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계성 | 조달청 공사관리팀장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옛 속담이 있다.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협력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파트너십’을 강조한 말이다. 파트너십의 중요성은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기업경영에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협력관계가 매우 중요시 되고 있는 시공현장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시공관리 분야는 전문성이 요구되는데다 발주처와 감리단, 공종별 시공사 등 다수의 조직이 공사에 참여하므로 협력 관계가 무엇보다도 중요시된다.
발주처는 인허가 사항과 예산확보를 지원하고, 조달청은 예산조정과 행정업무 지원 등 시공현장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반면 감리단은 시공지침에 따른 감리업무와 안전·환경관리를 포함한 기술지원 및 품질관리를 하며, 시공사는 협력업체들과 함께 건축물을 시공하게 된다.
이처럼 하나의 건축물이 탄생하려면 발주처, 시공사, 기술자, 근로자 등 수많은 인력과 자본이 투입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유기적인 파트너십이 단연 중요하다. 각기 다른 조직과 자재, 그리고 공법들이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양만큼 투입되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여야하기 때문이다.
부산지역의 한 공공건물 신축공사가 보여 준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예로 들어보자. 이 지역은 주변에 비해 낙후되어 개발지로 선정된 곳이었다. 낡은 주택들이 산재한 비탈진 언덕에 지하3층에서 지상 8층, 건물 총면적이 13,997㎡나 되는 제법 규모가 큰 공사였다.
게다가 공사기간도 절대공기보다 3개월이나 부족했다. 공사초기부터 소음으로 인한 인근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됐고, 지하 터파기 공사 중 암석이 발견되는 등 공사여건으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정해진 공사기간에 준공을 시켜야 한다는 중압감에 조달청 공사 감독관은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고민을 거듭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현장 참여자간 파트너십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는 것이었다.
예상되는 문제점을 미리 찾아내 수시로 공정회의와 토론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현장 상황을 파악, 선행공정인 골조공사를 진행하면서 지하층 방수공사, 조적공사 등을 병행해 기간 내 공사를 마칠 수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 간 갈등도 많았으나 서로 소통함으로써 난관을 극복했다. 파트너십이 견고하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일깨워 준 현장이었다. 파트너십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간의 숨김없는 정보공유가 선행돼야 한다.
둘째로 투명성을 확보해 파트너 간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시공현장은 건축, 전기, 통신 등 각 공정이 톱니바퀴처럼 한 치의 오차 없이 굴러가야 튼튼하고 안전하고 품질좋은 건축물이 완공된다. ‘나만 잘 낫다’고 독불장군처럼 행동한다면 ‘배가 산으로 가는 꼴’이 될 것이 자명하다. 설사 건물이 완공되더라도 여기저기서 비가 새고 갈라져 하자보수 비용이 만만치 않게 발생될 것이 뻔하다.
각자 맡은바 역할을 다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함께 고민하고 논의하고 해결해나가는 것이 시공현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훌륭하고 안전한 고품질의 공공시설물이 나올 수 있다. 파트너십은 궁극적으로 품격과 내실을 갖춘 상징적인 공공건축물을 만드는 토대가 되기에 더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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