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근무에 대한 철저한 건강검진 체계 필요
최근 현대자동차가 장시간 근로의 개선을 위해 현행 주야 2교대 대신 주간연속 2교대를 시행하기로 했다. 사실상 심야근무를 폐지한다고 밝힌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이번 조치는 우리나라 장시간 고용관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장시간 근로의 대표업종이 바로 자동차 제조업인데, 그 중에서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기업이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그 여파가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 더 나아가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에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예상 가능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장시간근로는 도대체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러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과 각종 자료를 통해 그 실태를 한 번 들여다봤다.
전체 근로자 중 10% 가량은 야간근무자
우리나라의 연간근로시간은 2010년 기준으로 2,193시간에 달한다. OECD 평균(1,739시간)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장시간 근로는 일단 야간근로와 연관되어 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당 40시간 근무에 연장근로는 12시간까지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제조업 및 서비스업 사업장에서는 야간근로 등을 통해 이러한 규정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에 야간근로를 줄이면 장시간 근로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선이다.
근로기준법상 야간근무는 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 내에서 이뤄지는 작업을 말한다. 야간 근무실태에 대한 대표성 있는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 연장 및 야간, 휴일근로 등을 직접 측정한 조사자료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가통계자료를 통해 야간근로가 어느 정도 이뤄지는지는 가늠해볼 수 있다. 지난 2010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 전체 임금근로자 수 1,140만 926명 중 비야간 근무자는 1,013만 406명(88.8%), 야간근무자는 127만1,522명(11.2%)으로 나타났다. 야간근무에는 2교대와 3교대, 격일제 근로자가 포함된다. 이외에도 노동패널조사와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야간근로자의 비율은 10.2%와 14.5%로 각각 나타났다.
야간근무는 주로 청소년 및 55세 이상 고령근로자에서 노출될 확률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또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종사자, 서비스종사자에서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과 운수업과 같은 전통적인 교대제 근무업종 뿐만 아니라 각종 서비스관련업종에서도 야간근로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장시간 근로 개선하면 오히려 생산성 향상
야간 근로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안전과 보건상 문제 때문이다. 일단 야간근로는 주간 근무에 비해 업무의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각종 산업재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실제 3교대 근무에서 볼 때 아침근무보다 야간근무의 사고발생 가능성이 1.3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또 사고의 위험은 근무시작 9시간 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한 기업연구소는 자체적으로 근로시간과 재해율의 연관성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제조업의 경우 실근로시간이 1시간 늘어나면 재해율도 0.04%p 증가되는 것이 입증됐었다.
그리고 사고 외에 문제가 되는 것은 근로자들의 건강이다. 야간근무를 하다보면 소음 및 빛 등의 작업환경과 시차 등으로 인해 생체리듬의 변화를 겪게 된다. 또 식이습관 등 생활리듬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이것이 맞물리면서 각종 질환의 발생 비율이 크게 높아진다.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의 정신질환과 유방암, 전립선암, 심혈관질환, 궤양 등의 신체질환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다시금 결근, 프리젠티즘(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출근하여 생산성이 떨어지게 일을 하는 것) 등을 높이면서 각종 사고와 질병 재해를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 시간적 불균형으로 인해 가정생활에까지 악영향을 받는 문제도 생기게 된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노동단체와 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에서는 야간근무를 제2의 발암물질로 여기고, 이의 개선을 예전부터 꾸준히 요구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한 목소리는 언제나 사회적인 화두로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장시간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장시간 근로 개선이 생산성을 떨어트리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아직 산업현장에 만연해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근로시간줄이기 컨설팅에 참여하여 2조2교대를 3조2교대로 전환하고 주 66시간이던 근로시간을 51.3시간으로 단축한 H기업에서는 생산성이 18% 향상된 결과가 나타났다”라며 “이 점에서 보면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는 것은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고 고용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시간 근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전산업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전산업부가가치/총근로시간)은 일본의 80%, 미국의 57%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도 장시간 근로를 해결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야간근로, 작업환경 관리와 의학적 관리 필수
그렇다면 장시간 근로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 일단 전문가들은 야간근로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런 가운데 야간근로가 불가피할 경우 그에 필요한 조치를 사전에 철저히 해야한다는 논리를 폈다.
경희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신예 교수는 “야간근무 시 짧은 수면을 허용하고, 무엇보다 식사환경 개선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주기적인 건강검진 및 의사문진 등을 통해 암 등 각종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는데도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야간근무와 관련된 건강영향의 산재인정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야간근무와 관련된 건강영향 연구의 활성화도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여 주장했다.
단국대학교 김현주 교수는 “야간작업은 제거할 수 있는 유해인자는 아니지만 그 빈도 및 노동 강도 등의 특성에 대해서는 사업장 수준에서 또는 개인 수준에서 조절과 개선이 가능하다”라며 “이런 점에서 인간공학적 교대제 설계, 교육, 의료서비스, 통근서비스, 가정에서의 수면보장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건강진단 및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보건관리자의 선임의무를 확대하고, 그 보건관리자 및 산업보건의, 건강진단 의사들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건강관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근로자건강센터를 확대·설치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태원 교수는 “야간작업 종사자의 의학적 관리방안으로서 건강진단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우선적으로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각종 사고도 그렇듯이 아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며 “수행하는 업무의 위험성과 건강장해에 대한 정보를 필수적으로 제공해 야간작업에 따른 문제를 사전에 인지토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여 주장했다.
일본, 야간 근로자에 대한 건강진단 정기적 실시
장시간 근로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나라들이 굉장히 많다. 단,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이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필요악으로 여기면서도 그 폐해에 대해서는 철저히 예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 주요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야간작업 업무를 결정할 때 야간작업의 특성, 환경요인, 작업 배치의 형태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권장한다. 또 야간작업자들은 오후작업자들의 평균 근무시간보다 더 적은시간을 근무토록 하는 가운데, 8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는 일도 없도록 한다.
그리고 야간작업자들이 작업 전 혹은 작업 후에 연장근무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위급상황을 제외하고 두 번 연속으로 근무하는 것도 금지시키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24시간을 단위로 최소한 연속 11시간의 휴식을 부여할 것을 지침으로 한다. 일주일 간의 근무시간은 최대 48시간으로 정해놓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사업장의 보고를 받아 당국이 철저히 관리한다.
그리고 사업장에는 야간작업의 특성에 적합한 안전보건상 조치(시설, 서비스 등)도 반드시 취하게끔 한다. 또 야간작업자에 대한 무료 건강평가도 정기적으로 시행하여, 평가결과 문제가 발생한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작업전환을 통해 주간 작업을 수행케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건강진단이 철저하다는 특징이 있다. 야간 근로자에 대한 건강진단은 1947년부터 특정업무 건강진단의 하나로 연 2회 정기적으로 실시돼왔다. 파트타임 근로자 및 아르바이트생도 야간근로의 회수가 6개월 동안 월평균 4회 이상이면 검진대상에 포함된다.
건강진단 항목은 일반건강진단 항목과 같으며, 필요시 선택검사를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필수 검사항목은 병력 및 업무력, 자타각 증상, 신체계측, 흉부방사선 촬영, 혈압, 혈색소, 간기능, 혈당, 소변검사, 안정시 심전도 검사 등이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야간근로자를 ‘최근 6개월 동안 월평균 4회 이상 심야근무(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5시까지)를 한 자’로 정의해놓고 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