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대출이자 부담 2조원 감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내렸다. 유로존 경제 위기가 국내 경제상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하반기 경기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가계부채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것도 이번 결정의 배경 가운데 하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0.25%포인트 내린 3.00%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지난 2009년 2월 이후 41개월 만에 낮아졌고,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연 3.25% 수준에 머물었던 금리 동결 행진도 끝마치게 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韓 예상보다 부진
한은이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은 유로존 경기 침체가 심화되는 등 글로벌 경제의 위기가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일부 경제 지표가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유로지역은 경제활동 부진이 심화됐다.
이로 인해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1% 아래로 낮췄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 경제의 수출과 내수 증가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됐다”라며 “앞으로 유로지역 리스크 증대와 주요 교역상대국 경제의 부진 등으로 경제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한은이 금리 인하 기조를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김 총재는 “자본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상황에서 한 나라의 금리 수준이 다른 나라의 변화에 상관없이 독불장군식으로 결정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이번 금리 인하는 방향 전환이라기보다는 대외적인 상황 악화에 따른 경기 순환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밝혔다.
이자부담, 이자수익 모두 감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 및 기업의 대출이자 부담은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들어 고정금리 대출이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95%가 변동금리 대출인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충분하다.
금융감독원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린 만큼 가계 및 기업의 대출이자는 연간 2조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고 15일 밝혔다. 부문별로는 가계 1조원, 중소기업 7,000억원, 대기업 3,000억원 등이다.
가계의 경우 이자부담 감소액을 변동금리 대출자(950만명 추정)로 나누면 1인당 연간 10만5,000원씩 대출이자가 줄게 된다. 기업의 경우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은 곳이 140만개인 만큼 기업 1곳당 이자부담 감소폭은 연간 65만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는 예금에도 일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감원은 은행권 정기예금 600조원 중 회전식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 등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약 150조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인하폭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총 3,750억원의 이자수입이 감소하게 된다.
한편 금감원은 기준금리 인하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는지 점검하기 위해 각 은행에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운용 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갑작스러운 금리 인하, 평가 엇갈려
하반기에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시장에서는 다소 빠른 인하 조치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은 “경기부양 효과가 의심스럽다”라고 전제한 뒤 “국내 경기 악화 정도를 파악한 다음에 금리를 내렸어도 되는데 빠르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금리를 내려야한다는 말이 많이 나왔는데 조금 늦은 감이 있다”며 “이자 부담을 줄여 가계소비에 도움을 주고,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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