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작업 진행이 원인, 법 제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지난 23일 오후 6시 30분께 강원 강릉시 옥계면 L시멘트 석회암 채취 광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수십만t에 육박하는 토사와 돌덩어리들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착암기(바위에 구멍을 뚫는 기계)와 덤프트럭에서 야간작업 중이던 김모(56)씨와 최모(54)씨가 매몰 사망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김씨는 발파를 위해 암벽에 구멍을 뚫다가 사고를 당했고, 최씨는 시멘트를 싣고 가다 매몰됐다고 현장 근로자들은 전했다.
또 산사태로 산 정상에 세워진 송전탑 1기도 무너져 내리면서 동해전력소의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피해도 났다.
수천만t에 달하는 돌덩어리가 계속 무너져 내린데다가 인도까지 산사태로 파묻혀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동부광산보안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산사태성 사고로 보여진다”며 “백봉령 산이 통째로 50m 가량 내려앉은 상황으로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35만t 정도의 엄청난 양의 암반이 무너져내렸다”라며 “다른 석회석 광산과 달리 지질구조가 취약했던 것이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산 전체가 석회석 지질이면 문제가 없었지만, 흙과 암석이 뒤섞여 있는 등 취약한 지질구조 속에 계속된 폭우가 겹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사고에 대한 조사가 현재 한창 진행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를 전형적인 인재로 보고 있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24일 사고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공사 과정에서 안전의 문제를 검토하지 않아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비는 붕괴의 촉진제 역할을 했을 뿐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라며 “또 야간에 작업했던 것도 붕괴의 원인으로 보기에 힘들다”고 전제했다.
이 교수는 “밑에서부터 꺼지면서 위에서 아래로 무너진 것”이라며 “이를 볼 때 붕괴 전에 암석 균열이 있었을 텐데 무작정 위에서부터 산을 깎아내리면서 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여기뿐 아니라 전국의 채석장이 모두 안전을 방임하고 있고, 법이나 제도도 미흡하다”면서 “이번 사고를 채석장 안전에 대한 제도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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