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유해·위험 화학물질 관리 강화 | 업무상 질병판정, 공정성 확보 관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진행된 제45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행사에는 크게 두 가지 행사가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첨단 기술이 접목된 각종 보호구 전시회가 그중 하나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다양한 산업안전보건을 주제로 진행된 세미나다.
올해 세미나는 유해·위험 화학물질 관리 방안,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방향, 업무상 질병 판정 발전방향,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활성화 방안 등을 주제로 개최됐다. 즉 최근 산안계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대부분의 쟁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이다.
이에 각 세미나 현장 모두에서 정부는 물론 노동계, 경영계, 공익분야 등 안전보건분야 관계자들이 모여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눴다. 본지는 올해 국제안전보건전시회 기간 동안 많은 이들에게 주목을 받았던 세미나의 내용을 정리해 봤다.
유해·위험 화학물질 관리에 만전 기할 것
고용부 정책 방향 밝혀
고용부는 4일 열린 세미나에서 유해·위험 화학물질 관리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그 요지는 화학물질관리제도의 개정을 추진해 근로자 안전을 확보해 나가갔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는 이민영 고용부 산재예방정책과 사무관이 ‘화학물질 관리정책’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이민영 사무관은 유해·위험 화학물질이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주요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이 사무관에 따르면 유해·위험 화학물질 유통량은 지난 1998년 175.4백만톤에서 2006년 417.9백만톤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그만큼 관리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에 UN에서는 화학물질의 위해성 최소화를 위한 원칙과 국가적·지역적·국제적 차원에서 2020년까지 달성해야 할 실행계획을 규정한 국제적 전략(SAICM)을 2006년 2월 채택했고, EU에서는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모든 물질에 대해 제조·수입량과 위해성에 따라 등록 및 평가, 허가, 제한을 받도록 규정하는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를 2008년 6월부터 시행했다.
이민영 사무관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유해·위험 화학물질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유해성·위험성 평가 등의 결과에 따라 제조 등 금지 물질 66종, 제조·사용 허가물질 13종, 허용기준 설정물질 13종, 관리대상 유해물질 168종, 노출기준 설정물질 650종 등으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화학물질 평가 실무·심의위원회를 개최해 법적 관리대상물질을 조정해 나가는 가운데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노·사의 알권리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는 MSDS·경고표시 제도 이행실태 감독 강화, 특별관리물질의 개념 신설 및 안전보건 기준 마련 등을 통해 유해·위험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관련법을 개정해 유해·위험 화학물질로부터 근로자의 안전을 더욱 확보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무관은 “근로자에게 암 등 중대한 건강장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화학물질에 대해서 제조·수입자 또는 사용사업주가 유해성·위험성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거나 유해성·위험성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또한 유해·위험 화학물질을 제조 또는 취급하는 설비 등에 대한 수리, 개조, 청소 등의 작업을 도급할 경우에 도급인은 해당 작업에 대한 유해·위험성, 주의사항 등의 정보를 수급인에게 제공토록 하는 의무도 지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장마철·동절기에 집중 시행해야
지난 6월 1일부터 공사금액 1,000억원 이상 현장을 대상으로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이 시작됐다.
‘건설업 기초안전보건 교육’이란 사업주로 하여금 건설 일용근로자를 채용할 때에는 의무적으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사실상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이 있어야 건설현장 취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시행 초기 일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영록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은 4일 진행된 ‘건설업 일용근로자 기초안전보건교육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현재 파생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제도의 현장 안착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이 국장은 기초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건설근로자의 취업 불이익 문제를 가장 먼저 꼽았다. 기초안전보건교육 관련비용(교육비, 교육시간 유급처리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는 사업주들이 건설근로자 구인과정에서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이 없는 근로자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교육훈련비를 건설근로자가 부담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교육비는 원청 또는 전문건설사가 부담해야 하지만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가 취업전제 조건이 되면서 건설근로자들이 실업 또는 대기기간에 자비를 부담해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실업 후부터 취업 전까지 대기기간에 교육이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근로자들이 각 교육기관 교육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비는 근로자가 교육 이수 후 처음으로 취업하는 건설사가 교육기관에 납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장마철 또는 동절기에는 폭우나 폭설 등 악천후로 작업이 중지될 수밖에 없다”라며 “이 기간 동안에 기초안전보건교육을 집중시키는 것이 제도의 정착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그는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이 없다는 이유로 해고 등의 불이익 처분을 한 사업주에 대해서는 형사적·행정적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간근로자 안전 위해 의학적 접근 이뤄져야
현재 우리나라 야간작업 종사자는 약 127~197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0.2~14.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야간작업이 근로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안전보건계에서는 야간작업 시 산업재해는 물론이고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과 같은 뇌심혈관질환,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질환, 수면장애, 유방암과 전립선암 등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야간작업에 대한 위험이 큰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것이다. 이에 따른 대책방안을 논의해 본 자리가 바로 4일 열린 ‘야간노동과 근로자 건강’ 세미나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야간작업으로부터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 방안으로 야간작업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공공부문 및 장치 산업 등 불가피한 영역에서는 야간근로를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간작업 자체를 폐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세미나 참석자들은 야간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임신예 경희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사회 전반적인 공익을 위해서 야간근무는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라며 “근로자 건강 확보를 위해 야간근무 시 짧은 수면을 허용하고 야간근무자들에게는 주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야간근무에 따른 산재인정을 확대하는 한편 야간근무와 관련된 건강영향 연구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국대학교 김현주 교수는 적절한 작업관리가 의학적 관리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간 작업을 유해 작업으로 간주하고 근로자의 건강보호를 위한 작업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김 교수는 “야간작업의 경우 빈도와 노동 강도 등은 사업장이나 개인 수준에서 조절·개선이 가능하다”라며 “야간근로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각 사업장에서 노·사 합의를 통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의학적 관점에서 사후관리 기반이 조성될 필요도 있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야간작업으로 인한 건강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심각한 건강장애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는 선별검사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야간작업에 따른 유해성 및 예방 필요성에 대한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건강진단 및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보건관리자의 선임의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산업안전협회, 안전교육의 새로운 방향 제시

올해 강조주간 행사에서는 기존과는 다른 세미나 형식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대한산업안전협회가 올해 강조주간 행사를 맞아 야심차게 준비했던 ‘산업안전의 새로운 과제(건강한 가정, 안전한 일터)’가 4일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개최된 것.
이번 협회 세미나는 보통의 세미나 형식과 달리 감성안전 차원에서 안전연극 형식을 띠면서, 개최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던 바 있다. 세미나에 총 500여명의 많은 관람객들이 모였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연극은 한 근로자의 아들이 학교 폭력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들이 학교 생활에 문제가 있음을 느낀 근로자가 업무에 집중하지 못해 결국 사고가 발생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연극에서는 관객들이 직접 사업주가 되어 부상을 당한 근로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역할 연기’ 방식도 시도됐다.
연극을 통해 가정에서의 안전과 산업현장의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 지 관객들이 느끼기에 충분했다는 평이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안전교육에서 감성안전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연극 방식의 안전교육을 제시하게 됐다”라며 “앞으로 이같은 방식의 교육이 활성화된다면 안전교육의 질적 향상과 함께 그 효과도 점점 커져, 산업현장의 안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업무상질병 판정, 근로자 입증부담 완화해야
판정위 제도 개선해서는 안돼
최근 인권위의 권고가 이뤄지면서 산안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업무상질병 판정 문제. 3일 개최된 ‘업무상 질병 패러다임 변화, 최근 쟁점 및 발전발안’ 세미나에서도 노동계와 경영계는 논쟁을 벌였다.
먼저 임성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재보험국장은 업무상질병 승인과정에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임 국장은 현재 재해조사시트의 평가항목이 단순하고 업무부담 평가 잣대로서 부적절한 것은 물론, 조사시트 작성방법에 원칙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현장 재해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고, 신청인이나 노동조합의 입회 없이 임의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도 현행 업무상질병 판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그는 과거 업무력에 대한 고려가 없는 점, 업무와 재해간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분석이 부실한 점 등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식화된 업무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 국장은 “재해조사를 강화하는 한편 근로자의 입증부담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라며 “특히 의학적 소견과 업무관련성 평가를 기초로 업무상 질병 판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근로자가 납득할 수 있는 인정기준을 마련하는 가운데, 동일한 사항에 대해서는 같은 결정이 나올 수 있도록 판정 절차를 공식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노동계의 주장에 경영계는 공정성 확보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동일한 입장을 보였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팀장은 “근골격계질환을 예로 들면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은 32.7%의 승인율을 보인 반면 광주는 58.6%로 나타났다”라며 “지역별로 승인율에 편차를 보이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 팀장은 “판정위 위원에 대한 산재보험 제도 및 업무상질병 인정기준, 행정해석과 판례의 동향 등에 대한 자료제공과 교육을 강화하는 가운데 판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업무상질병의 승인율이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이유로 인정기준과 판정절차에 대한 제도개선을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임 팀장은 “승인율이 점차 낮아지는 것은 인정기준이 엄격하게 개정되었거나 판정위의 운영상 문제로 인한 것은 아니다”라며 “과거에는 공단의 직원 또는 자문의가 업무상질병을 판단함에 있어 일관성이 없었고, 온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산재인정이 용이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승인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판정위를 통해 현행 인정기준이 일관성 있게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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