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예방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예방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2.09.12
  • 호수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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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영 한국화재보험협회 인천지부장
1970년대 초 우리나라에는 충격적인 화재사고가 잇따라 발생한다. 163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대연각호텔 화재사고(1971년)와 51명이 사망한 서울시민회관 화재사고(1972년)가 바로 그것이다.

단순 화재사고로 끝났을 수도 있었던 사고가 소방시설·관련법 미비, 소방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대형참사로 번진 것이다.

이 사고를 계기로 화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고, 보험사가 방재전문기관을 설립해 운영하는 외국의 사례를 모델로 1973년에 한국화재보험협회가 만들어졌다.

이후 한국화재보험협회는 전국 주요 거점에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면서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그 거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천이다. 인천의 경우 관내 공단시설이 노후화돼 있고, 다중이용시설이 밀집해 있어 어느 지역보다 철저한 화재예방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본지는 인천지역의 화재사고예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복영 한국화재보험협회 인천지부장을 만난 그동안 활동성과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한국화재보험협회 인천지부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인천지부에 대한 소개에 앞서 한국화재보험협회가 발족하게 된 계기를 살펴보는 것이 설명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1970년대 초 연이어 발생한 대연각호텔 화재, 서울시민회관 화재 등 대형 화재사고는 국가 차원의 화재 안전정책이 시행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시켰습니다. 이와 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전문 방재기관인 한국화재보험협회가 설립된 것이지요.

그 창립 취지에 맞게 저희 협회에서는 다수인이 출입, 근무, 거주하는 연면적 1,000㎡ 이상의 국·공유 건물, 연면적 합계가 3,000㎡이상인 공장, 11층 이상인 건물 등 화재 발생 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예상되는 특수건물에 대해 안전점검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화재예방교육, 화재예방계몽 등을 통한 사전예방활동과 신속한 재해복구, 인명피해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위한 사후 복구활동에도 매진하고 있지요.

이 같은 업무가 전국에서 효율적으로 전개되기 위해서는 지역마다 거점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저희 협회에서는 창립 초기 서울, 부산, 대구를 시작으로 1974년에는 광주, 대전, 전주에도 지부를 두었습니다. 인천지부는 1974년 12월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습니다.

Q. 관내 시설물 특성과 함께 그동안의 활동성과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천지부에서는 4,000여개소의 특수건물을 대상으로 화기시설, 위험물시설, 가스시설, 전기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화재, 폭발 등의 재해를 예방하고 인명과 재산 피해가 최소한으로 줄어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들 업무가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인천기계공업공단의 경우 조성된지 40여년이 지나 시설이 노후화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입주 업체들이 영세해 제대로된 소방시설이 구축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또 인천에는 지하상가, 유흥업소 등 다중이용업소가 산재해 있기도 합니다.

즉 안전관리 부재, 안전시설의 유지관리 미흡 등으로 인해 화재발생 위험이 높은 것입니다. 그만큼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도 2010년 기준으로 관내 안전점검 대상 건물에서는 단 한 건의 사망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2009년에 6명이 사망한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입니다.

안전점검 외에도 안전교육 및 훈련 등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펼친 것이 주요했다고 봅니다. 특히 연간 상시교육 시스템을 가동해 사업장 맞춤형 화재예방 교육을 실시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Q. 화재·폭발 사고 특징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화재와 폭발 사고는 서로 각각 분리해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화재와 폭발이 동시에 발생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저는 이들 재해가 병행되는 경우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화재·폭발사고가 엄청난 인명·재산 피해를 몰고 온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는 재해의 원인을 살펴보면 곧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금 쉽게 설명하기 위해 산업현장의 안전사고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추락, 협착사고를 생각해 봅시다. 이와 같은 사고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 사고는 근로자 개인을 중심으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화재·폭발 사고는 공정 중심의 사고입니다. 근로자는 물론이고 시설,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단 한 번의 사고로도 엄청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헌데 화재·폭발 사고의 무서움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그 어떤 사고보다 안전불감증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사고 빈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실 화재폭발 사고의 발생빈도는 그렇게 높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공정시설을 설계·시공할 때부터 안전성 평가가 이뤄지고 유지관리를 위해 엄청난 노력이 기울여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화재·폭발 사고의 위험성을 망각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우리 현장에서는 그럴리 없을꺼야’, ‘평생 일어나지도 않을 사고에 대비해야 하나’라는 그런 안일한 마음가짐 말입니다.

Q. 최근 청주 화학공장 폭발사고, 서울 현대미술관 공사현장 화재사고 등 대형 화재·폭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바 있습니다. 이들 사고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산업현장에서는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을 위해 끊임없이 신기술, 신공법 등이 개발·보급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공정위험성 평가, 예상손실평가 등 안전기술도 함께 개발·시행되고 있지요. 하지만 안전기술이 선행되지 못하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최근의 사고들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폭염으로 인한 여러 스트레스 요인과 함께 휴먼에러 등 심리적 영향, 그리고 ‘지금까지 괜찮았는데’, ‘설마’하는 안전의식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고가 야기된 것입니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고,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봅니다.

Q. 위 질문과 관련해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 당국은 철저한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각종 제도를 수립·시행하고 있습니다. 또 기존의 제도를 강화하기도 하지요.

바로 사고 사례연구(Case Study)를 통해 위험요소를 발견·개선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격이지만 사고로부터 교훈을 얻고 분석함으로써 유사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힘을 쏟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위험요소는 어느 곳에나 존재하지만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그 위험요소를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고, 위험의 정도를 간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비슷비슷한 사고는 크든 작든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례연구 통한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안전활동으로 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모든 위험요소를 철저하게 확인·평가해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위해서는 규제책과 자율책이 병행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현장에서 효율적·지속적인 안전활동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Q. 안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Safe is Happy, Safer and Happier’. 제가 안전분야에서 28년 동안 몸을 담으면서 마음 속에 깊이 새겨 두고 있는 말입니다. 안전은 행복이고 보다 더 안전해지면 보다 더 행복해진다는 의미이지요. 이런 뜻에서 안전을 저해하는 위험요소는 어떻게든 제거돼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위험요소가 일선 현장에 도사리고 있을까요. 저는 빨리빨리 문화를 꼽고 싶습니다. 중화학 공업을 육성해 근대화를 이룩하려는 시대에 우리에게는 ‘빨리빨리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됐습니다. 이 때문에 ‘품질’, ‘안전’이라는 단어보다 ‘공사기간’, ‘납품기일’이란 단어가 훨씬 잘 통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적은 확률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재난대책을 수립하고 재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경감대책을 수립·시행 해야 합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이 매긴 올해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44개 국가 가운데 19위를 차지했습니다. 미국이 7위, 일본이 10위라는 것을 감안해 보면 우리나라의 위상이 어느정도로 높아졌는지 곧바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과 관련해서는 어떨까요. 아직도 산재왕국이라는 오명을 뒤짚어 쓰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경제 위상에 걸맞는 안전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의 경제적, 기술적 여건 등을 충분히 고려한 상황에서 안전선진국의 정책, 기술 등을 도입해야 합니다.

Q. 재해 예방을 위해 보다 활성화됐으면 하는 정책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확보하는 동시에 쾌적한 작업환경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안전활동의 목적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안전의 최고 방법론은 예방이지요. 다양한 안전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최근 여러 형태의 재난 체험관이 운영되고 있고, 각 교육기관에서 화재안전, 교통안전 등 다각적인 안전교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에 더해 안전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교육이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전교육을 그저 법 때문에 혹은 소풍이나 견학, 숙제를 위해 받는 것이 아닌 ‘내가 꼭 필요해서 받는다’는 인식이 심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자녀를 위해 학교를 보내고 다양한 교육을 시키는 것처럼 말이죠.

안전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게 된다면 안전교육은 보다 효과적·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고, 국민들의 안전의식도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Q. 마지막으로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국내 안전인들과 전국 근로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직장이 즐겁고 보람된 일터가 되려면 안전해야 됩니다. 안전인 여러분들은 이런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선봉에 서 있다는 것을 명심해 주셨으면 합니다. 위험요소를 인식하는 남다른 눈을 갖춰야 하는 가운데 적절한 개선책을 수립·시행하는 행동력이 필요합니다.

한편 근로자 여러분들은 절대 안전수칙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안전수칙이 하찮고 설사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안전을 위한 기본 중에서도 기본입니다. 철저하게 안전수칙을 지켜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경영진 여러분들은 안전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투자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기업의 지속적인 경영을 위해서 안전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말입니다. 또한 어버이의 마음가짐으로 근로자의 행복을 지킨다는 책임감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복영 한국화재보험협회 인천지부장 약력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공학박사)

1985년 한국화재보험협회 입사
1986~2009년 방재시험연구원 전기시스템팀장, 방재컨설팀장
2009~2010년 한국화재보험협회 특수진단팀장
2011~2012년 한국화재보험협회 대전지부 근무
2012년 한국화재보험협회 인천지부장 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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