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환 | 쌍용양회 동해공장 환경안전팀
‘안되면 되게 하라!’ 과거 軍에서 많이 들어왔던 소리다. 軍에서는 이 구호를 전통으로 여기며, 오히려 자랑스럽고 영예롭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구호가 ‘안되는 것은 죽어도 안된다’라는 말을 놓치고 있다는데 있다. 물론 되면 좋겠지만, 안될 경우 무고한 병사의 ‘전사’나 ‘부상’을 양산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이는 구전동화 ‘콩쥐팥쥐’에서 깨어진 독에 물을 가득 채워 놓으라는 팥쥐 엄마의 행위와 똑같은 악습 행위이다.
어떻게 보면 과거부터 악습으로 이어져 내려오던 면신례(조선시대 벼슬을 처음 시작하는 관원이 선배관원들에게 성의를 표시하는 의식)의 잔재라 할 수 있다.
‘사람이 제일’이며, ‘사람이 곧 국가’라는 말을 선진국에서는 필수로 사용하고 있다. 이것이 인명중시의 원칙, 즉 안전제일의 원칙이다.
선진국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예를 들어보자. 2009년 북한은 커런트 TV 여기자 2명을 억류시켜 놓고, 간첩혐의로 북한법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북한법의 간첩 혐의는 사형이나 다름없었다. 그러자 미국의 전직 대통령인 클린턴이 직접 북한에 들어가서 이들 기자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당시 두 여기자는 로라 링과 유나 리라는 이름을 가진 백인이 아닌 중국계, 한국계 여성이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을 인권 하나를 목적으로 하면서 가능으로 만들었던 대표적인 사례였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바로 이런데 사용해야 한다. 미국은 ‘사람의 생명우선’에는 곧바로 ‘안되면 되게 하라!’라는 말을 적용시키지만, ‘사람을 희생키는 일’에는 ‘안되는 것은 죽어도 안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정권 보호를 위해 대량 학살을 일삼는 일부 후진국가의 모습과 너무나도 다르게 느껴진다.
산업현장에서 ‘안되면 되게 하라!’는 곧 안전을 배제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언제까지 무조건 해 놓으라’는 것이다. 절대로 가능하지 못한 일을 사고가 날 줄 알면서도 시키는 행위로서, 위에서 말한 일부 후진국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수많은 희생이 강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결과를 얻기까지에는 ‘과정’이라는 것이 있는데, 여기서 ‘무조건’이라는 불합리한 용어가 끼이게 되면 ‘억지’라는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Fielder’의 의견이나 애로를 묵살한 지시계층의 ‘Officer’가 부분적으로 잠재하고 있는 것이 사고라는 결과로 간혹 나타나고 있다. 이는 원·하청 관계에서 특히 심각한 부분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옛말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말이 있다. 기업 생태계 속에서 전통이라는 명분아래 악습의 고리가 계속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보고 자란 후배들도 똑같은 방법의 울타리 내에서 맴돌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기업의 푸른 느티나무를 일찍 故死木으로 변질시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안되는 것은 죽어도 안된다. 그에 대해 ‘왜’라고 묻는 자는 선진국민의 자격은 물론 지시할 자격도 없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 말고, 다른 우회의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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