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안전관리 사각지대 방치…제도 개선 시급
석면안전관리 사각지대 방치…제도 개선 시급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2.09.26
  • 호수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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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대상 건축물 기준 향상 | 정부 당국의 감독과 지도 절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 국제노동기구 등이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유해·위험물질이다.

단일 물질로는 최악의 산업재해 야기물이자 공해물질로 평가되고 있어 현재까지 세계 55개국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아울러 사용을 금지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특히 2009년 베이비파우더 석면파동과 지난해 프로야구장, 학교운동장 석면파동 등을 겪으면서 석면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후 관련 제도가 상당부분 정비됐다.

여기에 더해 지난 4월 29일자로 본격 시행된 석면안전관리법은 산안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석면지도를 통해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산업현장 뿐 아니라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도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법에 따라 사회 전반에 걸쳐 석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법 시행 5개월여가 지난 현재의 상황은 어떨까. 본지는 석면안전관리법 시행에 따라 현재 어떤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으며, 또 어떤 문제점이 도출됐는지 살펴봤다.


석면안전관리 강화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석면에 대한 법적 제재가 강화됐다. 1997년 청석면과 갈석면 사용이 금지됐으며, 2003년에는 트레몰라이트, 악티놀라이트, 안소필라이트 등 3종류에 대해 추가 조치가 취해졌다.

또한 2006년 9월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돼 석면 시멘트제품과 자동차용 마찰제품의 사용이 2007년 1월부터 금지되는 등 단계적으로 석면제품 사용에 대해 제재가 가하졌다. 2009년부터는 석면방직제품, 산업용 마찰제품 등 모든 종류의 석면제품의 제조·수입·양도·제공·사용이 금지되지도 했다.

아울러 지난 4월 29일에는 석면안전관리법이 본격 시행됐다. 석면안전관리법은 그동안 산업안전보건법, 식품위생법 등 여러 법에 산재해 있던 석면안전관리 내용을 체계적으로 통합한 것이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석면함유 가능물질로 지정된 사문석, 질석, 활석, 해포석 등은 수입·생산 시 석면함유기준(1% 이하)을 지켜야 한다. 또 유통 시에는 석면허용기준(용도 및 위험성에 따라 불검출~1%)을 따라야 한다.

아울러 이 법에 따라 공공건축물, 다중이용시설, 학교 등의 소유자는 법 시행 후 2~3년 이내에 건축물 내 석면건축자재의 위치와 석면비산 가능성을 파악해 관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자연발생석면 분포지역(폐석면 광산 주변지역 등)과 석면해체사업장(재건축지역 등)에서는 석면비산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각 지자체 석면분포지도 작성 박차

그렇다면 현재 석면안전관리법 시행에 따라 주로 어떤 일들이 진행되고 있을까. 최근 각 지자체들은 석면안전관리법의 핵심사항 중 하나인 석면분포지도 작성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즉 석면안전관리를 위한 기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서울시의 경우 자연 발생하는 석면, 석면 건축물, 석면 함유 제품, 석면슬레이트 등을 관리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최근 마련했다.

서울시는 지난 19일 조례규칙심의회를 열고 ‘석면안전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조례에 따라 서울시는 환경부에서 제작 중인 석면분포지도 중 환경부 관리 영역을 제외한 곳을 관리하게 된다. 석면분포지도는 내년에 완성될 예정이다.

또 서울시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석면 외에 어린이 장난감, 베이비파우더 등 석면을 함유한 제품과 슬레이트 시설물에 대한 실태조사도 맡게 된다.

충남도의 경우 지난 7월 연면적 500㎡ 이상 공공기관과 다중이용시설 등 석면조사 대상 건축물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소유자 현황, 연면적 등 건축물 내역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충남도는 이 조사 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한편 석면조사 안내 및 홍보 등의 자료로 활용키로 했다.

경기도 역시 석면지도 작성에 나섰다. 지난 7월 한달 간 석면사용 건물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것이다.

조사는 △공공기관 △430㎡ 이상 어린이집 △1,000㎡ 이상 학원 △3,000㎡ 이상 도서관 등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구체적인 조사대상은 도 관리 건축물 224개동(연면적 21만4,329㎡), 경기개발연구원 등 산하기관 건축물 26개소, 시군 관리 건축물 및 다중이용시설 등이다.

도는 공공기관 및 특수법인 등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2014년 4월까지, 다중이용시설은 2015년 4월까지 석면지도 작성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석면 사용에 대한 실태를 파악 후 정확한 석면지도를 작성할 계획”이라며 “석면 관리 강화를 통해 더욱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나머지 지자체들도 석면안전관리를 위한 기본 자료인 석면지도 작성에 나섰거나 준비 중이다.

석면안전 사각지대 존재

이처럼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석면안전관리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석면안전관리법 시행으로 건축물 석면관리제도가 도입됐으나 규제 대상에 일반 국민들의 이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일부 공공건물과 어린이·학생 등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건물의 상당수가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르면 공공기관 건축물에 대한 석면 조사는 의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그 대상을 연면적 500㎡이상의 건물로 한정했다. 즉 소규모 치안센터, 주민센터 등은 제외되는 것이다. 의료시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같은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동네 의원들도 석면 관리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대상 면적 기준을 여느 곳보다 낮은 430㎡로 설정한 어린이집 시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 4만여곳의 88.8%인 3만6,000여곳이 이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즉 석면안전관리법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정부 당국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환경부는 최근 건축물에 대한 석면지도 관리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건축물 석면관리제도는 국내에서 처음 시행되는 제도로 이행을 위한 인프라 수준을 고려해 규제대상을 일정면적 이상의 공공건물·다중이용시설로 한정했다”라며 “하지만 공공건물에 대해서는 500㎡ 미만일 지라도 석면조사를 실시토록 관계기관을 독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규모 미만의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올해 안에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기타 시설에 대해서도 안전관리를 위한 홍보물 배포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건축물에 대한 석면지도 작성이 완료되는 2015년 이후에 관리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당국의 철저한 지도·감독 필요

제도적인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 외에도 문제는 남아 있다. 법이 제대로 집행되기 위한 정부의 철저한 지도·감독이 바로 그것이다. 그 필요성이 대두된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제조와 사용이 금지된 석면제품을 불법으로 제조해 유통시켜온 업체가 환경단체에 의해 적발된 것이다. 정부가 2009년부터 석면제품 제조를 전면 금지하고도 제조업체들에 대한 점검을 소홀히 해, 석면제품을 제조하거나 부품으로 사용하는 업체 근로자와 시민들이 석면의 위험에 노출됐다는 비판이다.

시행된 지 오래된 법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석면안전관리법의 엄정한 집행은 요원한 것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용 브레이크 라이닝 전문 제조업체인 A사가 석면제품의 제조와 사용이 금지된 2009년 이후 최근까지 석면을 원료로 해마다 수 만개의 제품을 제조해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불법 제조된 석면제품은 업체 22곳에 납품돼 각종 차량과 농기계 등의 부품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1곳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납품받은 부품에 석면이 함유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덧붙였다.

환경보건시민센터의 한 관계자는 “이 업체는 남아있는 석면원료로 석면제품을 만들어 온 것으로 보인다”라며 “하지만 수입이 금지된 이후에도 석면제품을 다량 제조한 것으로 보아 석면원료를 해외에서 불법 수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정부 당국이 석면 제조회사들이 갖고 있던 석면 원료와 석면제품에 대한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정부의 감독은 물론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전국에는 석면 제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업체들이 부지기수”라며 “철저한 감독이 이뤄지는 가운데 영세업체가 자체적으로 석면 처리를 부담스러워 할 때에는 정부가 무상으로 수거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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