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위험성평가 확대 실시
2013년 위험성평가 확대 실시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2.06.27
  • 호수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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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지원도구 개발과 전문기술인력 양성에 정부의 노력 필요
한국교통대학교 백종배 교수, 우리나라 여건 감안한 개선 과제 제시


위험성평가가 내년 제도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제도는 사업장의 자율적인 안전관리를 지향하는 제도로,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 정책에 있어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성을 지닌 이 제도가 우리나라 산업현장에 효과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안이 필요할까. 최근 이 제도와 관련해 국내 최고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한국교통대학교 백종배 교수는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여건을 감안한 정책개선 과제들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위험성평가 제도의 확대 실시를 위한 정책개선 과제
■ 위험성평가(RA, Risk Assessment)제도의 태동

우리나라는 1980년대에 들어 산업의 급격한 팽창이 이뤄지면서 재해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됐다.

이에 맞춰 정부는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을 제정하여 산업재해율을 꾸준히 감소시켜왔다. 하지만 1997년 이후 IMF체제라는 변수를 맞아 감소율은 둔화되었으며, 이 추세는 현재까지 10여년 동안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IMF체제는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분야는 물론, 우리나라의 고용구조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고용구조의 변화는 재해예방을 위한 기존의 법제도와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제의 한계를 앞당겨 드러내기도 했다. 즉, 사업주의 의지와 책임의식이 전제되지 않으면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효과를 보장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대한 문제인식으로 고용노동부는 2004년부터 위험성평가 제도에 주목하고 제도적 도입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는 ‘산업안전보건법 선진화 연구회’를 통해 제도의 도입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해 왔다. 그 당시만 해도 논의의 중점은 위험성평가 제도를 강행 규정화하고 유사제도의 조정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우리나라의 여건상 법에 강행규정을 도입하는 것보다는 시범사업을 통한 단계적 확산이 바람직하다는 것으로 중론이 모아졌다. 이것이 2010년부터 현재까지 위험성평가에 대한 시범사업이 실시되고 있는 이유다.

이번 시범사업과 병행하여 정부는 우리의 여건에 걸맞은 방법 및 절차마련, 인프라 구축, 법적근거 확보 등을 위해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을 한창 개정하고 있는 상태다.

■ 위험성평가의 이해

위험성(risk)이란 위험과 관련된 요소의 조합이다. 여기에는 어떤 요소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식이 달라진다. 위험성평가(Risk Assessment)에 사용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AIChE(미국화학공학회)의 CCPS(화학공정안전센터)와 Marhavilas, Koulouriotis, Gemeni는 위험성평가에 사용되는 방법을 크게 정량적 방법, 정성적 방법, 혼합형 방법으로 나누고 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업종, 규모, 작업의 종류, 형태에 따라 적합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고, 또 몇 가지 방법을 혼합하여 사용할 수 있다.

‘제조·사용단계에 따른 위험성평가’는 위험성평가를 어느 시점에서 적용하는가에 따라 설계·제조·설치 단계의 위험성평가, 사용·작업 단계에서의 위험성평가로 나눌 수 있다. 제조·설계단계에서는 제조·생산되는 기계·기구 설비 및 물질이 갖는 본래의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해당 설비·물질의 사용 시 나타날 위험을 방지하는 것에 대한 평가도 포함된다.

설치단계에서는 설치된 기계·기구·설비에 작업공정상 적절한 방호장치나 유해위험요인 저감시설이 제대로 설치되고 작동되는지에 대한 평가를 한다. 이때에는 작업방법이나 해당 설비 등이 설치되는 작업환경도 유의하게 된다.

사용·작업 단계에서의 위험성평가는 작업환경, 즉 작업장의 여건과 작업방법,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초점을 둔다.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는 상황을 확인하고 이를 평가·관리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관리에는 위험(Risk)의 차단, 회피, 저감 등이 포함된다.

‘수용 가능한 위험성(Tolerable Risk)’을 결정하는 단계에서는 위험성평가 결과에 대해 관리가 필요한 대상과 관리수준을 정하게 된다. 작업을 수행함에 있어 위험이 전혀 없는(Zero) 상태는 없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여야 하는가는 위험관리(Risk Management)에 있어 지속적인 논란거리라고 할 수 있다.
수용 가능한 위험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현행 규정된 안전보건기준을 참고하거나 관련 문헌을 참고할 수 있다. 영국에서는 “근거가 있고 실행가능 한 정도(reasonably practicable’ and providing guidance about what they should expect to see in duty-holders demonstrations that the risk has been reduced ‘as low as reasonably practicable’, ALARP)”라 하고 있다. 정부에서 제시하는 기술기준을 준수하는 경우 수용 가능한 위험성이라고 하며, 위험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에는 보다 높은 수준의 관리가 필요함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개념은 1949년 에드워드와 국가석탄위원회간의 법적소송에서 정립됐다.


■ 국내의 위험성평가 제도

우리나라는 1995년 화학공정에서의 ‘정량적 위험성평가를 위한 기반구조 구축에 관한 연구’ 등 위험요인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위험성평가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1997년 ‘제조업종의 위험성평가 제도 도입연구’, 2009년 ‘위험성평가 제도의 구체적 도입방안에 대한 연구’는 제도화와 관련된 연구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정부는 위험성평가의 제도적 도입을 위해 2009년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사업주의 의무)를 개정했다.

“사업주는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에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기준을 지키며, 해당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근로자에게 제공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여 적절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함과 동시에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시켜야 하며, 국가의 산업재해 예방시책에 따라야 한다. 이 경우 사업주는 이를 준수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사업장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평가하여 관리·개선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 위험성평가 제도의 도입 사례

위험성평가 제도에 대하여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독일과 일본의 경우 노력의무로 도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급속한 기술, 고용변화에 따라 법에서 미처 기술하지 못하는 잠재적 유해위험요인을 사업장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는데, 이것이 위험성평가 제도의 도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위험성평가를 현대 기술사회의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핵심전략의 하나로 선택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산업 및 고용환경의 글로벌화, 다양화 추세 속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존 유해인자와 새로운 유해인자, 안전과 보건의 차이 등이 위험성평가 제도에 있어 새로운 과제들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조정해나가는 것이 전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의 위험성평가 제도의 정착·확산에 있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각국 위험성평가 제도의 특성

각국의 위험성평가 제도는 다르다. 특히 유럽의 제도와 비교하여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위험성평가 제도는 아직 완전히 정립된 틀이라고 말할 수 없다. 각국의 위험성평가 제도를 강행성(법적 강행규정화 정도), 구체성, 문서화의 정도, 자원 활용성, 주된 적용대상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도가 법적으로 강제화 되었는지 여부를 가지고 살펴보면 강행성이 높은 순으로는 영국>독일>싱가포르>일본>한국>기타 아시아 국가이다. 법적 구체성에 대하여 살펴볼 때 독일≥영국>일본, 문서화의 정도는 영국>독일>일본>한국 순이다. 자원의 활용성에서는 영국>독일>일본>한국 순이다.

주된 적용대상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영국과 독일 등은 전사업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일본과 한국은 중소규모 사업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

 


■ 위험성평가 제도의 확대 실시를 위한 개선방향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안전보건의 기준은 작업의 형태·업종, 사용되는 물질과 설비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현대의 복잡한 기계·설비 시스템과 새로운 공정, 물질의 개발·도입 등은 작업자를 더욱 쉽게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게 하고 있다. 즉 유해위험요인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사고에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으로, 세심한 안전보건관리가 더욱 필요시 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각국은 해당 국가의 현실에 맞추어 제도를 도입,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실과 미래에 맞게끔 위험성평가의 제도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때에는 사회적 여건은 물론, 사업주의 법 준수 여건과 방향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위험성평가의 확대실시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방안들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위험성평가가 사업장에서 재해를 예방하고 법규를 준수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이라는 것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유해위험요인을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타율적으로 관리받는 것 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을 이해 관계자들이 빨리 깨우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사례의 개발과 교육, 홍보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둘째, 위험성평가는 안전과 보건을 모두 포함하는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의 일환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보건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위험성평가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사업장들이 보건관리에 활용하기 적합한 방법 및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제도를 정착·확산시키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위험성평가 전략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의 경우는 법규상 규정된 유해위험요인뿐 아니라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추가하여 평가해야 할 것이다. 특히 새로운 물질이나 공정을 도입하는 경우 작업자의 안전보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 및 개선도 필요하다. 이때에는 작업형태, 건강증진방안도 포함토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지식이 필요하다. 위험성평가를 바르게 이끌어갈 컴피턴스 한 사람이 중요하다. 해당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적합한 경험, 지식 등이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다양한 위험성평가 자료를 활용하여 평가가 가능하도록 관심, 적성, 능력, 자격 등을 갖춘 인력을 중장기적으로 양성해나갈 필요가 있다.

다섯째, 노사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위험성평가는 노사의 참여가 있을 때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유해위험요인 자기관리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측정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가장 취약한 구성요소에 대한 접근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적용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위험전가(Risk Transfer)현상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고용구조의 변화로 인해 원·하청 관계가 여러 업종에서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대기업의 안전보건 분위기가 하청기업에도 연계·전달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나가야 한다.

■ 맺는말

 


국내에서 위험성평가 제도가 성공적으로 확대 실시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사업장의 참여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벌칙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사전예방 의무와 사후관리 적용으로 분리하는 가운데에서 합리화와 유연화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또한 안전보건관리 주체들이 리스크관리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부추기기 위해서 인센티브를 개발하여 제도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산재보험에 의한 비용을 좀 더 효과적으로 분배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

2013년 위험성 평가제도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적절한 지원도구의 개발과 전문기술인력의 양성을 위한 정부의 관심 및 노력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자료제공- 한국교통대학교 백종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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