건’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한편 그는 상시근로자수의 경우 추정치 대신에 고용보험자수를 활용하거나 사전 교육이수제를 통해 확보된 데이터를 통하면 실제 일하고 있는 근로자수를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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